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대문구 북아현동 재개발구역 조합원들이 인천시 동구 송현동 수도국산 달동네 박물관에서 60년대 서민들의 생활상을 둘러보고 있다. 수도국산은 인천의 대표적인 달동네에서 지금은 아파트촌으로 바뀌어 있다.
‘옛집’ 보존 나선 북아현동 주민들
“한겨울에 골목길이 얼어붙으면 북아현동 언덕 꼭대기에서 나무판자를 타고 신나게 큰 도로까지 내려오곤 했지.” 뉴타운 재개발 구역인 서울 서대문구 북아현 1-2지구 조합장 정철현(53)씨는 이 말을 하며 미소를 지었다. 정씨는 북아현동에서 태어나 지금까지 살고 있는 원주민이다. 그는 “80년대 이전까지만 해도 북아현동은 한옥과 판잣집이 대부분이었다”며 “이게 벌써 두번째 재개발이라 예전 동네의 모습이 많이 생각난다”고 말했다. 배다리골 찾아 옛 정취 ‘흠뻑’
재개발돼도 한옥 등 보존키로
“옛 동네 추억할 수 있었으면” 정씨처럼 옛 모습을 남기자는 데 뜻을 같이한 북아현동 재개발 조합원 20여명이 30일 오전 충정로에 모였다. 이들은 시민단체 문화우리, 서대문구청 뉴타운총괄팀과 함께 옛 모습을 잘 보존했거나 기록한 지역을 방문하기로 했다. 북아현 3구역 조합원 한지원(39)씨는 “그동안 예쁜 동네에서 살고 있다는 자부심이 컸다”며 “아이들이 자란 뒤에 옛 동네를 추억할 수 있는 공간이 조금이라도 남아 있어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날 북아현 주민들은 옛 마을의 구조와 정취가 아직도 잘 남아있는 인천 동구 배다리골을 찾아갔다. 이들은 이 곳에서 우리나라 성냥의 60%를 공급하던 배다리골 성냥공장이 흔적도 없이 사라졌으며, 100년 이상의 역사를 담은 배다리골도 재개발의 위기에 놓였다는 설명을 들으며 자신들의 일처럼 공감했다. 인천시 동구 송현동 수도국산 달동네 박물관에서는 60~70년대 자신들이 살았던 달동네를 떠올리며 감상에 젖기도 했다. 북아현동에 40년을 살았다는 신세균(59)씨는 “북아현동 언덕에 아이스께끼 공장이 있었는데 네모난 아이스박스에 담아 팔던 모습이 선하게 떠오른다”고 말했다. 서울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북아현동 조합원들은 북아현 골목의 보존 규모나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조합원들은 이미 북아현 가옥의 원형을 일부라도 보존해야 한다는 점에는 공감하고 있었다. 한지원씨는 “금화아파트 부근에 공원이 들어서는데 이곳의 옛 집들을 그대로 보존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주민들과 답사를 함께 한 이중재 문화우리 사무국장은 “재개발되는 북아현동에 단지 기록이나 흔적만이 아닌 실제 가옥들이 보존된다면 이는 서울에서 최초의 일”이라며 “주민들이 스스로 이런 운동을 한다는 것 자체에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글·사진 송채경화 기자 kh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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