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언론법 결정’에 대한 학계 의견
헌법·언론학계 의견…민주당 “의장이 위법 책임져야”
헌법재판소가 언론관련법의 입법절차상 흠을 확인함에 따라 국회가 결자해지 차원에서 재논의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헌재는 지난 29일 신문법·방송법 무효확인 청구를 기각하면서 “법안의 효력은 유효하지만 심의·표결권을 침해했다는 헌재의 결정도 유효하다. 앞으로 국회의장이 헌재의 결정 취지에 따라 처리해야 할 문제”라고 밝혔다. 입법절차상 잘못을 분명히 지적하면서 입법부에 해결 책임을 다시 넘긴 것이다. 이에 정세균 민주당 대표는 30일 “국회가 책임지고 풀어야 한다”며 “문제를 수습하고 해결하기 위해 전면적인 재논의가 필요하다”고 여야 간 대화를 요구했다. 그는 언론관련법을 직권상정했던 김형오 국회의장에 대해 “헌재가 국회법 절차를 안 지켰다고 판결한 상황에서 모른 척하지 말고 절차상 위법에 대해 책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에 안상수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이날 “한나라당은 헌재 결정에 승복하고, 민주당이 어떤 요구를 해도 (법 개정을) 재논의하지 않을 것”이라며 “소모적 논란에 종지부를 찍고 미디어 산업 발전을 위해 앞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김형오 국회의장은 29일 논평을 통해 “헌재 결정에 대해 모두가 자기 입장에서 아쉬움도 있겠으나 미디어법과 관련한 논란은 오늘로써 종결되어야 한다”고 밝힌 뒤 더는 언급을 않고 있다. 그러나 김 의장과 여당의 태도는 절차 잘못이 드러난 경우 재의결을 통해 바로잡았던 국회의 과거 선례에도 어긋난다. 국회는 2002년 11월12일 박관용 의장의 결정에 따라 무효 시비를 빚던 47개 법안을 재의결했다. 당시 국회는 11월 7, 8일 본회의에서 114건의 법안을 무더기 처리했는데, 이 중 상당수를 의결할 때 재석 의원이 70~100명(당시 의결정족수 137명)에 그쳐 학계·시민단체의 비판을 받았다. 손혁재 경기대 교수(정치학)는 “헌재가 날치기 사실을 확인하면서 국회의 재논의 필요성을 제기한 것”이라며 “국회의 위상을 살리고 다수당이 위법절차를 일삼는 일을 막기 위해서라도 재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헌법학계는 법리적 측면의 문제점을 지적한다. 임지봉 서강대 교수(헌법학)는 “헌재가 야당 의원의 심의권 침해 등을 주문으로 적시한 이상 국회도 헌재법 67조에 기속받게 되는 것”이라며 “당연히 입법기관이 이 기속력에 따라 하자를 치유하는 새 개정 작업을 벌여야 한다”고 말했다. 전종익 서울대 교수(헌법학)는 “헌재가 대리투표, 일사부재의 등의 문제제기를 다 인정했다”며 “그렇다면 국회 자율 취지에 맞게 여야가 다시 잘 이야기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언론학계는 사회적 합의 측면을 강조한다. 장호순 순천향대 교수(언론학)는 “헌재 결정은 미디어법이 사회적 합의를 통해 이뤄져야 한다는 것을 강조한 것”이라며 “헌재가 애매한 결정을 내렸다 하더라도 국회가 충분히 재논의해 합의점을 찾는 것이 언론에도 정치권에도 바람직할 것”이라고 말했다. 권혁남 전북대 교수(언론학)는 “앞으로 모든 국민들이 절차보다는 결과를 중시하게 될까 우려된다”며 “헌재에 대한 국민의 조직적 항거가 필요하고, 국회에서도 헌재의 절차상 하자 결정 취지를 잘 생각해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창식 선임기자, 박창섭 기자 cspcsp@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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