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만덕 기념사업>
봉투에 이름 적고…적다고 핀잔…생활기록부 기재도
학부모들 “서울교육청, 급식비 깎고선 호들갑” 분통
봉투에 이름 적고…적다고 핀잔…생활기록부 기재도
학부모들 “서울교육청, 급식비 깎고선 호들갑” 분통
초등학교 3학년 자녀를 둔 심아무개(40·서울 양천구)씨는 얼마 전 아이가 학교에서 받아온 가정통신문과 쌀 봉지를 보고 기분이 언짢았다. 가정통신문에는 ‘나눔 쌀 만섬 쌓기를 진행하고 있다’는 안내와 함께, ‘쌀 봉투에 이름을 반드시 적을 것’, ‘참여 학생은 학교생활기록부 자치활동란에 기록할 계획’이라는 등의 내용이 적혀 있었기 때문이다. 심씨는 “남을 돕는다는 취지는 좋지만, 어린 학생들에게 이런 방식으로 참여를 강요해서야 되겠느냐”며 “군사정권 시절 강제로 불우이웃돕기에 참여하도록 했던 것과 뭐가 다른가 싶어서 화가 났다”고 말했다.
서울시내 일부 학교들이 서울시교육청이 후원하는 ‘김만덕 나눔 쌀 만섬 쌓기’에 학생들이 참여하도록 강요하고 있어 학부모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김만덕 나눔 쌀 만섬 쌓기’는 제주에서 고아로 태어났으나 갖은 노력으로 갑부가 돼 기근에 허덕이는 이웃을 도왔던 김만덕의 삶을 기리며, 쌀 만섬을 모아 어려운 이웃을 돕겠다는 취지로 기획된 행사다. 문제는 일부 학교들이 학생·학부모들에게 억지로 참여를 요구하고 있다는 점이다. 중학교 1·3학년 자녀를 둔 류아무개(41·서울 광진구)씨는 “아이들 이야기를 들어보니 담임이 쌀을 조금 가져온 아이들한테 ‘불우이웃은 너니까 너를 도와줘야겠다’는 등 수치심을 유발하는 말을 했다고 한다”며 “급식예산을 깎아 가난한 아이들 밥을 굶겼다는 비난을 산 서울시교육청이 이제와서 학생들을 이용해 생색을 내려는 것 아니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행사를 주최하는 사단법인 김만덕기념사업회 누리집에도 “형편이 어려워 쌀을 못내는 학생들은 학교생활기록부에 기입도 안 되고, 김만덕의 생애를 기리는 사업에 동참도 못하는 사람이 돼 버린다”(고대완), “상처받는 아이들이 있다는 점은 왜 모르는지, 쌀은 보냈지만 마음은 공감이 안 된다”(박미진)는 등 강제 참여를 성토하는 글들이 올라오고 있다.
산하 학교에 행사 참여 공문을 보낸 서울시교육청은 “어디까지나 자율적으로 참여하도록 한 것이고, 이름을 쓰도록 한 것은 아이들에게 직접 참여의 기쁨을 느끼도록 하기 위해서”라며 “(의욕이 넘친) 일부 학교들이 학교생활기록부 기록 등 무리를 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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