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로 한국화가 우암(憂巖) 박용규(67)씨
50억대 작품 기증 원로화가 박용규씨
“다 주고 나니 허물 벗은 듯 홀가분 하네요.” 원로 한국화가인 우암(憂巖) 박용규(67·사진 왼쪽)씨가 최근 고향인 전남 신안군에 애지중지하던 예술작품 169점을 기증했다. 이 가운데 자신의 작품은 100점, 다른 작가의 작품은 69점이다. 평소 분신처럼 여겼던 화구와 서적도 내놨다. 평가액은 줄잡아 50억원대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몇해 전부터 기력이 떨어져 작품들을 어딘가에 넘기고 그림에만 몰두할 생각이에요. 그래도 작품에 대한 애정을 떨치기가 어려워 기증한 작품들이 흩어지지 않고 한 곳에 보관되면 했어요. 이제 불이 나거나 잃어 버리는 따위 걱정은 덜겠지요.” 분신처럼 여기던 작품 169점 쾌척
“앞으로 그릴 작품도 신안군에…” 대한민국 미술대전 심사위원과 초대작가를 지낸 박씨는 섬마을인 신안군 신의면 상태서리에서 태어났다. 남종화의 뿌리인 소치 허련 선생의 외가쪽 후손으로 어렸을 때부터 주변에서 “외탁해서 솜씨가 좋다”는 칭찬을 자주 들었다. 필력이 붙을 무렵 건국대에서 가르치던 남농 허건(소치 허련의 손자, 미산 허형의 아들) 선생의 문하에 들어가 그림을 배웠다. 1980년 대한미술원전에서 최우수상을 탄 그는 서울 덕수미술관에서 ‘운무’라는 개인전을 열면서 화단에 나왔다. 이후 30여년 동안 대한민국 미술대전에서 네차례 특선하고, 서울·목포에서 ‘실경산수전’, ‘홍도 스케치전’, ‘물길전-유달에서 영산으로’ 등 6차례 개인전으로 주목을 받았다. 80년대 후반부터는 신호등의 화살표에서 착안해 인생의 방향을 수묵에 담는 연작 ‘어디로’를 그리는 데 몰두해왔다. 남종화의 전통 기법에 머물지 않고 상징적 조형미를 찾으려는 실험에도 공력을 쏟았다. 3년 전에는 65m 짜리 대작을 전시했고, 앞으로 인생의 여정을 압축한 108m 짜리 두루마리 작품을 추진한다는 구상이다.
“2년 전 관광과 예술을 아우르는 문향을 꿈꾸는 박우량(오른쪽) 신안군수로부터 김환기 미술관, 김지하 문학관 등을 만들겠다는 얘기에 공감해 선뜻 기증을 결심했어요. 앞으로 그리는 그림들도 모두 고향에 넘기고 가볍게 떠나고 싶어요.” 신안군은 내년까지 16억원을 들여 압해면 송공리 분재공원 안에 우암 한국화전시관을 마련해 박씨의 뜻을 기리기로 했다. 전시관 안에는 전시시설 뿐 아니라 창작스튜디오를 따로 두어 작품활동도 지원할 예정이다. 광주/안관옥 기자 okah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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