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탁 유도’ 가정통신문·설문지…교육청도 전환 독려뿐
서울시내 일부 중·고교 교장들이 내년 1월까지 모든 학교 급식을 직영으로 전환하도록 의무화한 학교급식법을 무시하고 위탁급식을 유도하는 학부모 설문조사를 실시하는 등 직영급식 전환을 방해하고 있다.
‘친환경급식을 위한 서울운동본부’와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서울지부 등은 2일 오전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교장이 직영급식 전환을 방해한 사례 등을 공개하고, 이른 시일 안에 직영급식 전환을 유도할 것을 시교육청에 요구했다.
이들이 공개한 사례를 보면, 서울 중랑구 ㅅ중은 지난달 26일 ‘직영급식을 하면 조리기술·식자재 구입의 전문성이 부족해지고, 교사들이 급식업무에 매달려 업무에 충실하기 어렵다’는 등 직영급식의 문제점을 나열한 가정통신문과 함께 직영·위탁 가운데 급식 형태를 선택하도록 하는 설문지를 학부모와 학생들에게 배포했다. 이 학교의 한 학부모는 “직영급식을 하면 좋은 식재료를 쓸 수 있고 식중독 사고도 예방할 수 있다고 알고 있는데, 갑자기 이런 내용의 설문지를 받아 황당했다”고 말했다. 결국 이 학교는 설문조사를 토대로 최근 직영급식 전환을 1년 유예하기로 결정했다.
서울 광진구 ㅈ고·강서구 ㅂ중 등은 급식 형태를 직영·위탁·부분위탁 가운데 어떤 방식으로 할지 결정하기 위해 학교운영위원회를 소집하기로 했다.
시교육청 급식담당 안승호 사무관은 “2006년 개정된 학교급식법이 직영 전환을 의무화하고 있기 때문에, 이는 학운위 심의사항이 아니다”라며 “각 학교에 오는 5일까지 직영 전환 신청서를 내라고 한 만큼 신청이 저조하면 독려 공문을 보낼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시교육청이 ‘직영 전환을 신청하라’고 하면서도 실제로는 직영 전환 예산을 턱없이 부족하게 편성해 직영 전환 의지가 없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시교육청이 시교육위원회에 제출한 내년도 예산안을 보면, 내년 직영 전환 관련 예산은 73억2천만원에 불과하다. 이마저도 시교위 예산 심의과정에서 3분의 1 이상이 깎여 실제 배정된 예산은 48억여원뿐이다. 현재 직영으로 전환하지 않은 서울시내 564개 학교가 모두 직영으로 전환하려면 최소 300억원 정도가 든다.
배옥병 안전한학교급식운동본부 대표는 “서울은 직영 전환율이 전국 꼴찌임에도 교장들이 법까지 무시하며 직영 전환을 방해하고 있다”며 “지난 8월부터 진행해 1만명의 서명을 받은 ‘국민 감사 청구’를 오는 17일 감사원에 접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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