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실련, 서울지역 조합설립동의서 분석
개인별 비용내역 누락 등 47곳 모두 ‘부실’
사업비 계획보다 45%급증…18곳서 소송중
개인별 비용내역 누락 등 47곳 모두 ‘부실’
사업비 계획보다 45%급증…18곳서 소송중
2004년 도시환경정비사업 지역으로 지정된 서울시 중구 순화 제1-1구역을 놓고 3년째 법정 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2005년 조합이 주민(조합원)들의 동의없이 중소형인 99㎡형 아파트를 모두 없애고 중대형인 134~231㎡형으로 설계를 변경해 사업시행인가를 받으면서 주민들의 추가 분담금이 최고 4억원까지 높아졌기 때문이다.
주민들은 조합설립 동의서에 개별분담금 등이 명시돼 있지 않았다는 이유로 조합설립 무효소송을 냈고, 법원은 “동의서 내용으로는 얼마의 추가 분담금이 드는지 등을 알 수 없어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 요구하는 동의서의 조건을 갖추지 못했으므로 조합 자체가 무효”라며 주민들의 손을 들어줬다. 소송은 현재 대법원에 계류중이다.
재개발·재건축 구역에서 이처럼 조합설립 동의서를 둘러싼 분쟁이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대다수 사업 지역에서 조합설립 때 설계 개요와 사업비 등을 기재하지 않은 부실동의서를 사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부실동의서 등의 이유로 조합설립 무효소송이 진행중인 사업장은 서울에서만 18곳에 이른다.
7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이 2007~2008년에 서울시에서 관리처분인가를 받은 47개 재개발·재건축 지역의 조합설립 동의서를 분석한 결과, 47개 구역 모두 개인별 비용분담 내역을 밝히지 않은 부실동의서로 조합설립인가를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47개 지역의 동의서 가운데 6개(12%)는 인적사항만 기록된 ‘백지’ 동의서였다. 사업비가 얼마인지도 모른 채 동의서에 서명했다는 주민들의 주장이 사실로 드러나는 대목이다. 11개(23%) 동의서는 사업비 항목에 수기를 했거나 도장을 찍었다. 이는 조합이 주민들에게 동의서를 먼저 받은 뒤 임의로 사업비를 적었을 가능성을 보여준다. 사업비가 명시된 동의서를 사용한 지역은 20곳(43%)으로 절반에도 못미쳤다.
재개발·재건축 사업비가 애초 계획보다 지나치게 늘어나는 것도 문제로 지적됐다. 경실련이 조합설립 단계 때의 사업비와 관리처분 단계 때의 사업비를 비교해 보니, 한 구역당 평균 744억원씩(애초 사업비의 45%)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물가상승률을 감안하면 3.3㎡당 169만원으로, 99㎡를 분양받은 조합원은 조합설립 때 예상했던 것보다 7260만원씩을 더 내야 한다. 경실련은 “조합설립 때 제시되는 사업비 산출 근거가 명확하지 않아 실제 사업집행 단계에서 배 가까이 사업비가 증액돼 주민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고 밝혔다.
황춘화 기자 sflow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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