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대체입법 전에도 판결엔 위헌요소 반영해야”
헌법재판소에서 헌법 불합치 결정을 받은 법률 조항이 헌재가 정한 시한까지 개정되지 않았다면, 결정 선고 당시 그 효력이 이미 상실된 것으로 봐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재판장 이진만)는 전직 교사 한아무개씨가 ‘범죄 경력을 이유로 퇴직연금을 깎은 것은 부당하다’며 공무원연금관리공단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이런 취지로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7일 밝혔다.
한씨는 한의사 자격이 없는데도 돈을 받고 환자들에게 침을 놔준 혐의로 기소돼 2007년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퇴직했다. 공무원연금관리공단은 ‘재직 중의 사유로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았을 경우 일부를 감액한다’는 공무원연금법 조항을 들어 지난해 2월 한씨에게 퇴직연금 일시급과 퇴직수당의 절반만 지급했다.
그러나 문제의 조항에 대해 헌재는 2007년 3월 “공무원의 직무와 관련 없는 범죄를 저지른 경우에도 퇴직급여 등을 제한하는 것은 지나친 차별”이라며 헌법 불합치 결정을 한 상태였다. 헌재는 당시 단순위헌 선언으로 해당 법 조항의 효력을 즉시 없앨 때 일어날 부작용을 염려해 2008년 말까지 개선 법안을 마련하라는 뜻에서 헌법 불합치 결정을 했지만, 이후 법 개정은 이뤄지지 않았다.
서울행정법원 재판부는 “행정청이 해당 법률의 효력이 존속한다는 이유만으로 헌법 불합치 결정 취지에 반하는 처분을 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며 퇴직연금 등을 절반만 지급한 처분은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법 개정 전에 변형 위헌결정인 헌법 불합치 결정에 따라 위헌이 선언된 조항을 계속 적용했더라도, 법 개정으로 위헌성을 바로잡지 않았다면 이를 계속 적용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뜻이다.
재판부는 “비록 헌재가 일정 시한까지 법률 효력을 유지시켰다 해도 합헌과 위헌 부분의 적용 영역이 어느 정도 구분될 수 있는 경우 그 법률을 합헌(인 조항들)에 한해 잠정 적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송경화 기자 freehw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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