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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위험천만’ 도급택시 거리 누빈다

등록 2005-05-29 19:52수정 2005-05-29 19:52

법인 10대중 3대 ‘불법’…불황·처벌 미미 틈타 기승
과속등 승객안전 위협…부적격자 고용 범죄 악용도

서울 서북부 외곽의 한 엘피지 충전소 내 공터. 이곳에는 23일까지만해도 4개의 컨테이너 박스로 만들어진 사무실이 있었다. 하루에 60~70대의 택시들이 드나들면서 교대근무를 하려던 기사들로 북적거렸다. 이곳은 불법 도급택시를 운영하는 업체들의 사무실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컨테이너 박스들이 감쪽같이 없어져 버렸다. 불법 도급택시 업체들에 대한 단속이 있다는 소문이 돌자 어딘가로 사라진 것이다.

이곳에서 도급택시를 4개월 동안 몰았다고 밝힌 기사 김아무개(38)씨는 “이곳에 도급택시 업체 4곳이 있었다”며 “도급택시 회사는 꼭 정해진 차고지나 교대지가 필요 없기 때문에 단속이 있을 것이라고 예상되면 금방 다른 곳으로 사무실을 옮긴다”고 말했다.

최근 택시업계의 영업부진을 틈타 불법 도급택시들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도급택시는 영업허가를 받은 법인택시(회사택시)를 도급업자가 불하받아 영업을 하는 택시를 말한다. 도급업자가 택시회사에 일정액을 주고 그 회사의 택시를 몇 대씩 빌려 운영하는 식이다. 도급택시는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13조의 명의 이용금지 조항을 어긴 불법 영업이다. 전문가들은 서울 시내에서 운행되는 도급택시가 법인택시의 30% 가량 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도급택시들은 정비도 제대로 받지 않는데다 높은 사납금 때문에 과속 등 난폭 운전을 조장해 승객의 안전을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얘기다. 또 정식으로 신고가 돼 있지 않기 때문에 탈세가 손쉽게 이뤄진다.

심지어는 범죄에 악용되기까지 한다. 도급업자들이 택시기사 자격증도 없는 사람들을 고용하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김씨는 “도급업자들은 택시기사 자격증도 형식적으로 요구하고, 자격증이 없는 사람도 쉽게 채용한다”며 “같이 일하던 사람 중에도 자격증이 없는 사람들이 있었다”고 말했다.

3월 강도짓을 하기 위해 택시기사 일을 시작한 전아무개(33)씨도 도급택시를 이용했다. 전씨는 친구를 승객인 것처럼 뒷좌석에 태우고 다니며 서울 마포구에서 합승한 여자 승객을 흉기로 위협해 돈을 빼앗으려다 경찰에 붙잡혔다. 그는 택시기사 자격증도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같은 달 서울에서 여고생 승객을 성폭행하려다 미수에 그친 강아무개(37)씨도 도급택시를 몰던 기사였다. 민주택시연맹 기우석 기획국장은 “일부에서는 범죄에 이용하기 위해 일부러 도급택시를 운전하는 사람들도 있다는 이야기가 들린다”고 말했다.

하지만 택시업계의 영업부진과 함께 솜방망이 처벌 때문에 이런 도급 영업은 근절되기 힘든 상황이다. 택시회사는 쉬고 있는 택시를 빌려주고 한 달에 200여만원을 벌 수 있으니 좋고, 도급업자는 한 대당 수십만원의 이득을 취할 수 있으니 좋다.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위반으로 받는 처벌은 보통 벌금 100만원이 고작이고, 도급 영업을 하다가 적발돼도 해당 택시의 60일 영업정지로 끝난다.


피해를 보는 것은 선량한 도급택시 기사와 승객들이다. 도급택시 기사들은 기본급 없이 주간 4만원, 야간 6만원 정도의 사납금을 뺀 나머지 돈만을 자기 수입으로 하기 때문에 한 달에 120만원 이상을 벌기가 힘들다. 게다가 택시에 지급되는 엘피지 지원금도 대부분 택시회사와 도급업자에게 떼이기 일쑤다.

서울시 교통지도단속반 관계자는 “도급 영업이 워낙 은밀하게 이뤄지는 데다 대부분의 도급업체가 시 경계를 벗어난 경기도 일원에서 영업을 하고 있어 단속에 한계가 있다”며 “처벌을 강력하게 할 수 있도록 운수사업법을 개정하고 모든 지방자치단체가 도급 영업을 일소하겠다는 의지를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택시연맹 김성한 정책국장은 “심각한 택시업계 불황으로 도급 영업이 서울 전역으로 확대되고 있으며 다음달 서울의 택시요금이 인상되고 택시회전율이 더 떨어진다면 도급 영업은 더 기승을 부리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형섭 기자 sub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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