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도시건설청 갈길은 정진철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장이 6일 오전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에서 열린 첫 세종시 정부지원협의회에 참석해 다른 참석자들이 오길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세종시 원안 백지화 파문] ‘통일 대비한 수정’ 맞나
이명박 대통령이 행정중심복합도시(세종시) 반대의 이유로 ‘통일 이후 미래’를 들고 나왔다. 통일 뒤 수도 문제는 노무현 정부가 행정도시에 앞서 신행정수도 정책을 추진했을 때부터 반대론자들이 제기해온 묵은 논란거리다. 헌법재판소의 결정과 행정도시 건설로 일단락된 이 문제를 대통령과 총리가 ‘전가의 보도’처럼 5년 만에 다시 꺼내들었다. 이 대통령은 지난 4일 행정도시 수정 방침을 밝히면서 “통일 이후의 국가 미래를 염두에 두고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 총리도 “통일에 대비하더라도 (행정도시 건설은) 많은 문제가 있다”고 밝혔다. 통일이 되면 수도를 서울이나 다른 도시로 다시 정해야 하기 때문에 지금 중앙부처들을 행정도시로 옮길 수 없다는 이야기다. 정 총리는 5일, 통일 독일의 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총리를 만난 자리에서도 이 문제를 거론해 “행정부처가 분산되는 것은 좋지 않다”는 대답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통일을 대비한다면 행정도시가 더욱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통일 시점에도 지금처럼 서울과 수도권에 인구와 일자리, 정치·행정·경제·문화 기능이 집중돼 있다면, 수도권의 과밀은 더욱 심각해져 통일된 대한민국에 엄청난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이야기다. 노무현 정부에서도 통일 수도 문제에 대해 “통일이 이뤄지면 수도권에 상당히 많은 북한 주민들이 몰려들 가능성이 있다”며 “이를 대비해서라도 수도권의 인구와 기능을 분산시킬 필요가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안성호 대전대 교수(행정학)는 “행정도시 건설도 이렇게 반대하는데, 통일 이후의 수도에 대한 논의는 어떻게 진행하겠느냐”며 “이명박 정부와 일부 보수세력에서 행정도시 건설에 강력히 반대하는 내용을 들여다보면 통일 뒤 한반도 상황에 대해 고민을 하는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통일과는 별개로 극심한 국토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 행정도시 건설을 미룰 수 없다는 주장도 나온다. 권용우 성신여대 교수(지리학과)는 “통일이 언제, 어떻게 이뤄질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균형발전 문제를 통일 뒤로 넘긴다는 것은 매우 무책임하다”고 말했다. 권원용 서울시립대 도시과학대학원장도 “박정희 전 대통령이 임시행정수도 정책을 추진할 때도 반대론자들은 통일 문제를 들어 반대했다”며 “그때나 지금이나 통일 수도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들에게는 균형발전에 대한 의지와 비전이 부족해 보인다”고 밝혔다. 통일 뒤 수도 문제는 남한 정부에서 일방적으로 다룰 수 있는 사안이 아니라는 지적도 있다. 조명래 단국대 교수(도시지역계획학과)는 “통일 뒤 상황을 대비해 균형발전을 위한 행정도시 건설을 추진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은 남쪽 보수세력의 일방적인 논리”라며 “통일 수도는 새로운 국가적·민족적 관점에서 남북의 정부와 주민들이 함께 토론해야 할 일이지 지금 일부 집단에서 이렇게 저렇게 이야기할 성질의 문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김경욱 기자 das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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