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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한 사립고 들여다볼수록 요지경…학교야?비리소굴이야?

등록 2005-06-01 18:55수정 2005-06-01 18:55



백화점식 ‘불법’만발 교사 10명 무더기 입건
학부모에 돈 요구…시험 문제 빼돌리기…학생이 시험 문제 편집…

교사들이 학부모회로부터 수천만원을 받아 말썽을 빚은 서울 동작구의 한 사립고에서 교사의 시험문제 유출, 과외교사 알선, 음악회 표 강매, 학생회장 선거 개입 등 ‘백화점식’ 비리가 벌어진 사실이 새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서울 방배경찰서는 1일 자신이 담당하는 과목의 시험문제를 몰래 빼돌려 특정 학생에게 알려준 혐의(업무방해 등)로 이 학교 교사 이아무개(59)씨 등 국어·수학·음악 담당 교사 3명의 구속영장을 신청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 학부모회로부터 학교 운영비 명목으로 수천만원을 거둔 교사 등 7명을 배임수재 등 혐의로 불구속 입건하고, 자신의 아들을 학생회장에 당선시키기 위해 학부모들에게 향응을 베푼 학부모와 시험문제를 유출한 학생을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의 얘기를 들어보면, 수학 교사인 이씨는 지난해 2학년 1학기 기말시험 문제를 낸 뒤 한 학생에게 출제문제를 찍어줬다. 당시 수학시험은 난도가 높아 평균 점수가 50점 수준이었지만 이 학생은 96점으로 최고점을 받았다.

국어 교사인 이아무개(62)씨는 1학년을 맡았던 2003년 1학기 중간고사를 앞두고 국어 시험지 원안을 복사해 몰래 빼돌렸다. 그러나 이씨는 시험지를 복사만 했을 뿐이라고 혐의를 부인했다. 이씨는 또 자기가 담임을 맡은 학급의 학부모 4명에게 내신성적을 관리해주겠다며 과외교사 이아무개(58)씨를 소개해주고 이씨로부터 40만원을 받았다. 경찰은 같은 해 2학기 중간고사를 앞두고 과외교사 이씨가 학생 4명에게 영어시험 예상문제를 찍어줬으며, 실제 시험에서 25문제 가운데 15문제가 똑같이 나왔다고 말했다.


음악 교사인 이아무개(48)씨는 2003년과 2004년에 학부모회 회원 4명에게 자신이 출연하는 음악회 표(장당 1만원)를 각 20장씩 팔고 해당 학생들의 기말시험 점수를 올려줬다. 이 교사는 2003년 1학년 1학기 중간고사 당시 2학년이었던 학생에게 문제 편집 작업을 시켰고, 이 학생은 문제를 디스켓에 복사해 1학년 학생들에게 유포했다.

교사들은 또 특정 학생을 학생회장으로 당선시키기 위해 선거에 개입했다고 경찰은 밝혔다. 경찰은 두 명의 교사가 지난해 6월 열린 학생회장 선거에서 특정 학생이 당선되도록 다른 2명의 후보 학생의 공약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고 후보 등록을 방해했으며, 이 가운데 한 교사는 자기 학급의 대의원 학생들에게 특정 학생 지지를 종용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지난해 한 학부모로부터 이 학부모가 운영하는 회사의 자회사 주식을 구입할 것을 권유받고 2700만원어치를 투자했으며, 주가가 열흘 만에 16% 가량 치솟았다고 경찰은 밝혔다.

이밖에 한 교사는 자신의 자녀를 위장전입시켜 이 학교에 입학시키고, 2년 동안 학부모회로부터 모두 4240만원을 거둬 교무실 운영비, 수학여행비, 회식비 등으로 3600만원을 썼다.

경찰은 달아난 과외교사 이씨가 붙잡히면 추가 비리 여부가 드러날 것으로 보고 이씨 검거에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이에 대해 이 학교 관계자는 “교사들이 개인적으로 한 일들이라 학교 쪽에서는 전혀 몰랐던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호을 기자 he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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