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도시 사수! 연기군민, 500만 충청권 총궐기대회’가 27일 오후 충남 조치원역 광장에서 열렸다. 행정도시 원안 건설을 요구하는 이날 집회에서 연기군 의원과 이장단 등 100여명은 삭발했고, 5천여명의 주민들은 주민등록증을 반납했다. 조치원/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현장] 행정도시 사수 충청권 총궐기 대회
“평생 터전 내줬는데…성난 민심 먼저 헤아려야”
주민 5천명 ‘MB정부 거부’ 주민등록증 반납도
“평생 터전 내줬는데…성난 민심 먼저 헤아려야”
주민 5천명 ‘MB정부 거부’ 주민등록증 반납도
27일 오후 1시30분 충남 조치원역 앞은 뜨거웠다. 늦가을 따가운 햇살 때문이 아니었다. 행정중심복합도시(세종시) 원안 추진을 바라는 주민들의 간절한 마음 때문이었다. ‘행정도시 사수 연기군민·500만 충청권 총궐기대회’가 열린 조치원역 광장에는 1만2000여 주민들이 참석했다. 청주·서울·전주·대구 등 전국의 혁신도시 지역에서 온 대표들도 참석했다. 홍석하 행정도시사수 연기군 대책위원회 사무국장은 “연기군이 생기고 나서 가장 많은 주민들이 모였다”고 말했다.
행사장에서 만난 주민들의 얼굴에는 비장함이 묻어 있었다. 임헌찬(55·연기군 금남면)씨는 “요즘 피를 토하는 심정이나 목숨을 버리는 마음을 이해하게 됐다”며 “정부는 수정·폐지안을 만지작거릴 게 아니라 지역 주민들의 분노가 어느 정도인지 먼저 헤아려야 한다”고 말했다. 김아무개(80·연기군 전동면)씨도 “22살에 시집와서 한평생 살던 터전을 울면서 내줬는데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는 말을 듣고 나왔다”며 “왜정 때도 이런 일은 없었다”고 말했다.
행사장 뒤편에서 팔장을 끼고 있던 송봉 스님(연기군 전의면)은 “이명박 정부에 대한 신뢰가 무너진 주민들의 분노가 정도를 넘어선 것처럼 보인다”며 “정치는 잘 모르지만 저들의 마음을 달래는 게 우선인 것 같다”고 조용히 말했다. 직장인 김은선(24·여)씨도 “남자친구가 시간 약속을 안 지켜도 화가 나는데 이렇게 큰 약속을 정부가 멋대로 저버리는 것은 정말 할 일이 아닌 것 같다”고 거들었다.
오후 1시30분부터 시작된 대회는 이명박 정부를 비판하는 거대한 성토장이 됐다. 자유선진당 박상돈 의원은 “세종시는 국가 균형발전을 위해 추진하는 것이지 연기군민이나 충청도민을 위한 사업이 아니다”라며 “정부는 ‘충청도민을 섭섭하지 않게 하겠다’는 식으로 본질을 호도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무소속 심대평 의원(공주·연기)은 “이명박 대통령과 정운찬 국무총리가 당장에 세종시에 대한 충청권의 민심을 듣지 않으면 500만 충청인들은 균형발전을 바라는 모든 국민들과 함께 청와대 앞으로 행진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단식농성 6일째인 유한식 연기군수도 “군민의 모든 고통을 제 한 몸으로 짊어질 수 없다는 사실이 가슴 아프다”며 “세종시가 죽으면 지방의 미래가 없는 만큼 원안대로 추진될 수 있도록 힘을 모아 달라”고 호소했다. 홍성용(53) 행정도시 사수 연기군대책위원회 상임대표와 연기군 이장단 등 100여명은 “국가 균형발전을 바라는 모든 국민들의 힘을 모아 세종시를 반드시 지켜내겠다”며 삭발했다. 주민 박기병(52)씨 등 5000여명도 “이명박 정부가 있는 나라에서 국민으로 살고 싶지 않다”며 주민등록증을 반납했다. 5000여장의 주민등록증은 28일 오전 행정안전부에 전달될 예정이다. 주민들은 3시간 동안 집회를 연 뒤 부근 고려대학교 세종캠퍼스까지 2㎞의 거리 행진을 벌였다. 오윤주 기자 st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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