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올레 서명숙 이사장(52)
고향 제주에 ‘올레길’ 닦은 서명숙 이사장
도보여행과 사회적 기업, 언뜻 봐서는 연결고리를 찾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제주 도보여행 코스 ‘제주 올레’를 만든 사단법인 제주올레의 서명숙 이사장(52·사진)이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만들어져 있는 길로 다니다 자신의 고향 제주에 직접 길을 만들면서 그의 행보는 사회적 가치를 지향하면서 안정적인 수익 기반을 마련해야 하는 사회적 기업가의 그것과 같아졌다.
“혼자 좋아하는 일 좀 해보자고 시작한 것이 2년 정도 흐르고 보니 식구들 월급도 줘야 하는 상황이 되고, 알고 보니 본의 아니게 사회적 기업을 하고 있는 거예요.” 지난 9월5일 한겨레경제연구소와 성공회대가 함께 진행하는 ‘2009 사회적 기업가 학교’(학교장 신영복 성공회대 석좌교수) 입학식 특별강연에서 서 이사장은 사회적 기업을 만든 자신의 경험담을 200여 명의 수강생들에게 들려주었다.
사무국은 콘텐츠 개발하고 주민들 체험·숙소사업 참여
올해 10만명 찾아…‘생태문화여행’ 명소 만드는 게 꿈 그가 ‘제주 올레’를 만든 것은 생각의 문을 열면서 이뤄졌다. 전직 기자였던 서 이사장이 길을 만들겠다고 나선 데에는 스페인 산티에고 도보여행에서 만난 영국인 친구의 말 한 마디가 결정적인 영향을 주었다. “우리는 이곳에서 참 행복했고 많은 것을 얻었어. 그러니 그 행복을 다른 사람들에게도 나눠줘야 한다고 생각해. 누구나 우리처럼 산티아고에 오는 행운을 누릴 순 없잖아. 우리, 자기 나라로 돌아가서 각자의 까미노(길)를 만드는 게 어때?” 이 말이 그의 생각의 문을 활짝 열어줬고, 제주올레의 씨앗이 되었다. 스페인에서 돌아온 그는 ‘산티아고 못지않은 아름답고 평화로운 길’을 위한 본격적인 길 만들기에 나섰다. 하지만 고향을 떠난 지 30년이 넘었고 마땅한 자금력이 있는 것도 아닌 그에게 숨은 길을 찾거나 끊어진 길을 잇는 일이 만만치 않았다. 그러나 그와 뜻을 같이하는 사람들이 하나 둘 늘어나면서 곳곳에서 도움의 손길이 뻗쳐 왔다. 자원봉사자인 ‘올레지기’들은 해안가의 돌멩이를 날라다 끊어진 돌다리를 이어주었다. 지역의 어르신들은 옛날 고향 지역의 이야기나 안내를 해 줬고, 심지어 해병대 장병, 특전사 군인들은 난코스에 길을 터주기도 했다. “올 들어 8월까지 10만 명이 올레 코스를 다녀갔어요. 상근자 6명의 작은 조직이 오롯이 감당할 수 없는 숫자죠. 하지만 올레와 함께하는 이들이 있기 때문에 가능했어요.” 서 이사장은 ‘사람을 모으는 것은 올레의 몫이고, 그들의 지갑을 열게 하는 것은 주민의 몫이다’라는 역할분배 원칙을 세우고 있다. 숙소, 음식, 체험 등은 모두 지역주민들이 맡고, 사무국은 기념품, 출판 등 관련 콘텐츠 개발과 회원 후원금으로만 운영해 나가고 있다. “지역 주민들과의 역할 나누기 원칙은 앞으로도 변함없이 지켜나갈 겁니다. 그래야 항상 당당할 수 있죠. 회원 수가 점점 늘어나고 있어 힘을 얻고 있습니다.” 그의 꿈은 제주올레를 ‘그린컬처 투어리즘’의 세계적인 명소로 만드는 것이다. 그래서 제주를 찾는 모든 사람들에게 제주의 자연경관과 문화, 풍습 등을 총체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여행지가 됐으면 한다.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길이라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잘 모르겠습니다. 여러분이 사회적 기업에 대해 더 연구하고 고민하고 여러 가지 경험을 하기 위해 오신 것을 보면서 저도 공부해야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우렁찬 박수를 받으며 강단에서 내려온 서 이사장의 까맣게 그을린 얼굴이 자유롭고 행복해 보였다. 이현숙 한겨레경제연구소 연구위원 hslee@hani.co.kr, 사진 사회적경제뉴스isen 제공
올해 10만명 찾아…‘생태문화여행’ 명소 만드는 게 꿈 그가 ‘제주 올레’를 만든 것은 생각의 문을 열면서 이뤄졌다. 전직 기자였던 서 이사장이 길을 만들겠다고 나선 데에는 스페인 산티에고 도보여행에서 만난 영국인 친구의 말 한 마디가 결정적인 영향을 주었다. “우리는 이곳에서 참 행복했고 많은 것을 얻었어. 그러니 그 행복을 다른 사람들에게도 나눠줘야 한다고 생각해. 누구나 우리처럼 산티아고에 오는 행운을 누릴 순 없잖아. 우리, 자기 나라로 돌아가서 각자의 까미노(길)를 만드는 게 어때?” 이 말이 그의 생각의 문을 활짝 열어줬고, 제주올레의 씨앗이 되었다. 스페인에서 돌아온 그는 ‘산티아고 못지않은 아름답고 평화로운 길’을 위한 본격적인 길 만들기에 나섰다. 하지만 고향을 떠난 지 30년이 넘었고 마땅한 자금력이 있는 것도 아닌 그에게 숨은 길을 찾거나 끊어진 길을 잇는 일이 만만치 않았다. 그러나 그와 뜻을 같이하는 사람들이 하나 둘 늘어나면서 곳곳에서 도움의 손길이 뻗쳐 왔다. 자원봉사자인 ‘올레지기’들은 해안가의 돌멩이를 날라다 끊어진 돌다리를 이어주었다. 지역의 어르신들은 옛날 고향 지역의 이야기나 안내를 해 줬고, 심지어 해병대 장병, 특전사 군인들은 난코스에 길을 터주기도 했다. “올 들어 8월까지 10만 명이 올레 코스를 다녀갔어요. 상근자 6명의 작은 조직이 오롯이 감당할 수 없는 숫자죠. 하지만 올레와 함께하는 이들이 있기 때문에 가능했어요.” 서 이사장은 ‘사람을 모으는 것은 올레의 몫이고, 그들의 지갑을 열게 하는 것은 주민의 몫이다’라는 역할분배 원칙을 세우고 있다. 숙소, 음식, 체험 등은 모두 지역주민들이 맡고, 사무국은 기념품, 출판 등 관련 콘텐츠 개발과 회원 후원금으로만 운영해 나가고 있다. “지역 주민들과의 역할 나누기 원칙은 앞으로도 변함없이 지켜나갈 겁니다. 그래야 항상 당당할 수 있죠. 회원 수가 점점 늘어나고 있어 힘을 얻고 있습니다.” 그의 꿈은 제주올레를 ‘그린컬처 투어리즘’의 세계적인 명소로 만드는 것이다. 그래서 제주를 찾는 모든 사람들에게 제주의 자연경관과 문화, 풍습 등을 총체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여행지가 됐으면 한다.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길이라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잘 모르겠습니다. 여러분이 사회적 기업에 대해 더 연구하고 고민하고 여러 가지 경험을 하기 위해 오신 것을 보면서 저도 공부해야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우렁찬 박수를 받으며 강단에서 내려온 서 이사장의 까맣게 그을린 얼굴이 자유롭고 행복해 보였다. 이현숙 한겨레경제연구소 연구위원 hslee@hani.co.kr, 사진 사회적경제뉴스isen 제공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