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오후 서울 고려대 4·18기념관 강당에서 ‘친일파 진상규명을 위한 대학생 민간법정’이 열렸다. 고려대·경북대·서울대·이화여대·중앙대 등의 학생들이 주축이 된 민간법정추진위원회는 박정희·김성수·김활란·이병도·현제명·임영신 등 6명의 친일행위를 고발하고, 이 가운데 박정희 전 대통령을 법정에 세웠다.
민간법정에는 한상렬 통일연대 상임대표와 유선희 민주노동당 최고위원이 재판관으로 참석했다. 대학생들로 이뤄진 검사단과 변호인단은 100여명의 대학생 방청객 앞에서 박 전 대통령의 친일행적을 놓고 열띤 공방을 벌였다. 그의 친일행위는 크게 일본군 장교 당시의 행적과 한일협정 체결에 맞춰졌다.
검사단은 “박정희는 스스로 만주군관학교에 들어간 뒤 만주군 보병 8단 장교로 항일 독립세력 토벌활동을 벌였고, 1965년 굴욕적인 한일협정을 맺어서 치욕스런 역사를 바로잡을 기회를 박탈했다”며 “전 민족의 이름으로 박정희를 기소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변호인단은 “박정희는 일본군 장교였지만 적극적인 친일행위가 규명되지 않았고, 한일협정을 통해 한일관계를 정상화하고 경제성장을 일궈낸 공을 인정해야 한다”며 맞섰다.
1시간여 동안의 공방 끝에 재판부는 “자발적으로 일본군 장교가 돼 충성을 다했던 점은 친일성을 입증하고, 일본의 반성과 사과 없이 굴욕적인 협정을 맺은 것은 민족 전체에 대한 범죄가 분명하다”며 유죄로 판결했다. 민간법정 추진위 관계자는“친일 문제를 반드시 짚고 넘어가자는 의미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을 상징적으로 내세워 민간법정을 열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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