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대포털 모금운동 ‘베스트 10’
독도광고 50일만에 2억 훌쩍
불우 어린이엔 국경넘어 온정
독도광고 50일만에 2억 훌쩍
불우 어린이엔 국경넘어 온정
우리나라 누리꾼들은 흔히 쉽게 모이고 쉽게 흩어진다. 그런데, 꾸준한 관심뿐 아니라 모금으로 이어지게 할 만큼 누리꾼을 움직이는 사안도 없지 않다.
9일 포털업체 다음과 네이버가 운영하는 모금운동 사이트에서 그동안 모금액이 가장 많았던 이슈를 살펴보니, ‘무엇이 누리꾼을 움직이게 하는가’를 엿볼 수 있는 실마리가 발견됐다.
누리꾼들은 먼저 ‘민족문제’에 큰 관심을 나타냈다. 다음에서 펼쳐진 모금운동 가운데 모금액이 1000만원을 넘긴 사례는 12번으로, 이 가운데 절반 가까운 5번이 독도나 우토로 마을 등 민족문제와 관련된 것이었다. 다음은 개인·단체가 모금운동을 제안해 누리꾼들의 일정한 지지를 얻으면 심사를 통해 공식 모금운동(‘희망 모금’)을 펼치는데, 2007년 12월부터 이날까지 모두 177차례 진행됐다. 모금 최고액을 기록한 사안은 역시 독도 관련이었다. 지난해 7월10일부터 83일 동안 진행된 ‘독도 광고 기금’ 모금에 2억1천여만원이 걷혔다. 이 돈은 같은해 8월25일 미국 <워싱턴포스트>에 독도 광고를 싣는 데 쓰였다. 현재 진행중인 ‘안중근 기념관 건립’ 모금은 채 한달도 안돼 1000만원 넘게 모였다. 육심나 다음커뮤니케이션 사회공헌팀장은 “누리꾼들은 ‘나’와 직접 관련이 있다고 느끼면 기부에 참여하는 성향이 강하다”며 “민족적 사안은 ‘내 나라 일’이라고 인식하기 때문에 참여도가 높은 것 같다”고 설명했다.
누리꾼들은 또, 어려운 처지에 놓인 사람 가운데서도 유독 ‘불쌍한 어린이’에 높은 관심을 표시했다. 네이버의 ‘해피빈’ 모금 순위를 보면, ‘황산테러 피해자 돕기’ 등을 제외하면, 누리꾼들은 대체로 국내외 어린이를 돕는 데 기꺼이 지갑을 열었다. 모금액이 가장 많은 1~3위도 어린이단체가 주최한 모금행사였다. 네이버의 해피빈 모금은 개별 누리꾼 위주로 운영되는 다음 쪽과 달리 비영리 단체가 등록해 모금운동을 펼치는 방식이다. 다음 희망모금의 경우에도, 민족 이슈를 빼면 북한 어린이나 난치병 어린이 돕기 등이 높은 순위를 차지했다.
정상진 서강대 교수(사회학)는 “식민지 경험 등 역경을 거친 한국인에게 민족의식은 개인차를 훌쩍 뛰어넘는 보편적 정서”라며 “사회적 약자 중에서도 어린아이는 순수와 성스러움을 상징하기 때문에 다수가 공감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경미 기자 km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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