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쪽의 댐 방류로 임진강 수위가 갑자기 높아지면서 야영객 6명이 실종된 경기도 연천군 미산면 사고 현장에서 7일 오후 사고 피해자와 유가족들이 물에 잠겼던 차량 주변을 살펴보고 있다. 연천/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군·경 등 2500명 수색작업 벌여
7일 오후 경기도 연천군 임진교 사고 현장에는 불었던 물이 빠지면서 창문이 부서지고 진흙으로 범벅이 된 차량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차량들 주위로는 사고 현장에서 미처 챙기지 못했던 운동화, 낚시도구, 텐트 등이 나뒹굴었다. 6일 새벽 낚시동호회 동료들과 밤낚시를 왔다가 겨우 몸만 빠져나왔다는 이영일(53)씨는 “강물에 잠겼던 차량을 가져 가려고 견인차를 불렀다”며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모르겠다”고 넋을 놓고 말했다.
임진교에서 약 800m 떨어진 사고 현장에서는 6일 오전 사고수습대책본부를 중심으로 수색 작업이 벌어졌다. 소방서, 군청, 경찰서, 군 등에서 지원된 2500여명의 인력이 임진강을 따라 수색 작업을 벌였고, 본부에서는 300여명의 인력이 주검 발견과 피해 등 상황을 종합했다. 오후 1시20분께는 한승수 총리가 사고대책본부에 도착해 119 구조 헬기를 타고 현장을 둘러보기도 했다.
실종된 주검이 하나둘씩 발견되자 왕징면사무소 임시 대기실에 모여 있던 실종자 가족들은 고통스럽게 울었다. 세번째로 발견된 주검이 이경주(38)씨로 확인되자 이씨의 어머니는 주먹으로 가슴을 내리치며 통곡하다 정신을 잃고 구급차에 실려갔다. 실종된 이들과 한진택배 일산센터에서 함께 근무했던 강춘석(44)씨는 “토요일에 일이 일찍 끝나자 가까운 데 가서 다슬기와 참게를 잡아 매운탕이나 끓여먹자고 모였던 것”이라며 “나도 함께 가려다가 종친회에서 벌초를 가자고 해서 동료들만 보냈는데 이런 일이 일어났다”고 말했다.
주검이 안치된 연천군보건의료원 장례식장에서는 주검을 확인한 유가족들이 황망한 표정으로 앉아 있었다. 비룡대교 부근에서 혼자 낚시를 하다 변을 당한 김대근(40)씨의 아버지 김순호(70)씨는 “나라에서는 자꾸 책임을 북한으로 떠넘기려 하는데 엄밀히 말하면 책임은 정부에 있다”며 “이번 사고도 인재로 미리 막을 수도 있었을 텐데 정말 답답하다”며 눈물을 흘렸다. 일부 유가족은 사고 뒤 당국의 대처에 불만을 제기하기도 했다. 한 유가족은 “이번 사고는 간접 살인이나 다름없다”며 “시신 수습 뒤 유가족대책위원회를 만들어 정부에 정식으로 문제점을 지적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연천/송채경화 기자 kh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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