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68년 외무부 동북아과가 작성해 주일본 고베 영사에게 보낸 <아국내 원폭 피해자 실태보고>는 원폭 폭발에서 살아남은 한국인 피해자들이 폭발 당시 받은 육체적 고통을 생생히 보여준다. 이들은 일본인 피해자들과는 달리, 변변한 치료도 받지 못한 채 한많은 삶을 이어가야 했다. 보고서를 보면, 68년 8월 당시 한국원폭피해자 원호협회(현 한국원폭피해자협회)에 등록한 2054명 가운데 1193명(58.1%)은 ‘경환자’, 449명(21.9%)은 ‘중환자’로 분류됐다. 264명(12.9%)은 이미 숨진 상태였다. 중환자의 경우 이름, 성별(남자 367명, 여자 82명), 주소와 함께 전신화상, 반신불수, 전신 켈로이드(화상으로 인한 피부반흔), 안면화상, 조혈장애, 심장장애, 하족절단 등 병명과 부상 정도가 자세하게 기록돼 있다. 원폭의 특성상 화상(전신·안면 등)을 입은 사람이 전체 중환자의 86%(387명)에 이르렀다. 불구(전신·반신·절단·실명 등)가 31명(6.9%), 켈로이드 5명, 조혈장애를 앓는 사람은 3명이었다. 1명은 정신병 증세를 나타냈다. 원폭 폭발 당시의 강력한 폭풍에 의해 나타나는 내장 장해나 타박상 등을 호소한 사람은 22명(4.9%)이었다. 52명(11.6%)은 화상에 불구 등이 겹치는 ‘복합 부상’ 상태였다. %%990002%%올해 초 국가인권위원회가 발표한 원폭 피해자들에 대한 실태조사 결과에 비춰볼 때, 이들 가운데 상당수는 방사능의 영향으로 일찍 숨지거나 백혈병, 암 등을 앓았을 확률이 매우 높을 것으로 추정된다.김남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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