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실련, 정부사업 71건 분석
“가격경쟁 입찰제 확대해야”
“가격경쟁 입찰제 확대해야”
정부의 ‘대안입찰 제도’로 2005년 이후 4년6개월 동안 2조원 가까운 예산이 낭비됐다는 주장이 나왔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공동대표 강철규 등)은 10일 “지난 4년6개월 동안 정부 및 공기업 36개 기관이 71건의 사업(8조3000억원)을 대안입찰 방식으로 발주했고, 그 결과 1조9995억원의 혈세가 낭비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경실련은 특히 이명박 정부 1년6개월 동안의 ‘낭비 추정액’이 전체의 45%(9110억원)를 차지했다고 지적했다.
대안입찰이란 발주기관(정부·공공기관)이 이미 설계 작업이 마무리된 공공사업에 대해 가격경쟁입찰을 하는 대신, 기존 설계보다 품질이 더 좋고 가격이 싼 ‘대안 설계’를 새로 제시한 기업을 사업자로 선정하는 방식이다. 경실련은 기존 가격경쟁입찰에선 20~30개 업체가 입찰에 참여하지만, 대안입찰에선 설계 능력을 갖춘 2~3개 대형업체만 사실상 참여가 가능해 25~30%의 예산이 더 들어간다고 설명했다. 경실련은 “가격경쟁입찰을 채택했을 때 낙찰금액은 애초 예정금액의 60% 선에서 결정되는 반면, 대안입찰은 약 85~90% 선에서 낙찰되는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대안입찰 규모를 기관별로 보면, 한국도로공사(10건·2조2700억원)가 가장 많았으며, 대구 도시철도건설본부(8건·7900억원), 한국토지공사(5건·7100억원), 부산 건설본부(5건·5500억원) 등이 뒤를 이었다. 경실련은 조달청 공개자료와 정보공개청구 등을 통해 2005년 1월부터 올해 6월까지 발주된 대안입찰 사업을 조사했다.
대안입찰 방식은 발주기관의 기존 설계와 별도로 다시 설계비용이 들어 예산을 낭비하는 문제도 있다. 중복설계로 낭비된 설계예산만도 2219억여원(이명박 정부 1043억원·47%)에 이른다고 경실련은 밝혔다.
윤순철 경실련 시민감시국장은 “대안입찰은 참여 업체 수가 적어 가격담합이 쉽다”며 “정부는 대안입찰 발주제를 폐지하고 가격경쟁입찰제도를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민경 기자 salmat@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