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운찬 국무총리 후보자의 발언을 계기로 정부·여당 쪽에서 행정 비효율을 이유로 한 행정도시(세종시) 반대 및 수정론이 잇따라 나왔다, 행정도시 찬성론자와 전문가들은 이런 움직임은 ‘아파트값 등 수도권 기득권 지키기’와 무관하지 않다고 풀이한다. 충남 연기·공주에 들어설 행정도시의 지역별 용도를 표시한 조감도.
[행정도시 건설 논란]
한나라당 “자족기능 떨어져 원안 수정해야”
야당·충청시민 “다음엔 혁신도시 흔들기냐”
한나라당 “자족기능 떨어져 원안 수정해야”
야당·충청시민 “다음엔 혁신도시 흔들기냐”
세종시(행정도시)를 둘러싼 논란이 뜨겁다. 한나라당과 보수언론을 비롯한 세종시 반대론자들은 행정도시가 건설되면 자족기능이 떨어지고, 비상사태 대처가 어려우며, 국가 균형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세종시 건설 계획을 수정하거나 백지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반면, 찬성론자들은 세종시는 국가 균형발전의 지렛대이며, 일부 반대론은 근거가 부족하거나 과장된 내용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세종시 반대론자들의 주요 주장이 타당한지를 따져본다.
■ 자족기능 떨어져 ‘유령도시’로 전락? 정운찬 국무총리 후보자는 지난 21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세종시에 대해 “국가적 차원에서 보면 행정적 비효율이 있고, 자족기능이 부족한 것 같다”고 사실상의 세종시 수정론을 거듭 밝혔다. 정두언 한나라당 의원도 최근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세종시는 처음부터 잘못된 정책으로, 지금 행정부처만 가면 유령도시가 되는 게 명약관화하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행정도시로 이전하는 정부 부처의 공무원이 1만여명에 불과하고, 산업용지와 상업용지 등의 비중도 분당과 일산의 절반 수준에 불과해 인구 50만의 자족도시 건설이 불가능하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그러나 찬성론자들은 이런 주장이 지극히 과장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안성호 대전대 교수(행정학)는 “중앙정부를 옮겨 새 수도를 건설한 미국의 워싱턴이나 캐나다의 오타와, 터키의 앙카라 등도 모두 자족기능이 생기고 인구가 늘어났다”며 “중앙부처를 옮기면 그에 따르는 주거, 교육, 의료, 상업, 문화 등 기능이 자연스레 형성된다”고 지적했다. 박상돈 자유선진당 의원도 “세종시에 정부 공무원뿐 아니라, 가족들까지 함께 옮겨가고 이들이 필요로 하는 시설이 들어서면 유령도시가 된다는 말은 성립할 수 없다”며 “대전 정부청사도 초기엔 이주하지 않는 사람들이 있었으나, 이전 기관 소속 전체 공무원의 97.7%가 5년 만에 대전으로 이주했다”고 말했다.
■ 비상사태 대처 어렵다? 차명진 한나라당 의원은 “국가 위기 상황에서 행정도시인 세종시에 있는 총리가 서울의 대통령을 만나 대책을 세우려면 2시간 이상 걸리는 등 적절히 대처하지 못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부부처가 서로 떨어져 있어서 전쟁이나 자연재해 등 비상 사태에 대처하기 힘들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이런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비상사태일 때는 서울에 있더라도 당연히 전화 등 유·무선 통신을 사용해 대처해야 하기 때문이다. 박상돈 의원은 “비상상황이 벌어졌는데, 즉시 전화나 화상통신을 이용하지 않고 기차를 타고 서울로 간다는 것이 말이 되냐”며 “서울로 간다고 해도 케이티엑스를 이용하면 1시간이면 충분하다”고 말했다. 이두영 충북경실련 사무처장은 “세종시에 중앙부처가 있어서 비상사태에 대비할 수 없다면 세종시 옆의 계룡시에 3군 참모본부가 모두 이전해 있는 것이나, 정부 3청사가 대전에 있는 것을 어떻게 설명할 것이냐”고 반문했다. ■ 충청권 표를 위한 정책이며 균형발전에 도움 안 된다? 보수 진영에서는 세종시를 단지 노무현 전 대통령이 대통령 후보 시절 충청권의 표를 얻기 위해 발표한 졸속 정책이라고 비난한다. 또 충청권만을 위한 정책으로서 다른 지역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세종시의 전신이라 할 임시 행정수도 건설은 박정희 전 대통령이 1977년 처음 추진하기 시작한 정책이다. 또 수도권의 과밀을 해소하고 지방을 발전시키기 위해 해방 뒤 60여년 동안 50여가지나 쏟아진 균형발전 정책의 연장선상에 있다. 이명박 정부가 행정·혁신도시 정책을 뒤집는다면 대한민국 역사상 국가 균형발전을 부정한 첫번째 정권이 된다. 안성호 교수는 “이미 박정희 정권 때 수도 이전이 계획됐고, 행정수도나 행정도시는 참여정부 당시 여야의 합의로 법률이 통과된 정책”이라며 “자신들이 두번이나 합의했던 일을 지금 와서 뒤집으려는 정부·여당 일부 인사들이야말로 심각하게 정략적인 집단”이라고 지적했다. 황희연 충북대 교수(도시공학과)도 “행정도시와 혁신도시는 국가 균형발전의 양대 축이며, 중앙부처가 이전하는 행정도시가 좌절되면, 중앙부처 산하 공공기관이 이전하는 혁신도시 역시 불가능하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김경욱, 대전/송인걸 기자 dash@hani.co.kr
■ 비상사태 대처 어렵다? 차명진 한나라당 의원은 “국가 위기 상황에서 행정도시인 세종시에 있는 총리가 서울의 대통령을 만나 대책을 세우려면 2시간 이상 걸리는 등 적절히 대처하지 못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부부처가 서로 떨어져 있어서 전쟁이나 자연재해 등 비상 사태에 대처하기 힘들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이런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비상사태일 때는 서울에 있더라도 당연히 전화 등 유·무선 통신을 사용해 대처해야 하기 때문이다. 박상돈 의원은 “비상상황이 벌어졌는데, 즉시 전화나 화상통신을 이용하지 않고 기차를 타고 서울로 간다는 것이 말이 되냐”며 “서울로 간다고 해도 케이티엑스를 이용하면 1시간이면 충분하다”고 말했다. 이두영 충북경실련 사무처장은 “세종시에 중앙부처가 있어서 비상사태에 대비할 수 없다면 세종시 옆의 계룡시에 3군 참모본부가 모두 이전해 있는 것이나, 정부 3청사가 대전에 있는 것을 어떻게 설명할 것이냐”고 반문했다. ■ 충청권 표를 위한 정책이며 균형발전에 도움 안 된다? 보수 진영에서는 세종시를 단지 노무현 전 대통령이 대통령 후보 시절 충청권의 표를 얻기 위해 발표한 졸속 정책이라고 비난한다. 또 충청권만을 위한 정책으로서 다른 지역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세종시의 전신이라 할 임시 행정수도 건설은 박정희 전 대통령이 1977년 처음 추진하기 시작한 정책이다. 또 수도권의 과밀을 해소하고 지방을 발전시키기 위해 해방 뒤 60여년 동안 50여가지나 쏟아진 균형발전 정책의 연장선상에 있다. 이명박 정부가 행정·혁신도시 정책을 뒤집는다면 대한민국 역사상 국가 균형발전을 부정한 첫번째 정권이 된다. 안성호 교수는 “이미 박정희 정권 때 수도 이전이 계획됐고, 행정수도나 행정도시는 참여정부 당시 여야의 합의로 법률이 통과된 정책”이라며 “자신들이 두번이나 합의했던 일을 지금 와서 뒤집으려는 정부·여당 일부 인사들이야말로 심각하게 정략적인 집단”이라고 지적했다. 황희연 충북대 교수(도시공학과)도 “행정도시와 혁신도시는 국가 균형발전의 양대 축이며, 중앙부처가 이전하는 행정도시가 좌절되면, 중앙부처 산하 공공기관이 이전하는 혁신도시 역시 불가능하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김경욱, 대전/송인걸 기자 das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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