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오후 고대 구로병원에서 티엔티코리아의 클리니컬 서비스 전담기사인 김영룡(26)씨가 신종 플루 백신 임상시험용 혈액 샘플이 담긴 포장상자 내부 온도를 실시간으로 재어 기록하는 측정기를 살펴보고 있다.
‘신종플루 임상 혈액’ 운송과정 따라가보니
건강 관심 늘어 백신·임상샘플 운송업 매년 30%씩↑
정확한 온도로 옮기는 게 관건…외국업체 속속 도전
건강 관심 늘어 백신·임상샘플 운송업 매년 30%씩↑
정확한 온도로 옮기는 게 관건…외국업체 속속 도전
국내 제약업체들이 ‘신종 인플루엔자 A’(신종플루) 예방백신을 확보하기 위한 임상시험에 들어간 가운데 임상시험자의 혈액 샘플과 백신 등을 운반할 바이오 특송 업체들도 바빠졌다. 국내에선 아직 낯설지만, 임상시험처럼 매일 온도·시간과 싸우는 바이오 특송은 운송비가 일반운송비의 7~8배에 이르는데다 해마다 15~30%가량 성장해, 황금알을 낳는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떠오르는 분야다. 바이오 물류산업의 현주소를 살펴보기 위해, 지난 9일 국제 특송업체인 티엔티(TNT)코리아가 녹십자의 신종플루 임상시험 혈액 샘플을 운송하는 4시간여의 과정에 동행했다.
오전 10시30분
특수포장 상자 점검 서울 강서구 마곡동 티엔티코리아 물류센터. 직원들이 임상시험 샘플을 담을 특수포장상자 2개를 최종점검 중이다. 오늘의 ‘미션’은 상자 안 온도를 냉장 2~8도로 유지하는 것이다. 특수포장재질로 만들어진 상자 안엔 냉장·냉동팩을 가득 채웠다. 계절이나 기온, 배송지에 따라 포장재 종류와 냉장·냉동팩을 넣는 개수, 위치 등도 달라진다. 포장상자 안쪽 온도를 실시간으로 기록하는 온도 측정장치도 달렸다. 상자를 운송하는 클리니컬 서비스 전담차량엔 냉동기가 설치돼 있고, 차량 위치와 내부 온도가 본사 사무실에 실시간으로 전송된다. 돌발상황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낮 12시24분
혈액샘플 수거 포장 클리니컬 서비스 전담기사인 김영룡(26)씨가 수원 성빈센트병원에 도착해 임상시험자 52명의 혈액 샘플이 담긴 작은 상자를 건네받았다. 이때부터 김씨의 손길이 바빠진다. 우선 혈액이 흘러내릴 때를 대비해 흡습제가 들어 있는 랩으로 상자를 싼다. 다음은 0.1초와의 전쟁이다. 포장상자를 여는 순간 실내공기가 들어가기 때문에, 눈 깜짝할 새 작업을 마쳐야 한다. 포장상자 안쪽 온도는 5도에서 순식간에 8도로 올라갔다. 낮 12시40분
적정온도 맞추기 다음 목적지인 고대 안산병원으로 향하는 길, 10여분이 지나도 온도가 좀처럼 내려가지 않아 초조해하던 김씨는 차량 냉동기를 가동하고 포장상태를 다시 점검하는 ‘긴급처방’을 했다. 그제야 온도가 6도로 떨어졌다. 온도 측정기에 기록된 시간대별 상황은 제약사에 파일로 전달된다. 물품의 온도, 포장, 복잡한 해외 통관 절차 등을 책임지는 코디네이터 임지화씨는 “바이오 운송은 온도 1도에 살고 죽는 ‘온도와의 싸움’”이라고 설명했다. 48시간 이내에 -120도 이하 초저온 질소탱크 안에 넣어 배송해야 하는 제대혈이나, 접히지 않도록 조심조심 옮겨야 하는 화상 환자 이식용 피부세포는 가장 까다로운 ‘손님’이다. 오후 2시37분
목적지 도착
95명의 혈액 샘플을 고대 구로병원에 성공적으로 운송하고 나서야 시간과 온도와의 전쟁은 끝이 났다. 지난 7~10일 백신의 안전성과 면역성을 가늠할 1차 임상시험을 끝낸 녹십자는 추가 시험을 거쳐 오는 11월부터 국산 백신을 공급하게 된다. 2002년부터 바이오 운송서비스를 시작한 티엔티코리아는 이 분야에서 매출 규모를 해마다 65~81%씩 늘리고 있다. 티엔티코리아 마케팅팀 관계자는 “포화 상태인 일반운송시장에서 눈을 돌려, 운송 한 건당 수백만원을 받기도 하는 고부가가치 서비스에 주목한 결과”라고 말했다.
민감하고 정확한 온도 조정, 특수 포장 기법, 까다로운 국제 운송 규정 등 여러 제약 조건 때문에 아직까지 바이오 운송을 특화해 서비스하는 업체는 많지 않다. 국내에선 티엔티코리아와 월드쿠리어 두 곳이 대표적이다. 전세계 132개 지사를 둔 바이오 전문 운송업체인 월드쿠리어의 조우진 한국지사장은 “국내 시장 규모는 매년 20~30%씩 성장하고 있다”며 “2003년 지사 설립 때만 해도 거의 경쟁이 없던 분야였는데 최근 글로벌 물류업체들도 이 분야를 강화하는 추세”라고 전했다. 유피에스(UPS)는 2007년 임상 샘플 발송 서비스를 시작했다. 한국 정부가 바이오 산업을 신성장동력의 하나로 꼽은 만큼 이쪽 서비스를 더 강화할 방침이다. 세계적으로 지난 6월부터 의료 특송서비스를 시작한 디에이치엘(DHL) 쪽은 “의료특송산업이 매년 15% 이상 성장하고 있어, 내년 국내에서도 공식 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글·사진 황예랑 기자 yrcomm@hani.co.kr
특수포장 상자 점검 서울 강서구 마곡동 티엔티코리아 물류센터. 직원들이 임상시험 샘플을 담을 특수포장상자 2개를 최종점검 중이다. 오늘의 ‘미션’은 상자 안 온도를 냉장 2~8도로 유지하는 것이다. 특수포장재질로 만들어진 상자 안엔 냉장·냉동팩을 가득 채웠다. 계절이나 기온, 배송지에 따라 포장재 종류와 냉장·냉동팩을 넣는 개수, 위치 등도 달라진다. 포장상자 안쪽 온도를 실시간으로 기록하는 온도 측정장치도 달렸다. 상자를 운송하는 클리니컬 서비스 전담차량엔 냉동기가 설치돼 있고, 차량 위치와 내부 온도가 본사 사무실에 실시간으로 전송된다. 돌발상황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낮 12시24분
혈액샘플 수거 포장 클리니컬 서비스 전담기사인 김영룡(26)씨가 수원 성빈센트병원에 도착해 임상시험자 52명의 혈액 샘플이 담긴 작은 상자를 건네받았다. 이때부터 김씨의 손길이 바빠진다. 우선 혈액이 흘러내릴 때를 대비해 흡습제가 들어 있는 랩으로 상자를 싼다. 다음은 0.1초와의 전쟁이다. 포장상자를 여는 순간 실내공기가 들어가기 때문에, 눈 깜짝할 새 작업을 마쳐야 한다. 포장상자 안쪽 온도는 5도에서 순식간에 8도로 올라갔다. 낮 12시40분
적정온도 맞추기 다음 목적지인 고대 안산병원으로 향하는 길, 10여분이 지나도 온도가 좀처럼 내려가지 않아 초조해하던 김씨는 차량 냉동기를 가동하고 포장상태를 다시 점검하는 ‘긴급처방’을 했다. 그제야 온도가 6도로 떨어졌다. 온도 측정기에 기록된 시간대별 상황은 제약사에 파일로 전달된다. 물품의 온도, 포장, 복잡한 해외 통관 절차 등을 책임지는 코디네이터 임지화씨는 “바이오 운송은 온도 1도에 살고 죽는 ‘온도와의 싸움’”이라고 설명했다. 48시간 이내에 -120도 이하 초저온 질소탱크 안에 넣어 배송해야 하는 제대혈이나, 접히지 않도록 조심조심 옮겨야 하는 화상 환자 이식용 피부세포는 가장 까다로운 ‘손님’이다. 오후 2시37분
목적지 도착
95명의 혈액 샘플을 고대 구로병원에 성공적으로 운송하고 나서야 시간과 온도와의 전쟁은 끝이 났다. 지난 7~10일 백신의 안전성과 면역성을 가늠할 1차 임상시험을 끝낸 녹십자는 추가 시험을 거쳐 오는 11월부터 국산 백신을 공급하게 된다. 2002년부터 바이오 운송서비스를 시작한 티엔티코리아는 이 분야에서 매출 규모를 해마다 65~81%씩 늘리고 있다. 티엔티코리아 마케팅팀 관계자는 “포화 상태인 일반운송시장에서 눈을 돌려, 운송 한 건당 수백만원을 받기도 하는 고부가가치 서비스에 주목한 결과”라고 말했다.
민감하고 정확한 온도 조정, 특수 포장 기법, 까다로운 국제 운송 규정 등 여러 제약 조건 때문에 아직까지 바이오 운송을 특화해 서비스하는 업체는 많지 않다. 국내에선 티엔티코리아와 월드쿠리어 두 곳이 대표적이다. 전세계 132개 지사를 둔 바이오 전문 운송업체인 월드쿠리어의 조우진 한국지사장은 “국내 시장 규모는 매년 20~30%씩 성장하고 있다”며 “2003년 지사 설립 때만 해도 거의 경쟁이 없던 분야였는데 최근 글로벌 물류업체들도 이 분야를 강화하는 추세”라고 전했다. 유피에스(UPS)는 2007년 임상 샘플 발송 서비스를 시작했다. 한국 정부가 바이오 산업을 신성장동력의 하나로 꼽은 만큼 이쪽 서비스를 더 강화할 방침이다. 세계적으로 지난 6월부터 의료 특송서비스를 시작한 디에이치엘(DHL) 쪽은 “의료특송산업이 매년 15% 이상 성장하고 있어, 내년 국내에서도 공식 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글·사진 황예랑 기자 yrcom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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