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의전당 감사내용 ‘무더기 누락’ 왜?
한예종 황지우 총장 등 ‘적출’ 파문 번지자
문화부 ‘정치적 고려’ 감사내용 축소·은폐 의혹
한예종 황지우 총장 등 ‘적출’ 파문 번지자
문화부 ‘정치적 고려’ 감사내용 축소·은폐 의혹
문화체육관광부(문화부)가 지난 2월 실시한 예술의전당 종합감사는 2007년 12월 화재 사건이 계기가 됐다. 당시 공연 중 실수로 불이 났고, 오페라하우스의 상당 부분이 탔다. 복구공사를 위한 입찰이 추진되면서 각종 ‘소문’이 끊이지 않았다.
이에 문화부 감사팀은 지난 2월 종합감사를 통해 입찰 과정에 상당한 부정행위가 있었음을 확인하고, 그 결과를 두달 뒤 작성한 ‘종합감사 결과보고서’에 그대로 담았다.
예술의전당은 애초 제시했던 참여 조건을 무시해가며 유럽계 ㅇ사를 입찰에 참가시켰다. 이어 이 회사와 지난 3월 환율이 급등한 상황에서 유로화로 최종 계약을 하는 바람에 결과적으로 12억원을 낭비했다. 이에 감사팀은 감사보고서에서 “심사 방법과 협상 과정이 부적정했다”며 위법·부당한 사항을 추가조사한 뒤 검찰 수사 의뢰를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문화부 감사팀이 확인한 것은 이에 그치지 않았다. 예술의전당 상층부와 관련된 비위 사실이 속속 드러났다. 감사팀은 신홍순 사장이 업무 중 사외이사로 활동하고, 부당한 노사협약이 체결되는 것을 묵인한 사실을 확인한 뒤, “공공기관장에 적합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박아무개 사무처장에 대해선 해임이 권고됐고, 비위 사실이 드러난 김아무개 전 사장은 검찰 수사까지 이뤄졌다.
하지만 문화부는 지난 6월 갑자기 태도를 180도 바꿨다. 이번 종합감사에 따른 최종 처분 내용을 담은 ‘감사처분요구서’에서는 전·현직 고위 간부들의 문제를 모두 빼버린 것이다.(<표> 참조)
이를 두고는 ‘정치적 고려가 있었다’는 관측이 문화부 안팎에 무성하다. 문화부는 당시 예술의전당 말고도 한국예술종합학교(한예종)에 대한 감사를 동시에 진행하고 있었다. 문화부는 한예종 감사를 통해 황지우 전 총장을 ‘공금횡령과 성실의무 위반’ 명목으로 파면하면서 정치적 논란을 불렀다. 이런 상황에서 유인촌 문화부 장관이 직접 임명한 신홍순 사장까지 ‘도마’에 올리는 것은 피하고 싶었을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문화부의 전임 감사팀 관계자는 “어느 선에서 결정을 내렸는지는 모르지만, 당시 문화부가 대외적으로 시끄러운 상황에서 이 문제까지 들쑤실 필요 있느냐고 해서 덮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경미 기자 km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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