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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이사람] 온돌과 고타쓰로 덥힌 ‘한-일 소통교실’

등록 2009-09-28 19:16

박중현(49) 교사
박중현(49) 교사
일본 고교서 첫 ‘역사수업’ 박중현 교사
* 고타쓰 : 일본 전통 난방시설




지난 25일 오후 일본 도쿄의 세타가야구 도쿄학예대학부속고교 1학년 교실. 한국인 역사 교사의 사상 첫 일본학교 수업이 시작하려는 순간, 학생이나 교사나 낯선 탓인지 잠시 서먹한 침묵이 흘렀다. 하지만 서울 양재고의 박중현(49·사진) 교사가 “나는 한국인입니다”라고 소개하자 40여명의 남녀 학생들은 십대 특유의 쾌활한 웃음으로 ‘가깝고도 먼나라 선생님’을 맞이했다. 박 교사는 “지난해 1년간 도쿄학예대학에서 일본어를 공부했지만 아직 서툽니다. 내 일본어 알아들어요?” 하고 묻자 학생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양재고-도쿄학예대부속고 교류 수업
“우열주의 벗어나 열린 생각 갖기를”

박 교사는 이어 “한-일간 최근 역사교과서, 야스쿠니 신사참배, 종군위안부 등 역사 문제가 발생했지만 한국인들은 역사 갈등보다는 한-일간 서로 일상 생활을 이해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조심조심 말문을 꺼냈다.

그의 수업은 무거운 역사 주제가 아니라, ‘난방시설을 통한 한-일 두 나라의 이해’를 중심으로 펼쳐졌다. 한옥의 구조와 온돌 시설을 설명하는 시청각 교재를 보여주며 50분간의 수업이 끝날 무렵 박 교사는 어느 나라 난방시설이 좋은 것 같느냐는 질문을 던졌다. 손을 든 학생들의 답은 제각각이었지만 그는 “온돌이나 고타쓰(일본의 전통 난방시설), 어느쪽이 좋다는 정답은 없다”고 말했다. “문화 우열감이나 자민족 중심적 문화관을 극복하고, 문화를 상대화할 수 있는 시각을 갖도록 한다”는 수업의 목적을 전달한 셈이다. 수업을 들은 가마타 유키호(16)는 “한국과 일본은 가까운 거리에 있는데도 난방시설부터 이렇게 다르다는 점을 이해하게 돼 재미있었다”고 말했다. 이번 수업에는 양재교 지리담당인 유현미(49) 교사도 참여해 올 11월 수학여행 때 양재고 학생들과 교류할 예정인 이 학교 2학년생들을 대상으로 ‘한국의 기후와 음식 문화‘을 주제로 수업을 했다.

한-일 역사·지리 교사의 상호방문 프로그램에 따라 이뤄진 이날 수업은, 박 교사가 한국 동북아역사재단에 제안해서 성사된 것이다. 그는 20년 넘게 한-일 역사문제에 대한 상호 이해를 자신의 주요 연구과제로 삼아왔다. 한·중·일 공동 교과서인 <미래를 여는 역사>(한겨레출판), 한-일 공동교재인 <마주보는 한일사>(사계절)의 집필에도 참여했다.

앞서 지난달 30일 이 학교의 역사, 지리 담당 교사 2명이 먼저 서울 양재고에서 ‘일본의 역사와 문화’를 주제로 첫 수업을 했다. 그때 방문수업을 했던 사카이 히데오 교사는 “한국 학생들이 질문을 많이 하고 적극적으로 동참해줘서 보람이 있었다”고 말했다.


수업을 마친 박 교사는 “하토야마 정부에 거는 기대가 현실로 이어지는 조그만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도쿄/글·사진 김도형 특파원 aip20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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