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엄마야 시원하지 소년원 학생과 부모가 함께한 ‘가족사랑 캠프’에 참가한 송천정보통신학교(옛 전주소년원) 박아무개(16)군과 어머니 이아무개(38)씨가 30일 저녁 충남 천안시 국립중앙청소년수련원에서 서로 발을 마사지해주며 밝게 웃고 있다.
소년원 나서는 아이들
다시 나간다 기쁨반 잘할수 있을까 두려움반 “내가 먼저 해줄게.” “아니야. 엄마가 먼저 해줄게.” 발마사지 강사의 강의가 진행되는 동안 굳은 얼굴을 펴지 못하던 김기민(18·가명)군과 어머니 장현숙(40·가명)씨는 서툰 손놀림으로 서로 발을 어루만졌다. 손가락 끝이 하얗게 되도록 꾹꾹 서로 발을 눌러주던 모자는 발의 뭉친 근육이 풀어지는 만큼 얼굴 표정도 풀어지기 시작했다. 곧이어 웃음이 터져나왔다. “간지러워~.” “아파~.” 장씨는 “아들이 이렇게 발을 만져주니까 너무 행복하다”고 말했다. 30일 밤 9시 충남 천안시 목천읍 교천리 국립중앙청소년수련원 본관 활동실. 청소년수련원과 법무부가 주관한 1박2일 일정의 ‘가족사랑 캠프’가 한창 무르익고 있었다. 짧게는 3개월 길게는 1년 8개월…
드디어 마지막날 가족과 함께 자그마한 행사를 치렀다
그리고 그날밤 ‘수련원’ 아빠 엄마와 함께 누운 잠자리 “그동안 미안해…” 이 캠프는 소년원 ‘퇴원’을 하루 앞두고 청소년 20여명과 그 부모들에게 사랑과 신뢰를 회복하는 기회를 주기 위해 마련됐다. 서로 발마사지를 해주는 ‘사랑과 섬김의 발반사’ 행사를 비롯해 하반신 마비 장애인 가수 강원래씨의 강연, 승마체험, 인라인 타기 등의 프로그램이 진행되면서 참가자들의 어색한 모습이 점점 걷혔다. 31일 안산예술종합학교(옛 안산소년원)를 퇴원한 이윤성(19·가명)군은 고등학교 2학년 때이던 2003년 사기죄로 붙잡혀 1년5개월 동안 소년원 생활을 했다. 갑옷·무기 등 온라인게임 아이템을 판매한다며 돈을 받은 뒤 물건을 넘겨주지 않은 죄로 붙잡혔다. 그전에도 싸움을 일삼아 부모 속을 많이 썩였지만 소년원에 들어간 것은 처음이었다. 아버지 이남수(53·가명)씨는 아들이 소년원에 들어간 뒤 ‘10년은 더 늙은 것 같다’고 했다. 경찰서로 구치소로 아들이 옮겨다닐 때마다 뜬눈으로 밤을 지새운 것이 여러 번이다. 하지만 아들은 서울소년원에서 안산예술종합학교로 옮긴 뒤 달라지기 시작했다. 영상사진반에 속한 이군은 사진에 취미를 붙이며 마음을 잡기 시작했다. 한 달에 두 번씩 꼬박꼬박 “다시 시작하겠다”는 참회의 편지를 보내왔다. 컴퓨터와 사진기능사 자격증도 땄다고 했다. 지난해 11월에는 ‘연꽃 사진’으로 여주대학 총장배 사진공모전에서 동상을 받았다. 철들고는 처음 받아온 상장이었다. 4월에는 고졸 검정고시까지 합격했다. 이씨는 “아들이 새로운 사람이 돼서 사회로 다시 나와 너무나 마음이 뿌듯하다. 캠프에 참가해 아들과 같이 승마도 하고 발마사지도 받아 보고 하니 좋다”며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이군은 “옛날에 저지른 일을 생각하면 지금도 씁쓸하다”며 “격리돼 있어 외롭기도 했고 다른 친구들이 부러웠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나가서 어떻게 할지 막막하지만 대학에 입학해 사진을 전공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씨 부자는 이날 2년 만에 다시 한곳에서 잠자리에 들었다. 2인1실의 수련원 숙소에서는 밤새도록 소곤거리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흘러나왔다. 캠프에 참가한 학생들은 특수절도나 강도상해 등의 죄로 짧게는 3개월, 길게는 18개월 동안 소년원 생활을 했다. 이들 대부분은 31일 청소년수련원에서 서류 처리를 하고 곧바로 퇴원을 해 부모의 품으로 돌아갔다. 이들의 눈에는 다시 사회로 나간다는 기쁨과 잘 적응할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이 교차했다. 하지만 가족과 함께 꼭 잡은 손에서 함께한다면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자신감도 엿보였다. 학생들은 캠프 마지막에 방영된 영상편지에서 자신들이 새길을 열어가겠다는 다짐을 이렇게 표현했다. “그동안 말 안 들어서 미안해. 공부 열심히 해서 좋은 대학 갈게.”(서아무개양·17) “그동안 바뀐 모습 보여드릴게요.”(이아무개군·16) “새사람이 되겠어요.”(정아무개군·19) “아버지, 지금까지 살면서 효도도 한번 못했어요. 앞으로는 효도 많이 할게요.”(장아무개군·18) 천안/글·사진 이형섭 기자 sub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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