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병두 한국방송 이사장
정부차원 ‘손’ 쓴 흔적 곳곳에
신인령 이사장 연임 승인했던 교육청 돌연 ‘취소 공문’
교과부정책관·서울시부교육감이 손씨 추천 ‘압력’ 의혹
신인령 이사장 연임 승인했던 교육청 돌연 ‘취소 공문’
교과부정책관·서울시부교육감이 손씨 추천 ‘압력’ 의혹
교육과학기술부 국정감사 기간 동안 ‘교과부가 이사장 교체를 시도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던 삼성고른기회장학재단(삼성장학재단) 이사장에 지난 12일 교과부 추천 인사인 손병두(한국방송 이사장·사진) 이사가 선출됨에 따라 ‘외압’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특히 신인령(전 이화여대 총장) 이사의 이사장 연임이 취소되는 과정이 석연치 않은데다, 손 이사장 선출에 교과부의 ‘입김’이 작용한 여러 정황이 드러나면서 교과부 ‘윗선’의 의중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나오고 있다.
13일 삼성장학재단 관계자들과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위원들의 말을 종합하면, 지난 8월 전체 10명의 이사 가운데 2명이 교체되는 와중에 김경회 서울시교육청 부교육감과 최수태 교과부 교육선진화정책관이 손병두 이사장을 새 이사로 추천했다. 최수태 정책관은 “재단 정관에 교과부 위탁 사업을 하도록 돼 있는 등 교과부와 밀접한 관계가 있고, 손병두 이사는 삼성 출신인데다 서강대 총장을 역임하는 등 기금 관리를 잘할 것이라고 판단해 추천했다”고 밝혔다.
또 삼성장학재단을 관할하는 서울 중부교육청은 애초 신인령 이사장의 연임을 승인했다가 뒤늦게 이사장 취임 취소 공문을 발송해 이사장 연임을 중단시켰다. 중부교육청은 삼성장학재단의 요청에 따라 지난달 7일 신 이사장의 연임을 승인하는 ‘임원 취임 승인’ 공문을 발송했다. 그러나 같은 달 18일 중부교육청은 돌연 공문을 다시 보내 ‘신 이사장을 이사로 바로잡으라’며 애초 결정을 번복했다.
이에 대해 당시 업무를 담당했던 중부교육청 관계자는 “승인 공문을 보낸 뒤 회의록 등을 검토해보니 이사장 연임 여부를 묻지 않은 것으로 확인돼, 이사장 호선 절차를 다시 밟으라는 취지로 정정 공문을 보낸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지난 8월21일치 삼성장학재단 회의록에는 ‘참석 이사 전원 만장일치로 신 이사장의 연임에 동의하다’라고 돼 있어, 이런 해명의 근거가 분명하지 않다.
삼성장학재단의 한 이사는 “우선 공문을 보내 신 이사장의 연임을 막은 뒤, 교과부 관리들이 전화 등으로 이사 개개인을 설득해 손병두 이사를 지지하도록 했다”며 “지난 12일 표결 때 손씨를 지지한 이사들이 고개를 들지 못하고 ‘미안하다’는 말만 반복하더라”고 전했다. 의혹을 제기한 김진표 민주당 의원은 “교과부가 삼성장학재단에 이토록 집착하는 것은 8000억원에 이르는 재단 기금을 ‘등록금 후불제’ 등 정부 사업에 끌어다 쓰기 위해서”라며 “그토록 의혹을 제기했음에도 손 이사가 이사장에 선출된 것을 보면 교과부 ‘윗선’의 뜻이 작용한 것이 아니냐”고 말했다.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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