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운찬 국무총리가 세종시에 행정부처 대신 대학과 기업을 옮기겠다는 구상을 밝힌 가운데, 서울대 공대가 세종시에 세우겠다는 신입생 1000여명 규모의 제2캠퍼스(집현캠퍼스)가 논란을 낳고 있다. 이 계획은 서울대를 ‘이전’하는 게 아니라 ‘확장’하는 것으로, 국토 균형발전이라는 국민적 공감대는 물론 서울대 개혁 방향에도 역행한다는 지적을 사고 있다.
서울대 공대(학장 강태진)의 구상은 세종시에 7000억원의 예산을 들여 57만평 규모로 융합과학 중심의 제2캠퍼스를 짓고, 이곳에서 학부생과 석·박사 과정 학생 6500여명이 공부하도록 한다는 게 뼈대다. 이렇게 되려면 1000여명의 신입생을 새로 뽑아야 한다.
강태진 서울대 공대 학장은 이 계획을 정부와 협의하기 위해 지난달 두 차례 안병만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을 방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강 학장은 최근 월간 <신동아>와의 인터뷰에서 “세종시에 제2의 서울대 공대를 짓는 방안이 정부와 서울대에서 긍정적으로 논의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서울대 제2캠퍼스 구상은 무엇보다 세종시 건설이 추구하는 수도권 집중 완화의 취지에 정면으로 어긋난다. 조명래 단국대 교수(도시지역계획학과)는 “세종시의 본질은 수도권 집중을 해소하는 새로운 ‘거점’ 도시를 만드는 것이지 ‘자족’ 도시가 아니다”라며 “세종시에 대학이 생긴다면 서울로부터 독립된 주체적인 대학이어야 하는데, 서울대 제2캠퍼스는 오히려 서울에 종속되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서울대 제2캠퍼스는 정 총리가 서울대 총장 시절 줄곧 강조해온 ‘서울대 축소’ 원칙과도 배치된다. 정 총리는 서울대 총장 시절 “서울대가 지나치게 비대해 학문 발전에 장애가 된다”며 학생 정원을 줄였다. 그가 총장으로 있을 때 서울대 학부 정원은 2002년 3990명에서 2006년 3260명으로 730명이 줄었다.
김삼호 한국대학교육연구소 연구원은 “국립대 발전정책 틀에서 고려해야 할 대학 설립 문제가 정치 논리에 휘둘리는 것은 위험하다”며 “서울대 제2캠퍼스 설립 계획은 세종시 수정안 성사를 위한 꼼수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이경미 이춘재 기자 km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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