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 둘, 앞으로 모이고..."
모내기 등 바쁜 농사일로 눈코 뜰새가 없는 요즘 밤마다 전통가락에 맞춰 춤을 배우며 하루의 피로를 푸는 농촌 노인들이 있다.
강원도 춘천시 서면 방동1리 마을회관 앞마당은 요즘 밤 8시가 되면 동네 어른들이 삼삼오오 마을회관 앞으로 모여들기 시작해 춤사위를 익히는 열기로 후끈 달아오른다.
30여명에 이르는 노인들이 이처럼 야간에 `춤 바람'이 난 것은 최근 이 마을이춘천시 농촌건강장수 마을로 지정되면서 치매예방에 좋다는 춤을 배울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됐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마을 노인들은 강원도립무용단 김영주 단무장과 춘천시무용협회 회원의 지도아래 매일 밤 10시까지 강원도아리랑 가락에 손발을 맞춰보며 시간 가는 줄 모른다.
무엇보다 눈길을 끄는 것은 평소 농사나 생활 도구로 사용하고 있는 키와 지게,바구니를 소품으로 활용하고 있는 점이다.
하지만 요즘에는 바구니를 사용하는 집이 많지 않자 아낙네들은 대신 스테인리스 밥그릇을 집어 들고 춤을 추면서도 소녀들처럼 행복한 표정을 감추지 않는다.
지난 달 26일부터 야간을 이용해 춤을 배우고 있는 마을 노인들은 오는 10일에는 마을 경로잔치에서 그동안 갈고 닦은 춤 솜씨를 뽐내기 위해 개구리 울음소리가한창인 31일 밤에도 마을회관 가로등 불빛 아래에서 연습에 매진하고 있었다.
고려의 개국공신 신숭겸 묘역과 고구려 고분 등 전통 문화유산이 살아 쉼쉬는방동1리는 전체 85가구 가운데 65세 이상 노인이 65명이나 되기 때문에 올해 춘천지역에서 유일하게 건강장수 마을로 선정돼 생활환경 정비와 건강관리 사업에 4천200만원을 지원받게 됐다.
최승록(54) 이장은 "농사일을 마친 어른들이 춤을 배우기 위해 저녁에 함께 모이다보니 마을 화합이 너무 잘된다"면서 "춤이 치매예방에 좋기 때문에 앞으로 계속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춘천시 관계자는 "농촌 어른들에게 에어로빅이나 요가는 힘이 들 것 같아 농기구를 들고 아리랑 가락에 맞춰 춤을 배우는 것을 권하게 됐다"고 말했다.
(춘천/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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