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조정래(66)씨
자전 에세이 ‘황홀한 글감옥’ 낸 작가 조정래
“지난 20여 년 동안 꽤 많은 강연을 했습니다. 그때마다 독자들이 아쉬워했던 것이 질문 시간이 부족하다는 것이었어요. 이번에 이렇게 자전 에세이를 냄으로써 그런 독자들의 아쉬움을 풀어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작가 조정래(66·사진)씨가 자전 에세이 <황홀한 글감옥>(시사인북)을 내놓고 6일 오전 기자들과 만났다. ‘자전 에세이’라고는 했어도 책의 형식이 독특하다. 대학생을 비롯한 젊은 독자 250여 명한테서 받은 질문 500여 개 가운데 84개를 추려 그에 답하는 형식으로 씌어진 것이다. 독자들 질문 84개 가려내 답한 자전소설
‘민주화·한겨레 탄생 등 80년대 5대 기적’
대하소설 3부작 일궈낸 ‘역사 경험’ 역설 “비록 질문과 답변의 형식이긴 하지만 제나름대로 삶과 문학에 대해 가능한 한 진실하게, 최선을 다해 썼습니다. 올해는 마침 저로서는 등단 40년이 되는 해인 만큼, 이번 작업을 통해 저 자신의 문학인생을 정리해 본다는 의미도 있겠네요.” 조정래씨는 “답변을 문학론·작품론·인생론 셋으로 크게 나눌 수 있다”며 “특히 내 삶의 구체적인 이야기는 이 책을 통해 처음 밝히는 것이 많은 만큼 일종의 자전 소설로 읽어도 무방할 것”이라고 말했다. 책을 읽어 보면, 어린 시절의 그는 작가보다는 화가가 되고 싶어했으나 “물감 대 줄 돈 없다”는 부친(시조시인 조종현)의 말 때문에 비용이 적게 드는 문학으로 방향을 틀었다. 그럼에도 대학 시절 부인 김초혜 시인의 마음을 사기 위해 링컨 초상화를 펜으로 그렸던 일이라든가, 대하소설 3부작을 위한 취재 여행을 다니면서 현장을 스케치하는 것으로 그림에 대한 애정과 재능은 나름대로 발휘되었다.
이밖에도 초등학교 시절 부친이 시험 답안지의 이면지를 활용해 만들어 준 공책으로 개인 문집을 꾸린 이야기, 고교 시절 역도반에 들어가 1년 동안 운동한 결과 ‘몸짱’이 된 사연과 당시의 사진, <태백산맥>의 소년전사 조원제의 실제 인물인 경제학자 박현채 이야기, 그리고 이어령·최일남 등 문단 선배들 및 작가와 각별한 사이인 박태준 포철 명예회장과의 인연 등이 두루 소개되어 있다. 이날 간담회에서 그는 <태백산맥> <아리랑> <한강> 등 대하소설 3부작을 탄생시킨 시대 정신으로서 80년대의 의미에 대해서도 역설했다. “지금 돌이켜 보면 80년대가 이룬 다섯 가지의 기적이 있습니다. 군부독재 타도, 블루칼라와 화이트칼라를 아우르는 노동조직의 전국화, 통일운동의 대중화, <한겨레>의 탄생, 그리고 전교조의 출범이 그것입니다. 90년대 이후 젊은이들이 나약해지고 지나치게 개인주의로 빠져든다고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지만, 저는 젊은이들의 영혼 깊숙한 곳에 있는 열정과 역사 경험의 인자를 믿습니다.” 조씨는 “가난과 시련 속에서도 나름대로 최선을 다한 결과가 지금의 조정래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지나온 삶에 대해 후회는 없다”면서 “젊은이들에게도, 스스로도 인정할 만큼 끊임없는 노력을 하면 자신의 인생을 뜻한 대로 일궈 나갈 수 있다는 말을 꼭 해 주고 싶다”고 말했다. 글 최재봉 문학전문 기자 bong@hani.co.kr, 사진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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