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등록제-허가제 절충안
국회가 전통시장(재래시장)과 가까운 곳에는 대형마트와 ‘기업형 슈퍼마켓’(SSM)의 진입을 규제하는 법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4일 지식경제부와 국회 지식경제위원회(지경위)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그동안 여야 의원들이 낸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에 대한 절충안으로, 특정 전통시장과 인접지역을 ‘전통상업 보전구역’으로 지정하는 법안이 지난달 24일 지경위 법안심사소위에 올라갔다. 이 법안은 전국 1500여 전통시장 가운데 지역별 전통을 살려온 시장에서 반경 500m가량 떨어진 곳에는 대형마트와 기업형 슈퍼마켓의 진입을 규제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구체적인 진입 규제 기준은 각 지방자치단체가 조례를 통해 규정하도록 했다.
국회 지경위 법안심사소위 위원장인 노영민 의원(민주당)은 “등록제를 뼈대로 하되, ‘전통상업의 보전’을 목적으로 특정 지역에 대해 사실상 허가제 요소를 가미하면 세계무역기구(WTO)의 서비스무역협정 양허안에도 저촉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동안 정부·여당이 대형 유통업체에 대한 진입 규제 입법이 세계무역기구의 협정에 어긋난다는 이유로 반대해온 만큼, 이번 절충안이 유력한 대안으로 논의될 수 있다는 뜻이다.
이에 대해 지경부는 “오는 7일부터 22일까지 관계부처와 전문가, 유통업계 등의 의견을 수렴한 뒤, 정부 검토 의견을 다음달 중으로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지경부 관계자는 “국내외 규범에 어긋나지 않는 선에서 정부가 지원금을 쏟아붓고 있는 전통시장 1000여곳에 한해서는 보전구역 지정 등을 검토해볼 만하다”면서도 “다만 인접지역까지 확대하는 것은 무리해 보인다”고 말했다.
지경부가 집계하는 전통시장은 2004년 전국 1702곳에 이르렀으나 대형마트 등의 확산으로 지난해에는 1550곳으로, 152곳이나 줄었다. 또 전체 시장 활성화 정도를 양호, 보통, 침체 등 세 단계로 나눠 평가한 결과 절반이 넘는 56.8%가 침체 등급을 받았다.
황보연 기자 whyn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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