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중근 통역사의 외조카 김파 시인
안중근 통역사의 외조카 김파 시인
내년초 증언 등 모아 책 출판
“안중근사상서 남북화해 시작”
내년초 증언 등 모아 책 출판
“안중근사상서 남북화해 시작”
안중근 의사가 블라디보스토크를 떠나 하얼빈에 도착했을 때 그의 곁에는 18살의 한 소년이 있었다. 하얼빈 의거 당시 안 의사의 러시아어 통역이었던 유동하, 그는 안 의사와 함께 붙잡혀 재판을 받고 뤼순감옥에 갇혔다. 1년3개월의 수감생활을 마친 그는 러시아에서 독립운동을 하다 1918년 러시아 경찰들에 붙잡혀 총살당했다.
그의 외조카인 조선족 김파(사진) 시인이 안중근을 연구하고 그에 대한 작품을 써온 것은 ‘운명적’이다. 지난 20일 다롄에서 만난 김파 시인은 “외할아버지 유경집(유승렬)은 한의사였고 안 의사와 의형제를 맺을 만큼 절친한 사이였다. 어린 시절부터 어머니(유동선)로부터 안중근 의사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자랐다”고 말했다. 그의 외할아버지의 집은 중국과의 국경지대인 러시아 연추 하리에 있었다. 이곳은 안중근 의사가 동지들과 함께 단지동맹을 맺어 왼손 무명지 첫마디를 끊어 태극기에 ‘대한독립’ 네글짜를 쓰고 고난 속에서도 포기할 수 없는 독립의 의지를 다졌던 곳이다.
국제안중근기념협회 부회장을 맡고 있는 김파 시인은 어머니의 회상을 토대로 안 의사에 대한 회고록을 썼고, 1999년에는 장편 서사시 <천추의 충혼 안중근>도 발표했다. “어머니의 말씀에 따르면, 외할아버지의 사돈인 김성백의 하얼빈 집에서 머물며 거사를 준비했던 안중근 의사는 거사 전날 밤잠을 이루지 못하고 유서를 쓰고 기도를 드린 뒤 나라를 위해 꼭 성공하게 해달라는 간절한 기원을 담아 총알 7발마다 십자가를 새겼다고 한다.”
그는 안중근 의사의 사상을 현재 어떻게 계승하고 실천할지가 우리에게 남겨진 가장 큰 숙제라고 강조했다. “안중근 사상의 애국애족, 국권과 자주독립, 국제평화주의 사상은 우리 민족이 단합해 남북 평화통일로 나아가는 구심점이 될 수 있다. 남북이 함께 존경하고 추모하는 안중근 사상에서 남북 화해가 시작될 수 있다”는 것이다.
올해 하얼빈 의거 100주년과 내년 안 의사 순국 100주년을 맞아, 그는 안의사와 관련된 사진들과 새로 발견된 유묵, 안 의사의 뤼순감옥 144일 생활에 대한 증언 등을 모아 내년초 책을 출판할 예정이다. 그는 “얼마 전 세상을 떠난 당시 뤼순감옥의 중국인 직원의 증언을 생전에 기록했다”며 “안중근 의사가 순국하기 3~4일 전 감옥장이 안 의사를 자기 집에 데려다 음식을 대접했는데 안 의사는 술을 마시고 당당하게 <장부가>를 불렀다. 감옥장이 며칠 뒤 죽을 텐데 두렵지 않냐고 묻자 안 의사는 ‘독립을 위한 거사에 이미 성공했기 때문에 어떤 두려움도 없다’는 말을 남겼다는 그의 증언이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다롄/박민희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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