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형 레이더를 신형으로 둔갑 ‘의혹’
군검찰이 미국 대형 방위산업체가 중고 한국형 구축함(KDX-Ⅱ) 탑재용 레이더를 신형으로 속여 비싸게 팔았다는 첩보를 입수해 내사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국방부 관계자는 15일 “국방부 검찰단이 미국 방산업체 ㄹ사가 2003~2005년 한국형 구축함에 탑재될 레이더를 납품하며 일부 중고 부품을 사용하고도 신형으로 속여 납품했다는 첩보를 입수해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조사 대상에 오른 ㄹ사의 대공탐색 레이더 장비는 케이디엑스-투 4번 왕건함과 5번 강감찬함, 6번 최영함에 납품된 기종이다. ㄹ사는 애초 케이디엑스-투 1~3번 함까지는 미 국방부의 대외군사판매(FMS) 방식으로 미 해군이 운용하던 구형 중고품을 재생한 레이더를 납품했다. 총 구매가는 2028만달러였다. ㄹ사는 이어 2002년 7월 체결한 후속 납품 계약에선 4~6번 함에 성능이 한층 개량된 신형 기종을 상업구매 방식으로 제공하겠다고 약속했다. 국방부 조달본부는 이를 믿고 대당 300만달러씩을 더 지불하고 총 2985만달러에 이 기종을 수의계약했다. 그러나 군검찰은 최근 이 신형 레이더의 성능이 케이디엑스-투 1~3번 함에 탑재된 구형 레이더와 큰 차이가 없으며, 일부 부품이 중고를 재생한 것이라는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 관계자는 “군검찰이 기술적 규명을 위해 방위사업청과 해군 쪽에 이런 내용을 통보하고 확인 점검을 요청해 둔 상태지만, 아직 첩보를 확인하지는 못한 상태”라고 말했다. 군검찰은 또 문제가 된 신형 레이더 도입 과정에서 실제 성능을 평가하는 ‘해상 수락시험’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의혹과 관련해, 해군 실무자들도 조사했으나 관련 혐의를 밝혀내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손원제 기자 won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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