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근무의 절반도 못받아” 지방정부 상대 청구키로
1인당 400만~20000만원꼴…소방본부 ‘인사조처’ 압박
1인당 400만~20000만원꼴…소방본부 ‘인사조처’ 압박
전국 지방정부 소속 소방공무원들이 각 시·도를 상대로 초과근무수당 청구소송을 내기로 했다. 이에 해당 지역 소방본부들이 이들의 소송을 막기 위해 조직적으로 회유·압박하고 나서 논란이 일고 있다.
1일 전·현직 소방공무원들로 구성된 소방발전협의회와 일부 시·도 소방공무원들의 말을 들어보면, 전국 16개 시·도 가운데 서울·대구·대전·부산·광주·경기·충북·충남·경북·전남·제주 등 11개 지역 소방공무원들이 각 지방정부를 상대로 미지급된 초과근무수당을 지급해 달라는 소송을 낼 계획이다.
한 충북지역 소방공무원은 “충청북도 소속 소방공무원 300여명이 2일 충북도를 상대로 소송을 내기로 했다”며 “근무 형태에 따라 한 사람당 400만~2000만원 정도로, 청구액은 총 30억원”이라고 말했다. 소방발전협의회 관계자도 “충북 이외 나머지 10개 시·도 소속 소방공무원들도 이달 중순이나 12월1일 일제히 소송을 낼 계획”이라고 밝혔다.
소방공무원들의 근무 현황을 보면, 전국 3만여명의 소방공무원 가운데 2교대나 3교대 근무를 하는 인원은 2만6300여명에 이른다. 2교대자가 1만5900여명, 3교대자가 1만400여명이다. 이들의 한달 평균 근무시간은 각각 365시간과 243시간으로, 올해 공무원 정규 근무시간인 170시간을 훨씬 넘어선다.
하지만 각 지방정부는 73~195시간의 초과근무 가운데 40~70시간에 대해서만 초과근무수당을 지급하고, 나머지 시간은 초과근무시간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초과근무수당 지급 범위를 ‘예산편성 범위 내로 한다’는 관련 규정을 들어 실제로 근무한 시간에 훨씬 못 미치는 시간만큼만 초과근무수당을 지급해온 것이다.
그러나 2002년 대구 상수도사업본부 소속 공무원 290여명이 대구시를 상대로 미지급된 초과근무수당 15억원을 달라며 낸 소송에서 대법원은 지난 9월 “예산편성 범위와 관계없이 실제 초과근무한 시간에 대해 수당을 지급해야 한다”고 원고승소 판결했다. 이 판결에 따라 소방공무원들도 임금채권 소멸시효(3년)를 고려해 최근 3년 동안 지급받지 못한 초과근무수당을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이 과정에서 각 지역 소방본부가 소송을 막기 위해 조직적으로 회유와 압박을 가하고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이름 밝히기를 꺼린 한 소방공무원은 “소송 준비에 들어가자 소방본부 간부들이 일선 소방서장과 소방센터장들을 불러 ‘소송이 제기되면 지휘 책임을 묻겠다’, ‘관련자를 파악해 보고하라’며 압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다른 소방공무원도 “소방본부 간부들이 직접 나서 ‘소송을 내는 것은 집단행동으로 불법이다’, ‘소송을 내지 말라’고 압박하고 있다”며 “인사조처, 근무지 조정 등을 거론하며 전방위로 압박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번 소송을 맡은 송해익 변호사는 “일을 하고도 받지 못한 임금에 대해 재판을 청구하는 것은 헌법에 보장된 권리”라며 “시민으로서 당연히 누려야 할 권리를 억압한다면 이것이 바로 불법행위”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충북 소방본부 관계자는 “명단을 파악한 적은 있지만 압력을 가한 일은 없다”고 밝혔다. 김경욱 기자 dash@hani.co.kr
이에 대해 충북 소방본부 관계자는 “명단을 파악한 적은 있지만 압력을 가한 일은 없다”고 밝혔다. 김경욱 기자 das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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