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일전쟁과 을사조약 직후에도 일본인들이 동해를 ‘조선해’로 불렀다는 사실이 한 기행문에서 확인됐다.
울산대 역사문화학과 허영란 교수는 최근 일본 국회도서관에서 일본인 유명 기행작가 에미 스이인(1869∼1935)이 쓴 <실지탐험 포경선>이란 제목의 책에서 1906년에도 일본인들이 동해를 조선해로 불렀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13일 밝혔다.
에미 스이인이 쓴 이 책의 내용을 보면, “1906년 4월19일 오후 4시. ‘조선해’의 울릉도 남서쪽 24마일 해상. 선장이 갑자기 흥분하며 ‘고래떼, 고래떼다’라고 외친다”라는 대목 등 수차례 걸쳐 현재의 동해를 ‘조선해’로 표기한 내용이 나온다. 이 작가는 울산 장생포 앞바다는 물론 울릉도 일대의 바다까지 모두 ‘조선해’라고 적었다.
허 교수는 “당시 일본인 작가조차도 동해를 ‘조선해’로 인식했고 ‘일본해’로 인식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증거자료”라며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과 동해의 일본해 표기에 대응할 수 있는 자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200여쪽 분량의 이 책은 이 작가가 1906년 4월16일부터 5월3일까지 18일 동안 울산 장생포에 머물며 두 차례 일본의 고래잡이배를 타고 바다로 나가서 경험한 일, 잡은 고래의 해체 과정, 장생포 마을의 풍경 등을 기록했다. 또 울릉도 남서쪽에서 수염고래떼를 발견해 한 마리를 잡았고, 울산 앞바다에 혹등고래, 수염고래, 흰수염고래 등 7종류의 대형 고래류가 떼를 지어 다녔다는 내용도 적었다.
부산/신동명 기자 tms13@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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