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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블로그] 영혼 없는 공무원

등록 2009-09-04 17:06

일본 자민당의 54년 독재를 마감한 민주당의 압도적 총선승리로 일본도 본격적인 변화의 대열에 들어섰습니다. 이것은 미국이 바꿔열풍으로 오바마가 당선된 것과 비견될만한 일대사건으로 세계 정치지형을 바꿀만한 핵폭탄이기도 합니다.

한 달 전 만해도 일본의 ‘바꿔 열풍’이 반신반의였지만 점차 거대한 핵폭탄으로 변한 것은 역시 일본경제의 몰락으로 삶의 질이 팍팍해진 서민들이 선거반란에 대거 참여했기 때문입니다.

세계최대의 채권국이던 일본이 세계최대의 채무국으로 전락하고 잘나가던 일본경제가 몰락한 것은 도쿄를 팔면 미국을 산다고 큰소리치며 부동산 불패신화를 지나치게 믿다가 부동산을 담보로 대출해주던 은행들이 부동산거품이 꺼지며 몰락하기 시작하며 부터입니다.

그 잃어버린 10년을 제로금리와 엔화약세로 버텼는데 미국부동산의 거품마저 꺼지며 불어 닥친 국제 금융위기로 엔화가치가 상승하며 수출부진으로 결정타를 맞게 된 것입니다.

그러나 일본경제 몰락의 커튼 뒤에는 엘리트를 자부하는 썩어빠진 일본 관료들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정치학 책에도 나오는 유명한 일본의 금권정치란 관료들이 예산을 주무르고 정치인과 기업인들과 결탁하여 이리저리 이권을 배분하며 서로 제배를 불리는 것을 말하는 것입니다.

일본 관료들의 특징은 도쿄대 출신들이 많다는 것이고 이들은 무지몽매한 백성을 가르치며 그들을 지배한다며 에도 막부시대에 관료로 변신한 하급사무라이들과 같은 존재입니다. 이들의 폐해는 미카와 모노가타리에 잘 나와 있습니다.

민주당이 "관료주도의 국가시스템"을 개혁하겠다며 단호히 말한 것은 그런 연유입니다. 아베 총리 때 떠들썩했던 5000만 명분의 엄청난 국민연금은 누가 횡령했을까요? 관료들입니다.

작년에 일어났던 방위성 차관보의 접대와 뇌물사건도 정치인을 비웃는 관료들의 짓입니다.

관료들은 적당히 기업의 규제를 풀어주며 뇌물을 받아먹고 퇴임하면 낙하산으로 산하기관에서 엄청난 연봉을 받고 탱자탱자합니다.(우리나라와 같음)

그렇다면 정치인들은 안썩었을까요? 그들은 더 썩었습니다. 이른바 족의원의 존재인데 건설족, 우정족. 심지어 해외원조가 늘어나면서 ODA족도 있습니다.

이것을 총괄하는 사람이 자민당 간사장인데 기업이 뒤에서 대주는 뒷돈을 총괄하며 이권을 나누어주는 자리입니다. 우리의 잠실 롯데월드 허가나 삼성봐주기도 같은 맥락입니다. 최근에는 모리 요시로 전 총리였지만 가장 유명한 사람은 킹메이커 가네마루 신이었습니다.

그래서 그가 병원에 입원하여 죽었을 때 총리가 결정되지 않아서 그의 죽음을 알리지 않고 그죽음을 파헤치는 기자들을 우익들이 협박했던 것도 이미 다 알려진 사실입니다. 가네마루는 엄청난 기업후원금을 받아 자민당의원들에게 나누어주며 기업의 뒤를 봐주고 계파를 형성하며 총리를 만들어냈던 것입니다. 그가 죽고도 쉬쉬 감추며 뒤에서 답합하여 탄생한 것이 고이즈미인데 자민당 몰락의 서막이 바로 고이즈미입니다.

일본의 메이지 유신이 죠슈파와 사쓰마파벌의 이권다툼으로 변질되어 양이운동이 대정봉환으로 이어지는 코메디적인 과정을 연출했고 태평양 전쟁이 육군을 장악한 죠슈파와 해군을 장악한 사쓰마파의 이권다툼으로 서로 돕지 않아 패배의 단초를 제공했다는 역사적 해석도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일본정치는 1000년 전부터 파벌싸움과 이권다툼의 세계입니다. 그들에겐 일본 유명 사회학자인 아베 긴야의 말처럼 국가관이나 역사의식은 없었습니다.

일본경제의 몰락은 패전 후 미국의 도움과 6.25와 월남전으로 운 좋게 경제가 부흥하며 비약적으로 발전하자 일본열도 개조론으로 엄청나게 늘어난 예산을 두고 벌인 이권과 파벌간의 나눠먹기 결과이며 잃어버린 10년 동안에는 엄청난 적자예산으로 흥청망청하며 국가빚이 천문학적으로 늘어났는데 그 중심에는 관료들이 버티고 있었던 것입니다.

요즘 민주당이 관료개혁을 선언하자 일본관료 사회는 백기투항하며 "우린 실무자에 불과하다"고 강변하고 있다지만 그들은 실제 정치인을 속으로는 비웃고 있는 존재들입니다.

그러나 민주당이 관료가 주도해온 경제와 국가 시스템을 정치인이 장악하려면 관료뿐 아니라 근본적으로 썩어 문드러지고 세습하며 국민 위에 군림해온 정치인의 정신자세 개혁이 반드시 뒤따라야 합니다.

우리도 MB 정권초기 “영혼 없는 공무원”이라는 말이 유행했는데 우리가 일본이 다른 점은 우리는 진작부터 정치인이 공무원에게 지시하며 권력과 돈을 장악했고 일본은 관료들이 실무를 장악했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공무원들이 국가를 위하기보다는 자신의 자리와 돈을 밝히고 뇌물과 접대를 받으며 영혼 없이 사는 것은 우리나라나 일본이나 마찬가지입니다. 대부분의 공무원들이 예산 도둑놈들이란 것이고 규제와 허가권이란 민원이나 기업에서 받은 뇌물로 공무원들을 먹여 살리는 요술방망이입니다.

저도 공무원인 친구들이 있지만 그들은 사석에서 “공무원은 지금의 반 정도만 있으면 된다. 일년에 감사받는 4개월 정도만 열심히 일하면 된다”고 말합니다. 25년 일한 사무관 월급이 약 5천만 원 전후인 공무원 월급(이것도 요즘 많이 올라서)으로는 골프치고 룸싸롱 다니고 좋은 차 타고 다니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다 공짜이기 때문에 신나서 하는 것이지요.

예산이 많아지면 공무원들 정말 신납니다. 썩은 공무원들은 예산을 누구에게 집행시키고 내가 얼마 먹을지를 계산합니다. 머리 팡팡 돕니다. 거기서 접대와 뇌물도 나오는 것이지요.

요즘 4대강 파내기로 예산이 많아진 공무원들은 신났을 것입니다. 요즘 경기부양책으로 예산이 많아진 공무원들은 접대와 뇌물로 흥청망청일 것입니다. 이들에게 재정적자는 남의 일로 자기주머니와 자기 입으로 들어가는 돈세기에 바쁠 것입니다.

공무원들이 영역다툼을 하는 것은 그것과 상관된 예산을 집행하는 권리를 얻기 위함입니다. 국가예산이야말로 공무원들에게 눈먼 돈으로 재주 있는 놈이 먹고 상납하며 서로 눈감는 돈이기 때문입니다.

이번 일본민주당이 썩은 관료사회를 개혁하겠다는 의지에서 우리도 교훈을 얻어야합니다. 공무원이 가장 안정되고 좋은 직업이라며 공무원 시험에 올인 하는 우리나라입니다. 거기엔 인생의 도전과 가치도 모두 편안한 삶과 연관돼 있으니 이건 안 되는 일입니다.

월급 많지 않은 공무원이 잘사는 나라는 불행한 나라입니다. 국가의 공무원들이 영혼 없는 공무원인 국가는 반드시 퇴보합니다. 미국의 공무원들은 민원인의 일이 잘되고 빨리 처리되도록 도와주지만 우리나라는 일단 안 된다고 거부합니다. 뇌물주면 일사천리입니다. 미국은 업무처리가 신고제이지만 우리나라는 공무원의 허가제이기 때문입니다.

낙하산인사나 예산 따먹기나 접대와 뇌물은 전형적인 일본식이고 우리 공무원제도는 그대로 일제시대의 것을 답습했기 때문에 우리도 개혁이 시급합니다. 허가제를 신고제로 바꾸어야 한다는 말입니다. 수많은 허가의 단계에서 공무원의 도장이 필요하고 뇌물과 접대는 바로 그때 일어나는 것입니다. 성접대 받고도 멀쩡한 청와대 행정관들을 보면 잘 알 수 있습니다.

공무원이나 정부단체의 개혁이 매번 구호로 끝나는 것은 그들의 표와 지지도를 의식하기 때문입니다. 머슴론으로 공무원을 질타하던 MB의 모습이 지금 없는 것도 그 때문입니다.

신의 직장이라는 공사의 개혁도 흐지부지되는 것도 마찬가지인데 기차표 파는 역무원 연봉이 8000만원이라는 말에서 국민은 좌절감을 느낍니다. 장애인 복지예산을 횡령하는 공무원들과 빈발하는 공무원부정부패는 국민들에게 분노를 줍니다.

일본민주당이 정당- 재계-관료로 이루어진 철의 삼각형을 무너트릴지는 아직 알 수 없습니다. 그러나 간사장이 된 오자와도 자민당출신이고 불법 정치자금문제로 낙마한 경험이 있으니 믿지 못 할 정치인입니다.

아마도 70살이 다 되어가는 오자와는 초조하여 민주당으로 몰리는 기업들의 정치후원금을 관리하며 자기파벌을 키워 하토야마 총리의 힘을 빼며 자기가 총리가 될 자리를 노릴지도 모르는데 그렇게 된다면 일본의 개혁은 물거품이 될 것입니다.

앞으로 미국시장 일변도에서 중국시장 중시를 선언하고 관료사회를 개혁하려는 일본 민주당의 경제정책은 엄청난 변화를 일으킬 것인데 우리도 이런 변화에 잘 대응해야 합니다.

그리고 한국이나 일본에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납짝 엎드려 눈치보고 뇌물과 접대와 공짜 밝히는 영혼 없는 공무원들을 개혁하는 것입니다. 밤에 집에서 쉬고 술 마시며 놀다가 초과근무 수당을 위해 나와서 타임카드를 찍는 우리 공무원이나 경찰사회를 개혁하지 않으면 우리의 미래는 없습니다.

10여 년 전 사카이야 다이치 장관이 퇴임 후 일본관료 사회 개혁을 부르짖는 책을 본 적이 있는데 결론이 “일본식 집단주의를 강화하자”여서 실망한 적이 있습니다만 자잘한 택시비까지 택시회사에 미루거나 예산으로 쓰면서 죄의식 없이 엘리트 의식에 젖은 일본의 영혼 없는 공무원을 개혁하지 않으면 일본민주당의 개혁도 반드시 좌초합니다.

공무원들이 돈이나 뇌물을 사랑하지 아니하고 국민과 국가를 사랑하여 국민들을 위하여 열심히 일하는 나라를 만드는 것이 한국이나 일본이나 가장 중요한 개혁과제입니다.

이 글은 모든 공무원이 아니라 썩은 공무원에 해당하는 글입니다.

(*이 기사는 네티즌, 전문가, 기자가 참여한 <블로그> 기사로 한겨레의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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