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전선 부근의 임진강 댐들
‘무단방류’ 커지는 의문
임진강에서 6명이 북쪽의 댐 방류로 인해 희생된 사건과 관련해 하루 만인 7일 북쪽이 이 사실을 공식 인정했다. 그러나 4000만t가량의 저장수를 ‘긴급’ 방류한 이유는 언급하지 않아 의문을 일으키고 있다. 전문가들은 수공(물공격) 위협이나 댐 공사 과정의 사고 등을 원인으로 추정하고 있다. 청와대는 “수공 가능성도 분석중”이라고 밝혀 이번 사건이 또다른 남북문제로 비화할 조짐도 보이고 있다.
8일 한국수자원공사는 임진강 북쪽 댐이 ‘4월5일댐’ 1·2·3·4호와 ‘황강댐’ 등 모두 5개라고 밝혔다. 이 가운데 4월5일댐 1·2호와 3·4호 사이에 있는 황강댐은 2007년 완공된 것으로 저수량이 3억5000만t에 이르며, 홍수조절 기능을 가지고 있다. 황강댐 하류에 2001년께 완공된 1·2호는 각각 저수용량이 2000만t, 770만t이며, 황강댐 상류 3·4호는 저수용량이 확인되지 않고 있다. 이들 4개 댐은 수문이 없는 ‘무너미언제’(월류식 댐)로 알려져 있다.
수자원공사는 “4월5일댐들은 주목적은 물을 가두는 것이어서 애초 수문이 없는 월류식으로 건설됐다”며 “이 댐은 수량이 많으면 댐 위로 물이 흘러넘치게 된다”고 밝혔다. 그러나 월류식 댐에서 물이 흘러넘치는 경우 이번처럼 많은 양의 물이 한꺼번에 쏟아지는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따라서 이번 사고는 저수용량이 큰 황강댐에서 수문을 열어 물이 쏟아진 뒤 4월5일댐 1·2호를 지나 남쪽 임진강 유역을 휩쓴 것이라고 수자원공사는 분석했다.
그러나 왜 북쪽이 갑자기 황강댐 수문을 열었는지는 불분명하다. 전문가들은 수공 위협이나 댐 자체 결함 등 두 가지 가능성을 거론했다. 지홍기 영남대 교수(토목공학)는 “이번 방류는 수공 위협이었을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계절적으로 물을 저장해야 할 때 대량 방류를 했다는 점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댐 자체 결함이나 댐 공사 과정에서 일어난 사고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점쳐지고 있다. 수자원공사의 한 관계자는 “북한에서도 잦은 기상이변이나 홍수에 대비해 무너미언제에 수문을 설치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공사 과정에서 물막이 시설에 문제가 생겨 댐 유실이나 붕괴를 피하기 위해 갑자기 물을 방류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박재현 인제대 교수(토목공학)도 “댐 자체에 결함이 없었다면 아무런 통보 없이 급히 물을 방류할 필요는 없었을 것”이라고 말해 댐에 어떤 문제가 발생했을 가능성을 말했다.
한편, 김성환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은 8일 “북한의 ‘수공’ 가능성도 열어놓고 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모든 가능성을 다 열어놓고 있다”며 “사고 당일 상황을 찍은 선명한 위성사진을 확보하기 위해 주변국과 협의중”이라고 말했다. 김기성 김성환 기자 player00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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