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인 김제동씨가 8일 서울 노원구 북부고용지원센터에서 열린 마들연구소 특강에서 강연을 하는 도중 웃고 있다. 김씨는 “제가 과연 서민인가 하는 고민이 왔다” 며 “제가 가진 것에 파묻히는 사람이 되지 않도록 기부하겠다”고 말했다. 영상 캡쳐/ 조소영피디
김제동 ‘사람이 사람에게’ 특강
“정치 있는 곳 가지 말라는데 웃음에 뭔 색채 있나
광장으로 나아가 세상에 발 디딜 때 유머 태어나”
“정치 있는 곳 가지 말라는데 웃음에 뭔 색채 있나
광장으로 나아가 세상에 발 디딜 때 유머 태어나”
방송인 김제동(35)씨가 한국방송 <스타골든벨> 진행자에서 갑작스럽게 물러나게 되자 ‘외압 논란’이 일고 있다. 김씨가 노무현 전 대통령 영결식에서 사회를 맡고, 잇따른 사회 참여 발언으로 미운털이 박혀 진행자에서 퇴출되었다는 것이다. 야당과 누리꾼들은 ‘한국방송의 정권 코드 맞추기’라고 반발하고 있다. 김씨가 소속된 <다음기획>은 11일 “9일 밤 ‘스타 골든벨’ 제작진으로부터 12일이 마지막 녹화라며 하차 통보를 받았다”고 밝혔다.
김제동 특강 ‘사람이 사람에게’
김씨는 <스타골든벨> 하차가 결정되기 전인 지난 8일 저녁 노회찬 진보신당 대표의 정책연구소 성격인 마들연구소가 주최한 ‘명사 초청 특강’에 나서 자신의 발언을 둘러싼 정치적 논란에 대한 입장을 간접적으로 밝혔다. 김씨는 이날 ‘사람이 사람에게’라는 주제의 특강에서 “주위에서 자꾸 ‘정치적 색채가 있는 곳에 가지 마라’고 하는데 나에게 무슨 정치적 색채가 있느냐”며 “웃음에는 어떤 정치적 의미도 없다”고 말했다.
마들연구소는 달마다 저명인사를 불러 공개 강연을 벌이고 있는데, 김씨는 이 특강의 14번째 강사로 나섰다. 그 동안 이 특강에는 영화배우 박중훈씨를 비롯해 방송인 이금희, 만화가 강풀, 문명교류학자 정수일 교수, 신영복 성공회대 석좌교수 등이 강사로 나섰다. 김씨는 서울 노원구 북부고용지원센터에서 열린 특강에서 2시간 동안 계속된 특유의 달변으로 300여명의 방청객에게 박수를 받았다.
강연을 주최한 마들연구소의 박규님 행정실장은 “김씨의 방송 퇴출이 이번 강연과 직접 연관은 없겠지만, 한 개인의 소신 발언을 문제삼아 방송에서 퇴출시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매우 안타깝다”고 말했다.
노회찬 진보신당 대표는 트위터에 올린 글을 통해 “KBS의 김제동 퇴출은 있을 수 없는 정치보복”이라며 “방송내용도 아니고 개인의 정치적 소신을 문제 삼는 것은 헌법상 기본권인 양심과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반헌법적 폭거”라고 비판했다. 아래는 김제동씨 특강의 주요 내용이다.
* 플레이버튼(▶)을 클릭하면 김제동 강연전문이 들립니다.
“마이크는 깨어 있는 시민들의 자기 표현의 수단” 김씨는 소통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말문을 열었다. 김씨는 강연 들머리에서 “마이크를 잡고 사람들과 잘 이야기할 수 없으면 속상한 시대가 되었다. 마이크는 ‘임금님 귀는 당나귀’라고 외칠 수 있는 이 시대의 갈대밭”이라며 “내가 가지고 있는 것은 사람들을 즐겁게 하는 방법, 마이크를 들고 이야기하는 방법, 사람들과 소통하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씨는 “지금까지 마이크는 권력과 지배계층의 전유물이었지만, 이제 깨어 있는 시민들이 자기 의견을 말할 수 있는 (수단으로써) 마이크가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웃지 않는 사회는 반드시 병들고 무너진다” 김씨는 웃음(유머)과 개혁, 사회에 대한 참여가 맞닿아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웃지 않는 사회는 반드시 병들고 반드시 무너지게 돼 있다. 유머는 인간 사회의 가장 중요한 성장동력이다. ‘어리고 약한 어린이를 괴롭히면 안된다. 힘 쎈 남자가 여자를 강제로 괴롭히면 안된다. 강자는 약자를 무조건적으로 지배하면 안된다’는 조상들로부터 내려온 직선적인 상식을 제외하고는 ‘싹’ 바꿔야 한다. 그래야 웃을 수 있다.” 그에게 유머란 사회에 참여할 때에 비로소 의미가 생긴다. 김씨는 자신의 머리를 손으로 가르키면서 “나도 이 안에 있는 것을 하나씩 지우고 앞으로 나갈 때 유머가 발생한다. 똑같은 벽속에서는 어떤 유머도 태어나지 않는다”며 “문을 열고 광장으로 나가 세상에 발을 디딜 때 유머가 태어난다”고 말했다. 그의 잇따른 사회참여 발언이 그냥 나온 게 아님을 보여준다. 김씨는 자신의 웃음에 대한 확고한 자기 철학을 명쾌하게 밝힌 것이다. “상식적이지 않으니까 세상이 웃기는 것” 김씨는 유쾌한 강연 중간 중간에 ‘상식적이지 못한’ 사회와 정치에 대한 따끔한 비판을 잊지 않았다. 김씨는 “저는 독재도 모르고 반독재도 모르고 뭐도 모른다. 상식, 상식밖에 모른다”며 “상식적이지 않을 때가 가장 웃긴데, 요즘 웃을 일이 참 많다”고 일침을 놨다. 그는 인기 드라마 <선덕여왕>의 대사를 인용해 “먹고 살기 힘들어서 들고 일어난 것은 폭동이 아니라 절규라고 한다”며 “국민은 계몽과 협박의 대상이 아닌 소통의 대상”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 8월 트위터에 ‘이란과 쌍용을 잊지 맙시다. 우리 모두가 약자가 될 수 있음을 잊지 맙시다’라고 썼던 것과 맥을 같이 하는 발언이다. 또 김씨는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와 관련해 “적어도 누가 죽었으면 죽은 사람에 최대한 예의를 표해야 하는 것이 상식 아니냐”고 말했다. “유머는 정치가 아니라 사랑의 표현” 김씨는 유머는 ‘정치가 아니라 사랑의 표현’이라며 자신의 사회 참여를 확대 해석하는 것을 경계했다. 김씨는 “누군가를 웃기고 싶다는 것은 내가 사랑하니 봐달라고, 인정해달라고 몸부림하는 증거”라며 “여기에 어떤 정치적 의미가 있느냐”고 따졌다. 그러면서 김씨는 “사람을 웃기는 기술은 없고, 사랑과 시와 예술에도 기술이 필요없다. 진심만 있으면 된다”며 “주위 사람들이 걱정을 많이 하면서 정치적 색채가 있는 곳에 가지마라고 하는데 나에게 무슨 정치적 색채가 있느냐”며 웃었다. 그는 강연 제목인 ‘사람이 사람에게’을 가리키며 “이 일곱 자에 위험한 글자가 있느냐”고 반문했다. 김씨는 오히려 ‘방송 하차’와 관련해 “내 유머가 잘 안돼 자꾸 방송이 없어지는 것”이라며 “(사람들이 걱정하면) 벌어놓은 돈도 많고, 결혼도 안해서 괜찮다고 웃어 넘긴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아이들에게 희망이 되는 나라, 빨리 보고 싶다” 김씨는 강연을 마치면서 “마이크를 놓는 순간 다시 깍듯하고 예의바른 경상도 청년으로 돌아가겠다”며 특유의 달변으로 자신의 소망을 담아 말을 마쳤다. “우리 아이들이 잘 자라서 희망이 되는, 그런 나라를 빨리 보고 싶다. 누구나 힘들 수 있다. 나도 그렇다. 그러나 여러분에게 강연하면서 내가 치유되고 위로를 얻었다. 역시 사람이 사람에게 주는 치유의 힘 같다. 길가에 핀 꽃이 바람에 흔들리지 않고 아름다울 수 없듯이 우리도 지금 흔들리고 힘들수도 있지만…. 사람들이 맞잡은 손만으로 아름다운 세상, 웃음이 넘쳐나는 세상이 될 수 있도록 저도 여러분도 함께 노력합시다.” 영상/ 조소영 피디 azuri@hani.co.kr 글/ 박종찬 기자 pjc@hani.co.kr

노회찬 진보신당 대표는 트위터에 올린 글을 통해 “KBS의 김제동 퇴출은 있을 수 없는 정치보복”이라며 “방송내용도 아니고 개인의 정치적 소신을 문제 삼는 것은 헌법상 기본권인 양심과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반헌법적 폭거”라고 비판했다. 아래는 김제동씨 특강의 주요 내용이다.
* 플레이버튼(▶)을 클릭하면 김제동 강연전문이 들립니다.
방청객들이 지난 8일 저녁 서울 노원구 북부고용지원센터에서 열린 방송인 김제동씨의 강연을 들으면서 박수를 치고 있다. 영상 캡쳐/ 조소영피디
“마이크는 깨어 있는 시민들의 자기 표현의 수단” 김씨는 소통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말문을 열었다. 김씨는 강연 들머리에서 “마이크를 잡고 사람들과 잘 이야기할 수 없으면 속상한 시대가 되었다. 마이크는 ‘임금님 귀는 당나귀’라고 외칠 수 있는 이 시대의 갈대밭”이라며 “내가 가지고 있는 것은 사람들을 즐겁게 하는 방법, 마이크를 들고 이야기하는 방법, 사람들과 소통하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씨는 “지금까지 마이크는 권력과 지배계층의 전유물이었지만, 이제 깨어 있는 시민들이 자기 의견을 말할 수 있는 (수단으로써) 마이크가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웃지 않는 사회는 반드시 병들고 무너진다” 김씨는 웃음(유머)과 개혁, 사회에 대한 참여가 맞닿아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웃지 않는 사회는 반드시 병들고 반드시 무너지게 돼 있다. 유머는 인간 사회의 가장 중요한 성장동력이다. ‘어리고 약한 어린이를 괴롭히면 안된다. 힘 쎈 남자가 여자를 강제로 괴롭히면 안된다. 강자는 약자를 무조건적으로 지배하면 안된다’는 조상들로부터 내려온 직선적인 상식을 제외하고는 ‘싹’ 바꿔야 한다. 그래야 웃을 수 있다.” 그에게 유머란 사회에 참여할 때에 비로소 의미가 생긴다. 김씨는 자신의 머리를 손으로 가르키면서 “나도 이 안에 있는 것을 하나씩 지우고 앞으로 나갈 때 유머가 발생한다. 똑같은 벽속에서는 어떤 유머도 태어나지 않는다”며 “문을 열고 광장으로 나가 세상에 발을 디딜 때 유머가 태어난다”고 말했다. 그의 잇따른 사회참여 발언이 그냥 나온 게 아님을 보여준다. 김씨는 자신의 웃음에 대한 확고한 자기 철학을 명쾌하게 밝힌 것이다. “상식적이지 않으니까 세상이 웃기는 것” 김씨는 유쾌한 강연 중간 중간에 ‘상식적이지 못한’ 사회와 정치에 대한 따끔한 비판을 잊지 않았다. 김씨는 “저는 독재도 모르고 반독재도 모르고 뭐도 모른다. 상식, 상식밖에 모른다”며 “상식적이지 않을 때가 가장 웃긴데, 요즘 웃을 일이 참 많다”고 일침을 놨다. 그는 인기 드라마 <선덕여왕>의 대사를 인용해 “먹고 살기 힘들어서 들고 일어난 것은 폭동이 아니라 절규라고 한다”며 “국민은 계몽과 협박의 대상이 아닌 소통의 대상”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 8월 트위터에 ‘이란과 쌍용을 잊지 맙시다. 우리 모두가 약자가 될 수 있음을 잊지 맙시다’라고 썼던 것과 맥을 같이 하는 발언이다. 또 김씨는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와 관련해 “적어도 누가 죽었으면 죽은 사람에 최대한 예의를 표해야 하는 것이 상식 아니냐”고 말했다. “유머는 정치가 아니라 사랑의 표현” 김씨는 유머는 ‘정치가 아니라 사랑의 표현’이라며 자신의 사회 참여를 확대 해석하는 것을 경계했다. 김씨는 “누군가를 웃기고 싶다는 것은 내가 사랑하니 봐달라고, 인정해달라고 몸부림하는 증거”라며 “여기에 어떤 정치적 의미가 있느냐”고 따졌다. 그러면서 김씨는 “사람을 웃기는 기술은 없고, 사랑과 시와 예술에도 기술이 필요없다. 진심만 있으면 된다”며 “주위 사람들이 걱정을 많이 하면서 정치적 색채가 있는 곳에 가지마라고 하는데 나에게 무슨 정치적 색채가 있느냐”며 웃었다. 그는 강연 제목인 ‘사람이 사람에게’을 가리키며 “이 일곱 자에 위험한 글자가 있느냐”고 반문했다. 김씨는 오히려 ‘방송 하차’와 관련해 “내 유머가 잘 안돼 자꾸 방송이 없어지는 것”이라며 “(사람들이 걱정하면) 벌어놓은 돈도 많고, 결혼도 안해서 괜찮다고 웃어 넘긴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아이들에게 희망이 되는 나라, 빨리 보고 싶다” 김씨는 강연을 마치면서 “마이크를 놓는 순간 다시 깍듯하고 예의바른 경상도 청년으로 돌아가겠다”며 특유의 달변으로 자신의 소망을 담아 말을 마쳤다. “우리 아이들이 잘 자라서 희망이 되는, 그런 나라를 빨리 보고 싶다. 누구나 힘들 수 있다. 나도 그렇다. 그러나 여러분에게 강연하면서 내가 치유되고 위로를 얻었다. 역시 사람이 사람에게 주는 치유의 힘 같다. 길가에 핀 꽃이 바람에 흔들리지 않고 아름다울 수 없듯이 우리도 지금 흔들리고 힘들수도 있지만…. 사람들이 맞잡은 손만으로 아름다운 세상, 웃음이 넘쳐나는 세상이 될 수 있도록 저도 여러분도 함께 노력합시다.” 영상/ 조소영 피디 azuri@hani.co.kr 글/ 박종찬 기자 pjc@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