윌리엄 엥달 미국 지정학 전문가
중국 방문한 미 지정학자 윌리엄 엥달
폭설로 베이징이 하얗게 마비된 지난 1일, 인민대학 근처에 있는 좌파 서점 우요우즈샹에서 마련한 미국 지정학 전문가 윌리엄 엥달(사진)의 강연장에는 300여명이 몰려들어 발디딜 틈이 없었다.
엥달은 지난 30여년간 에너지, 정치학, 경제 분야를 넘나들며 미국의 패권주의를 날카롭게 비판해온 비주류 지정학 전문가다. 중국에선 최근 <석유전쟁>, <패권의 배후> 등 그의 저서 5권이 잇따라 번역돼 큰 관심을 모으고 있으며, 한국에는 <석유 지정학이 파헤친 20세기 세계사의 진실> 등이 나와 있다.
이날 강연의 주요 내용은 미국이 1971년 브레튼우즈 체제의 금본위 시스템을 포기한 뒤 달러 패권을 유지하기 위해 전 세계의 부를 약탈하며 기생해 왔다는 것이다. 엥달은 월가의 금융세력들이 1973년 인위적으로 석유파동을 일으켜 달러가치를 끌어올린 것을 비롯해, 82년 제3세계 부채위기, 90년대 러시아와 구사회주의권의 시장화 충격 요법, 97년 타이·말레이시아·한국 등을 강타한 아시아 금융위기 등을 교묘하게 조작해 이들 국가의 부를 빨아들여 왔다고 주장한다.
30여년간 정치·경제학 넘나들며 미 정책 비판
“아프간 증파는 중 견제용…한국군 파병 잘못” 강연 뒤 <한겨레>와 만난 그는 “45년 이후 미국의 패권을 받쳐온 두 개의 축, 군사력과 달러 기축통화 체제(월가의 세계 금융 지배체제)가 흔들리고 있는 지금 한국이 맹목적으로 미국의 노선을 추종한다면 큰 타격을 입게 될 것”이라며 “미국의 정책은 이미 파산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이 아프가니스탄에서 군사력을 확대하려는 목적은 탈레반 때문이 아니라 중국을 겨냥한 것이다. 파키스탄을 압박해 미군의 군사력을 확대하는 것도 탈레반이 아니라 중국과 러시아를 견제하려는 것”이라며 “이런 상황에 한국이 아프간에 군대를 파병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미국 정부가 ‘미국의 세기’를 유지하기 위해 중국과 러시아의 협력을 두려워하고 있으며, 특히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중국 내부의 반정부 세력을 지원하는 등 다방면의 공세를 펴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는 G2나 G20에 대해서도 매우 비판적이었다. “미국이 G2를 강조하는 것은 미국이 중국을 사랑해서가 아니라 중국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중국에 기생하려는 것이다. 미국이 G7, G8 대신 G20을 만든 것도 아시아나 아프리카를 좋아하기 때문이 아니라 달러 가치를 유지하려면 아시아와 아프리카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금융위기 이후 새로운 세계 시스템에 대해 질문을 던지자 그는 잠시 고민한 뒤, “위기는 10년 이상 지속될 것이다. 위기 이후의 새로운 시스템은 다른 국가들이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이고, 미국 이외의 국가들은 더 이상 달러 체제와 미국 시장에 의존하지 말고 서로 협력하며 다양한 통화시스템과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베이징/박민희 특파원 minggu@hani.co.kr
“아프간 증파는 중 견제용…한국군 파병 잘못” 강연 뒤 <한겨레>와 만난 그는 “45년 이후 미국의 패권을 받쳐온 두 개의 축, 군사력과 달러 기축통화 체제(월가의 세계 금융 지배체제)가 흔들리고 있는 지금 한국이 맹목적으로 미국의 노선을 추종한다면 큰 타격을 입게 될 것”이라며 “미국의 정책은 이미 파산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이 아프가니스탄에서 군사력을 확대하려는 목적은 탈레반 때문이 아니라 중국을 겨냥한 것이다. 파키스탄을 압박해 미군의 군사력을 확대하는 것도 탈레반이 아니라 중국과 러시아를 견제하려는 것”이라며 “이런 상황에 한국이 아프간에 군대를 파병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미국 정부가 ‘미국의 세기’를 유지하기 위해 중국과 러시아의 협력을 두려워하고 있으며, 특히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중국 내부의 반정부 세력을 지원하는 등 다방면의 공세를 펴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는 G2나 G20에 대해서도 매우 비판적이었다. “미국이 G2를 강조하는 것은 미국이 중국을 사랑해서가 아니라 중국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중국에 기생하려는 것이다. 미국이 G7, G8 대신 G20을 만든 것도 아시아나 아프리카를 좋아하기 때문이 아니라 달러 가치를 유지하려면 아시아와 아프리카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금융위기 이후 새로운 세계 시스템에 대해 질문을 던지자 그는 잠시 고민한 뒤, “위기는 10년 이상 지속될 것이다. 위기 이후의 새로운 시스템은 다른 국가들이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이고, 미국 이외의 국가들은 더 이상 달러 체제와 미국 시장에 의존하지 말고 서로 협력하며 다양한 통화시스템과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베이징/박민희 특파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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