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여행’으로 떠난 히말라야 트레킹 넷째 날인 지난달 30일 오후, 여행자들이 타토파니 마을로 향하는 길에 계곡 사이로 설치된 구름다리를 건너고 있다.
낮엔 히말라야 길 뚜벅뚜벅…
밤엔 현지마을 살림 보태고…
밤엔 현지마을 살림 보태고…
여성 13명이 한 줄로 늘어서 산길을 걸었다. 남들은 산꼭대기에 오르려 안간힘인데, 이들은 숲과 폭포를 헤치고 깊은 계곡을 돌아 평화롭게 걸었다. 히말라야 산맥의 해발 3000m 길을 엿새 동안 트레킹한 것이다.
그렇다고 풍광만 즐긴 건 아니다. ‘보고 먹고 즐기는 관광’이 아니라 ‘느끼고 어울리고 나누는 여행’을 했다. ‘공정여행’을 함께 한 것이다. 공정여행이란 현지 환경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현지인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여행을 하자는 운동으로, 영미권에서는 1980년대 후반부터 시작됐다. 윤리적 여행, 책임여행이라고도 불린다. 우리나라에선 올해 초 중국 윈난성 소수민족을 만나는 ‘공정여행 1호 상품’이 나오면서 비로소 대중화가 시작됐으나 아직은 걸음마 단계다.
예비 사회적 기업인 ‘여행협동조합 맵(MAP)’이 기획해 지난달 24일부터 11박12일 동안 진행한 ‘여자들의 공정여행-내 생애 첫 히말라야 트레킹’도 새로운 시도의 하나다.
이번 여행에는 한국 여행자뿐 아니라 10명의 현지 가이드와 포터까지 모두 여자들만 참여했다. 가이드와 포터들은 럭키 체트리(43) 등 세 자매가 운영하는 ‘스리시스터스’ 여행사 소속이었다. 이 여행사는 금녀의 영역이었던 관광산업에 뛰어들어 여성 가이드와 포터를 길러내는 곳으로 유명하다. 세 자매는 네팔 여성들의 직업교육을 돕는 비영리단체도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현지의 발전을 돕는다는 공정여행의 취지에 걸맞은 여행 파트너였다.
여행자들은 떠나기 전 불필요한 짐을 줄이도록 교육받았다. 숙식은 현지 마을에서 해결하고 필요한 것도 현지에서 사서 쓴다는 원칙 덕에 텐트나 요리도구 등도 불필요했다. 포터 한 명이 맡는 짐은 6㎏을 넘지 않았다.
여행자들은 또 쓰레기를 만들지 않으려 페트병 생수를 사지 않고 각자 지닌 물통에 지하수를 받아 마시기도 했다. 한 여행자가 봉투 사용을 줄이자고 제안해 기념품을 살 때도 한 봉투에 모아 담기도 했다. 트레킹 도중에 묵었던 숙소는 저수탱크가 작아 더운물을 아껴야 했지만 누구 하나 불평하지 않았다.
여행자들은 모두 몸이 약간 불편한 대신 마음이 훨씬 편하고 즐거웠다고 했다. 장효선(19)양은 “가축처럼 끌려다니는 패키지 여행보다 훨씬 자유로웠다”고 했고, 이소정(28)씨는 “여행자와 가이드가 친구처럼 지내 좋았다”고 말했다.
이들은 히말라야 묵디나트 마을(해발 3800m)까지 올랐다가 휴양도시 포카라(해발 620m)로 내려와 여행을 마무리했다. 공정여행은 맵 말고도 국제민주연대, 이매진피스 등이 진행하고 있다.
네팔 포카라/글·사진 이경미 기자 kmlee@hani.co.kr
네팔 포카라/글·사진 이경미 기자 kmlee@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