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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홀로서기 버겁던 아이들, 희망이 싹트다

등록 2009-11-02 20:35수정 2009-11-02 21:47

지난 6월 서울 관악구 청룡동에 있는 ‘서울 두드림존 센터’(한국청소년상담원 운영)의 청소년 자립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한 학생들이 책상에 둘러앉아 ‘점포 운영 게임’을 하며 창업 지식을 익히고 있다.   한국청소년상담원 제공
지난 6월 서울 관악구 청룡동에 있는 ‘서울 두드림존 센터’(한국청소년상담원 운영)의 청소년 자립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한 학생들이 책상에 둘러앉아 ‘점포 운영 게임’을 하며 창업 지식을 익히고 있다. 한국청소년상담원 제공
[현장] 청소년 자립 돕는 ‘두드림존’
형편 어려워 방황하다
‘취업 노하우’ 익힌뒤
하나둘 직장인 대열에

김혜영(21·가명)씨는 2년 전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경남 양산에서 서울행 버스에 무작정 몸을 실었다. 어려서 아버지가 세상을 뜬 뒤 가정이 깨져 7살 때부터 보육원에서 자랐다. 고교에서 배운 미용기술로 취업을 하려 했지만 막막했다. 서울 동작구의 한 ‘자립생활관’(고교를 졸업한 보육원 출신들이 머무르는 곳)에서 2년 동안 생활하면서 편의점 아르바이트 등으로 돈을 벌었고, 그 돈으로 미용학원을 다녔다.

김씨한테 지난 7월 이런 처지를 벗어날 기회가 찾아왔다. 자립생활관에서 ‘두드림존’이라는 청소년 자립지원 프로그램을 소개해 준 것이다. 두드림존은 한국청소년상담원이 운영하는 프로그램으로, 서울·수원·대전에 ‘두드림존 센터’가 상설 운영되고 있으며, 전국 17개 지역 청소년상담센터에서도 시범 운영하고 있다.

김씨는 서울 관악구 청룡동의 두드림존 센터에서 두 달 동안 많은 것을 배웠다. 이력서 쓰기과 면접 기술을 익혔고, 은행 계좌 여는 법이나 용돈 관리 등 경제상식도 늘렸다. 한결 자신감이 생긴 김씨는 지난 9월 ㅋ화장품의 피부 관리사로 취직했다. 월 80만원의 ‘박봉’이지만 생애 첫 직장이다. “예전엔 면접에서 성장과정을 물어보면 자신도 모르게 움츠러들었는데, 이젠 많이 극복했어요. 남들이야 아직 더 놀아도 되는 나이지만, 난 혼자서 나를 책임져야 하니까 빨리 돈을 벌어 자립하고 싶어요.”

어려서 부모를 잃었거나 가난과 부모의 이혼 등으로 일찍부터 ‘홀로 세상에 내던져진 청소년’들이 자립을 꿈꾸고 있다. 이들은 ‘결손가정’ 또는 ‘문제아’라는 편견에 시달리고 있지만, 적절한 사회의 지원만 있다면 충분히 자립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아직 16살의 미성년자인 최영준(가명)군은 방황하다 자립교육을 통해 마음을 잡은 경우다. 지난 4월 고등학교를 그만뒀고, 아버지와 싸운 뒤 집을 나왔다. 청소년쉼터에서 지내던 중 쉼터 선생님의 소개로 두드림존의 자립교육프로그램에 참여했다. “의외로 재밌었어요. 게임도 하고 직업현장 체험도 다녔죠.”

최군은 지난달부터 서울의 한 고교 급식을 담당하는 위탁업체에서 식자재 운반을 보조하면서 월 130만원을 받고 있다. “몸이 힘들어도 집에는 돌아가고 싶지 않아요. 돈을 벌어 살 곳을 마련하고 내년에는 학교로 돌아가 졸업도 하고 싶어요.”

서울 두드림존 센터는 올해 3월 문을 연 뒤, 지난달까지 모두 93명의 청소년들을 맞았다. 이들 가운데 17명이 물류관리원, 간호조무사, 보육교사, 전화상담원, 배송원 등으로 취업에 성공했다. 6명은 검정고시를 쳤고, 7명은 다니던 학교로 되돌아갔다. 직업훈련을 받거나 인턴으로 취업을 준비하는 학생도 9명이다.


이들은 처음 왔을 때 한마디로 ‘천방지축’이었다고 한다. 이력서 등 공식 문서를 써보라고 하면 ‘알바 6개월’, ‘자료 살펴보삼~’이라며 채팅 용어를 썼다. 아르바이트는 여러 번 해봤지만 돈을 관리하는 방법도 몰랐다. 하지만 이곳에서 자립의 꿈을 품게 됐고, 스스로를 다듬어 갔다. 한국청소년상담원 백윤미 상담사는 “조금만 옆에서 이끌어주면 얼마든지 잘할 수 있는 아이들”이라며 “이들을 채용한 회사들도 만족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오는 4일 이들은 한 해 성과를 기념하기 위해 서울 롯데호텔에서 취업 선배와 후배가 모이는 ‘행복예감 파티’를 연다.

이경미 기자 km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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