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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한국정부-세계신문협, 신문법 놓고 날선 대립각

등록 2005-05-30 15:37수정 2005-05-30 15:37

노무현대통령이 30일 오전 코엑스에서 열린 제58차 세계신문협회 총회 개회식에 참석, 축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노무현대통령이 30일 오전 코엑스에서 열린 제58차 세계신문협회 총회 개회식에 참석, 축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2신]오레일리 회장대행 “언론 자율권 부당간섭”
이 총리 “담배끊기보다 어려운 게 한국신문”

노무현 대통령의 환영사가 끝난 뒤 개빈 오레일리 세계신문협회 회장대행은 노 대통령과 날카로운 대립각을 세우는 대회사를 발표해, 한국 언론 현실을 두고 한국 정부와 세계신문협회 사이의 뚜렷한 인식차가 불거졌다.

오레일리 회장대행은 대회사에서 “한국은 아직 언론자유와 정보의 자유로운 흐름에서 결함이 없지 않다”며 “메이저 신문과 정부 사이엔 심각한 긴장이 존재하고 있으며, 신문의 자유를 제한하기 위해 신문의 영향력을 깎아내리려는 계획이 있다는 주장이 정기적으로 제기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최근 국회를 통과한 신문법은 신문의 시장점유율을 제한하고 있다”며 “독자가 신문을 선택할 자유를 제한하는 것은 민주사회의 일반적 관례가 아니다”고 지적했다. 또 “신문의 발행인과 편집인의 자유와 자율권을 부당하게 간섭하려는 듯 보이는 것은 문제”라며 “세계신문협회는 이 문제를 언제라도 토의할 의지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해찬 총리도 개막식 직후 세계편집인포럼과의 간담회에서 “신문법은 점유율이 높다고 신문 발행 부수 자체를 제한하는 것은 아니며, 무가지와 경품 등 공정거래를 어기는 행위를 규제하기 위한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이 총리는 일부 국외 언론 관계자들이 신문법과 관련해 “신문의 판매부수를 제한하려는 게 아니냐”고 묻자 이렇게 대답했다. 그러나 일부 참석자들이 “신문법에 따르면 시장점유율이 일정한 비율에 이르면 못 사게 하겠다는 게 아닌가. 한 정당에 대한 국민 지지도가 50%가 넘어가도 제한해야 하는 것이냐”는 등 신문법의 기본적 사실관계를 왜곡하는 질문을 계속했다.


이에 대해 이 총리는 “1개 신문의 점유율이 30%, 3개 신문 점유율이 60%를 넘으면 시장지배적 사업자로 추정한다는 것이지, 넘었다고 해서 바로 신문을 못 팔게 한다든지 하는 제재는 없다”며 “시장지배적 사업자가 자신의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무가지를 뿌리고 는 등 공정거래를 해치는 행위를 방지하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총리는 “한국에선 ‘신문 끊기가 담배 끊기보다 어렵다’는 말이 있다”며 ‘한국적 특수상황’을 설명하기도 했다.

한편, 언론개혁시민연대(공동대표 김영호)와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이사장 이명순), 전국언론노조(위원장 신학림)는 이날 오전 코엑스 인근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신문시장을 망쳐놓고도 이를 정상화하기 위한 신문법 제정에 반대해온 신문협회는 해체돼야 하며 반노조적 행태를 보여온 장대환 회장도 퇴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손원제 기자 wonje@hani.co.kr


30일 오전 제58차 세계신문협회 서울총회가 열린 서울 강남구 코엑스 앞에서 전국언론노동조합연맹과 언론개혁시민연대,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이 한국신문협회의 해체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정아 기자(왼쪽)
30일 오전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제58차 세계신문협회 총회 개회식’에 참석한 세계 각국의 언론계 인사들이 노무현 대통령의 축사를 듣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leej@hani.co.kr




“성공하고픈 신문은 책임성부터 높여라”

노무현 대통령 세계신문협회 개회식 축사서 ‘쓴소리’

노무현 대통령이 오랜만에 신문을 향해 쓴소리를 날렸다. 이번에는 나라안 신문뿐 아니라 나라밖 신문까지 겨냥했다. 더구나 다른 자리도 아닌 전세계 신문 관계자들이 모여 앞날을 모색하는 자리였다.

노 대통령은 30일 서울에서 열린 세계신문협회 개회식에서 축사를 통해 “신문의 민주성과 책임성을 한단계 높이는 것이 ‘성공의 열쇠’”라고 밝혔다. 이번 총회의 주제 가운데 하나가 ‘혁신을 통한 기회포착: 성공의 열쇠’라는 점을 감안할 때, “성공하고 싶거든 책임부터 다하라”고 훈수를 둔 셈이다.

노 대통령은 우선 국내 거대 족벌 보수신문을 비판했다. 그는 “언론의 자유에 대한 보호는 강조되었지만, 언론 자체가 시장의 독점과 독점적 지배구조를 통해 권력화할 수도 있다는 사실은 고려되지 않았다”며 “언론 권력의 남용을 제어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와, 언론인의 윤리적인 자세와 절제는 매우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노 대통령은 “여전히 신문은 막강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고, 그것은 권력이라고 표현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제도적인 집행력이 없다는 점에서는 정부보다 취약하지만, 국가나 공동체의 의제를 주도하는 데 있어서는 오히려 더 강한 힘을 가지고 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노 대통령은 국내 족벌 신문의 소유구조 개선을 겨냥한 듯, 제도적 장치로 민주적인 지배구조를 꼽았다. 그는 “의사표현의 자유와 다양성을 담보할 수 있는 합리적인 내부구조를 갖추고 있을 때 신문은 우리 사회를 감시하고 비판할 자격이 있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국외 보수신문에 대해서도 ‘의제선정의 책임의식’을 강조했다. 그는 “한편으로는 평화를 주장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대량살상 무기와 같은 민감한 문제에 관해 끊임없이 의혹을 부풀려 불신을 조장하고, 그 결과로 국가간 대결을 부추기는 일은 없는지 되돌아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북핵문제 등과 관련해 지나치게 강경 일변도의 목소리를 내고 있는 미국 등 국외 보수신문을 겨냥했다는 분석이다.

이날 노 대통령은 “민주주의의 위기가 아니라 통합의 위기가 문제되고 있는 사회에서는 갈등을 조장하는 언론이 아니라 미래 지향적이고 창조적인 대안을 제시하는 언론이 필요하다”고 강조함으로써, 비판보다는 대안을 내세우는 신문이 되기를 주문했다.

한편, 세계신문협회(WAN) 58차 총회와 세계편집인포럼(WEF)이 30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개회식을 열고, 사흘간의 일정에 들어갔다. 이번 행사에는 아서 설츠버거 뉴욕타임스 회장과 마이클 그레브너 독일 홀츠브링크 그룹 부회장, 페르 미카엘 젠스 메트로인터내셔널 부사장, 하코시마 신이치 아사히신문 회장 등 80여개국에서 1500여명이 참여했다. 서울총회는 ‘혁신을 통한 기회포착: 성공의 열쇠’, ‘신문 르네상스: 무료 신문에 관한 보고’, ‘차세대 미디어: 인터넷과 모바일을 통한 비즈니스 모델’ 등을 주제로 세계 언론인들이 연설하고 토론한다. 아래는 노 대통령 연설의 전문이다. <한겨레> 온라인뉴스부 김순배 기자 marcos@hani.co.kr


존경하는 게빈 오렐리 세계신문협회 회장, 장대환 한국신문협회 회장, 그리고 내외귀빈 여러분, 제58차 세계신문협회 총회의 개막을 축하드립니다. 세계 각국에서 오신 신문발행인과 편집인, 기자 여러분을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올해는 인쇄신문이 탄생한 지 400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한국은 이미 13세기 초에 세계 최초로 금속활자를 발명한 바 있습니다. 이러한 역사를 가진 대한민국 서울에서 뜻깊은 행사가 열리게 된 것을 매우 기쁘게 생각합니다. 이번 총회를 준비하신 관계자와 여러분 모두에게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내외 귀빈 여러분,
신문은 인류 역사상 가장 오래되고 친숙한 매체입니다. 지구촌의 수많은 사람들이 매일 아침 신문을 통해서 세상과 만나고 있습니다. 저 또한 신문과 함께 하루를 시작합니다.

신문의 역사는 민주주의와 인권신장의 역사라고 할 수 있습니다. 기사 한 줄, 사진 한 장이 인류 역사를 바꿔놓은 사례가 많습니다. 지금 이 시각에도 많은 언론인들이 세계 곳곳에서 자유와 정의, 평화를 위해 땀 흘리고 있습니다. 이 자리에 계신 여러분, 그리고 세계의 모든 언론인들께 깊은 감사와 경의를 표합니다.

우리 신문도 역사의 질곡 속에서 맡겨진 사명을 다하기 위해 노력해 왔습니다. 일제와 독재정권에 맞서 싸우다가 신문이 폐간되기도 했고, 수백명의 기자들이 한꺼번에 해직당하기도 했습니다. 그럼에도 정의로운 펜을 꺾지 않은 신문과 언론인들이 있었기에 우리는 지금 세계 어디에 내놔도 손색없는 민주주의를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존경하는 참석자 여러분,
이번 총회에서는 신문의 위기와 혁신전략에 대해 논의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먼저 제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신문의 민주성과 책임성을 한 단계 더 높이는 것이 ‘성공의 열쇠’라는 것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신문의 위기를 얘기하지만, 여전히 신문은 막강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것은 권력이라고 표현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입니다.

정부권력이 모든 것을 지배하던 시대는 지났습니다. 정부의 지배구조는 투명해졌으며 참여적 거버넌스로 전환되고 있습니다. 이제 사회공론의 장에서 의제를 독점적으로 주도하는 주체는 없습니다. 정부, 기업, 시민, 네티즌, 신문과 방송이 함께 의제를 이끌어가고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신문은 공론의 장에서 가장 잘 짜여진 조직입니다. 제도적인 집행력이 없다는 점에서는 정부보다 취약하지만, 국가나 공동체의 의제를 주도하는 데 있어서는 오히려 더 강한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18세기 시민사회 이후 정치권력에 대한 언론의 견제역할이 강조되고 그에 따라 언론의 자유에 대한 보호는 강조되었지만, 언론 자체가 시장의 독점과 독점적 지배구조를 통해 권력화할 수도 있다는 사실은 고려되지 않았습니다. 이에 따라 독자가 언론을 통제할 수 있는 제도적 대안이나 시장의 메커니즘은 크게 발전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언론 권력의 남용을 제어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와, 언론인의 윤리적인 자세와 절제는 매우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민주적인 지배구조를 갖추는 것이 그 중의 하나입니다. 의사표현의 자유와 다양성을 담보할 수 있는 합리적인 내부구조를 갖추고 있을 때 신문은 민주주의의 당당한 주체로서 우리 사회를 감시하고 비판할 자격이 있을 것입니다. 또한 다양하고 균형있는 공론의 장을 만들어야 합니다. 특정한 지배집단의 가치나 이해관계에 치우친 언론이 시장을 지배하면 사회적 약자의 이익은 설 땅을 잃게 됩니다.

의제선정의 책임감도 매우 중요합니다. 신문이 미래를 말할 때 시민들은 희망을 갖게 되고, 신문이 불신과 증오를 말하면 사회는 대립과 갈등으로 치달을 수 있습니다. 지금도 한편으로는 평화를 주장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대량살상 무기와 같은 민감한 문제에 관해 끊임없이 의혹을 부풀려 불신을 조장하고, 그 결과로 국가간 대결을 부추기는 일은 없는지 되돌아보아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자유와 인권이 위기에 처한 사회에서 언론의 비판적 기능은 여전히 강조되어야 하지만, 민주주의의 위기가 아니라 통합의 위기가 문제되고 있는 사회에서는 갈등을 조장하는 언론이 아니라 미래지향적이고 창조적인 대안을 제시하는 언론이 필요할 것입니다.

저는 이러한 노력을 통해 독자의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신문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길이 될 것이라고 믿습니다.

내외 귀빈 여러분,
지난 수년 동안 우리나라의 언론환경은 정말 많이 달라졌습니다. 이제 정부가 언론에게 부당한 압력을 행사하는 일은 없습니다. 정부에 대한 언론의 비판은 지나칠 정도로 자유롭습니다. 정부는 타당성 있는 비판이면 적극 수용하되, 사실과 맞지 않는 내용은 바로잡도록 요구하고 있습니다.

정부는 또한 행정정보를 최대한 투명하게 공개해서 국민의 알권리와 국정참여 기회를 확대해오고 있습니다. 아울러 언론의 자유롭고 공정한 경쟁을 위한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고, 신문발전기금 설치 등 신문산업 진흥방안도 착실히 추진해 나갈 것입니다.

존경하는 세계 언론인 여러분,
신문의 미래는 민주주의의 미래입니다. 여러분이 민주주의에 대한 확고한 신념을 가지고 진실과 정의, 그리고 희망을 써내려갈 때 인류는 더 평화롭고 행복한 세상을 맞이하게 될 것입니다.

이번 총회가 이러한 신문의 역할과 사명을 재확인하고, 희망찬 미래를 열어가는 소중한 기회가 되기를 기대합니다.여러분 모두 한국에 머무시는 동안 즐겁고 보람된 시간 보내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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