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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실종남편 찾아 ‘히말라야 이별여행’

등록 2009-10-15 20:58

생전에 다정했던 민준영(왼쪽)·정미영씨 모습.  <충청리뷰> 제공
생전에 다정했던 민준영(왼쪽)·정미영씨 모습. <충청리뷰> 제공
직지원정대 민준영씨 발자취 따라 안나푸르나로
동료 편지 100여통 함께…“그의 환한 웃음만 남아”
“‘솔봉이’(나이가 어리고 촌스러운 티를 벗지 못한 사람) 준영 잘 있지. 나는 잘 지내. 종성이 형은 어때?”

히말라야 안나푸르나 히운출리(6441m) 등반에 나섰다가 실종된 직지원정대 민준영(36) 등반대장의 동갑내기 부인 정미영씨는 남편에게 이 말을 먼저 건네고 싶다고 했다. 민 대장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금속활자본 <직지심체요절>을 세계에 알리고자 이 원정대를 이끌고 지난 8월27일 출국했다. 그는 지난달 25일 아침 히운출리 북서벽 등산로 개척에 나섰다가 박종성(41) 대원과 함께 실종됐다.

남편을 안나푸르나 품에 맡긴 정씨가 남편과 이별을 위해 16일 오전 히말라야 히운출리로 떠난다. 정씨는 한 달 전 남편이 탔던 차를 타고, 남편이 걸었던 그 길을 따라 22일께 남편이 쉬고 있는 히운출리 북서벽 앞에 다다를 예정이다.

“히운출리 근처에서 기다릴 남편과 늘 그랬듯이 친구처럼 소주 한 잔 놓고 편하게 얘기하러 갑니다. 보내는 게 아니라 늘 함께하는 거니까 울지 않을 거예요.”

1993년 한 전자회사에서 직장 동료로 만나 함께 등산하며 사랑하다 2002년 부부가 된 두 사람은 주변 사람들의 부러움을 사는 친구이자, 동반자였다. 15일 오후 정씨는 남편과 함께 운영했던 청주시 방서동 인공 암벽장 ‘타기 클라이밍 센터’에서 짐을 싸고 있었다. 남편을 잃은 뒤의 불면의 밤 때문에 안경 너머 퀭한 눈이 더 들어가 보였다.

남편이 손때가 묻도록 되새겨 읽던 책 <몰입>, 등반 때 빼놓지 않던 과자, 마음 통하는 이들과 밤새워 이야기를 나눌 때마다 함께했던 소주도 챙겼다. 정씨는 지난 8월 마지막으로 남편과 함께 산 안경을 만지작거리다 눈시울을 붉혔다.

“산에 가져가면 흠이 생길지 모른다며 아끼느라 한 번도 못끼었어요. 하얀 눈에 비춰 맑은 눈으로 좋아하던 책을 마음껏 읽었으면 좋겠습니다.”

민 대장과 박 대원을 그리는 이들의 편지 100여통도 함께 가 히운출리 북서벽이 보이는 곳에 묻힌다. 하지만 정작 정씨는 아직 남편에게 편지를 쓰지 못했다.


“뭐라 할 말은 머릿속에서 맴도는데 글을 쓰려 연필만 잡으면 그의 환한 웃음만 머리에 남아요. 순수하고 착한 사람, 그림자 같은 남편, 현명하고 차가운 머리를 지닌 위대한 알피니스트가 곁을 떠나 너무 안타깝고 아쉽다는 말은 꼭 해주고 싶어요.” 청주/오윤주 기자 st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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