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남 아버지 100억대 유산…‘상속권’ 민사소송에 영향
법원이 북한에 있는 자녀와 월남한 아버지의 친자관계를 확인하기 위해 유전자 검사를 하기로 했다. 이들의 관계는 북한의 자녀들이 낸 다른 소송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여 검사 결과가 주목받고 있다.
서울가정법원 가사5단독 이현곤 판사는 북한 주민 윤아무개씨 등 4남매가 국가를 상대로 낸 친자확인 청구소송에서 이들 남매와 남한에 사는 이복동생의 유전자를 검사해 대조해보기로 했다고 11일 밝혔다.
앞서 북한의 윤씨 남매는 손톱과 머리카락, 혈액 등을 채취한 뒤 북한을 오가는 선교사를 통해 한국전쟁 당시 아버지를 따라 남한에 내려와 살고 있는 큰딸(74)에게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윤씨의 아버지는 1933년 평안남도 순천군에서 결혼해 아이들을 낳았지만 한국전쟁이 발발하자 당시 15살이던 큰딸만 데리고 남한으로 피난을 왔다. 그는 1957년 북에 있는 아내와 큰딸을 새 호적에 올렸지만 1952년 아내가 사망했다고 신고한 뒤 1959년 권아무개씨와 재혼했다.
이후 자수성가한 윤씨 아버지는 1987년에 숨지며 100억여원의 재산을 남겼다. 이 유산을 새어머니와 이복동생들이 물려받은 사실을 알게 된 윤씨 남매들은 남한에 있는 큰딸을 대리인으로 소송을 냈다.
상속권의 회복을 구하는 이 민사소송은 진행 중에 있다. 또 이들이 “새어머니와 아버지의 혼인은 ‘중혼’이므로 이 혼인을 무효로 해달라”며 낸 소송은 ‘자녀는 부모의 중혼 취소를 청구할 수 없다’는 민법 조항에 대해 큰딸 윤씨가 낸 위헌법률심판제청 신청을 재판부가 받아들여 헌재의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
송경화 기자 freehw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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