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머물며 여행책 낸 주종원·채미정 부부
인도 머물며 여행책 낸 주종원·채미정 부부
1999년, 강릉에 사는 평범한 대학생 주종원(36·왼쪽)씨는 우연히 지역에서 열리는 강릉단오제 구경을 갔다. 과 교수님의 권유로 ‘강원도 사투리 경연대회’ 순서에 즉석 출전한 그는 뜻밖에도 대상을 탔다. 상품으로 받은 컴퓨터를 팔아 100만원을 손에 쥔 그는 무엇을 할까 고민하다, 평소 꿈 꿔왔던 인도에 가기로 마음먹었다. 그리고 당장 인도행 비행기표를 끊었다. 그 얼마 뒤 주씨는 아예 인도 전문 여행사에 자리를 잡았다.
2000년, 평범한 회사원 채미정(39·오른쪽)씨는 일이 지겨워 어디론가 떠나고 싶었다. 마침 풀꽃세상을 위한 시민모임에서 만난 회원 주씨가 그해 6월 배낭여행자들을 모아 인도로 떠난다는 얘기를 듣고 거기에 합류했다. 이미 사표를 쓴 뒤였다. 배낭여행팀은 한 달 동안 인도 여행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왔다. 그러나 최씨는 주씨와 함께 인도에 남았다.
9년전 인도여행 함께 다니다 ‘백년가약’
식당 운영하며 매년 한달간 네팔등 여행 “인도가 저희를 맺어줬어요.” 이들은 인도를 여행하면서 ‘길동무’ 이상으로 가까워졌다. 서로의 지향점이 같았던 것이다. 주씨는 “막상 인도에 가보니, 한국과는 전혀 다른 모습에 반했어요. 인도는 정말 시간이 천천히 가는 곳이에요”라고 말했다. 이들은 드디어 부부의 연을 맺기로 약속했다. 팀원들을 보내고 둘이서 히말라야 안나푸르나를 등반하고 인도 구석구석을 돌아다녔다. 4개월간의 여행을 마치고 잠시 귀국한 그들은 두 달 뒤 다시 인도로 떠났다. 이제는 인도 체류가 목적이었다. 아내는 평소 꿈이었던 그림을 배웠고, 남편은 힌두어를 배우는 어학 코스에 들어갔다. 2002년 8월 바라나시에 ‘라가카페’라는 한국식당을 차렸다. ‘라가’는 힌두어로 멜로디라는 뜻이라고 한다. 2003년 5월 잠시 귀국해 결혼식을 올리고 부부가 된 그들은 다시 인도로 갔다. 식당을 운영하면서 일년 중 한 달은 자신들을 위해 쓰기로 했다. 해마다 5월이면 바라나시 지역은 낮기온이 50도를 넘을 정도로 무더워 여행객도 줄어든다. 이때 부부는 인도나 네팔을 여행한다. 주씨는 식당 운영 외에도 여행책을 쓰거나 방송 다큐멘터리 촬영을 도와주며 산다. 겉으로 보면 꽤나 멋진 삶을 살아 주위의 부러움을 살 만도 하다. “저도 돈을 많이 벌었으면 좋겠고 저축 걱정도 하고 남들과 같은 고민을 해요. 다만 너무 많은 욕심 부리지 않고 쓸 만큼만 벌어 즐겁게 살자고 생각하죠.” 올해 부부는 한 출판사의 의뢰를 받아 터키 여행 안내서 <프렌즈 07 터키>를 써냈다. 6개월 동안 터키를 돌아다니며 남편은 글을 쓰고 아내는 지도를 그렸다. 책 발간에 맞춰 지난달말 귀국한 이들은 6일 다시 홀연히 인도로 떠났다. “인도로 돌아가지만 ‘정착’하는 건 아니에요. 그저 장기체류일 뿐이죠. 1박2일이든 1년이든 10년이든 단지 기간의 차이만 있을 뿐 사람은 누구나 여행자라고 생각해요.” 이경미 기자 kmlee@hani.co.kr, 사진 김성민씨 제공
식당 운영하며 매년 한달간 네팔등 여행 “인도가 저희를 맺어줬어요.” 이들은 인도를 여행하면서 ‘길동무’ 이상으로 가까워졌다. 서로의 지향점이 같았던 것이다. 주씨는 “막상 인도에 가보니, 한국과는 전혀 다른 모습에 반했어요. 인도는 정말 시간이 천천히 가는 곳이에요”라고 말했다. 이들은 드디어 부부의 연을 맺기로 약속했다. 팀원들을 보내고 둘이서 히말라야 안나푸르나를 등반하고 인도 구석구석을 돌아다녔다. 4개월간의 여행을 마치고 잠시 귀국한 그들은 두 달 뒤 다시 인도로 떠났다. 이제는 인도 체류가 목적이었다. 아내는 평소 꿈이었던 그림을 배웠고, 남편은 힌두어를 배우는 어학 코스에 들어갔다. 2002년 8월 바라나시에 ‘라가카페’라는 한국식당을 차렸다. ‘라가’는 힌두어로 멜로디라는 뜻이라고 한다. 2003년 5월 잠시 귀국해 결혼식을 올리고 부부가 된 그들은 다시 인도로 갔다. 식당을 운영하면서 일년 중 한 달은 자신들을 위해 쓰기로 했다. 해마다 5월이면 바라나시 지역은 낮기온이 50도를 넘을 정도로 무더워 여행객도 줄어든다. 이때 부부는 인도나 네팔을 여행한다. 주씨는 식당 운영 외에도 여행책을 쓰거나 방송 다큐멘터리 촬영을 도와주며 산다. 겉으로 보면 꽤나 멋진 삶을 살아 주위의 부러움을 살 만도 하다. “저도 돈을 많이 벌었으면 좋겠고 저축 걱정도 하고 남들과 같은 고민을 해요. 다만 너무 많은 욕심 부리지 않고 쓸 만큼만 벌어 즐겁게 살자고 생각하죠.” 올해 부부는 한 출판사의 의뢰를 받아 터키 여행 안내서 <프렌즈 07 터키>를 써냈다. 6개월 동안 터키를 돌아다니며 남편은 글을 쓰고 아내는 지도를 그렸다. 책 발간에 맞춰 지난달말 귀국한 이들은 6일 다시 홀연히 인도로 떠났다. “인도로 돌아가지만 ‘정착’하는 건 아니에요. 그저 장기체류일 뿐이죠. 1박2일이든 1년이든 10년이든 단지 기간의 차이만 있을 뿐 사람은 누구나 여행자라고 생각해요.” 이경미 기자 kmlee@hani.co.kr, 사진 김성민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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