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미라(35)씨
한국방송 사장에 출사표 던진 홍미라씨
10년 근무하다 비정규직법 시행뒤 해고당해
“공정성·공익성 복원해 존재가치 증명해야”
10년 근무하다 비정규직법 시행뒤 해고당해
“공정성·공익성 복원해 존재가치 증명해야”
“자본과 효율이 아닌 공익과 인간 중심의 공영방송을 만들겠다.”
10일 마감한 <한국방송>(KBS) 사장 공모에 응모한 15명 가운데 한 명인 홍미라(35·사진)씨의 출사표다. 하지만 방송계에서 홍씨를 아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지난 6월30일까지만 해도 그는 한국방송 시청자센터의 계약직 직원이었을 뿐이었다. 7월1일 비정규직법 시행과 동시에 그는 10년 직장을 잃었다. 그리고 9월부터는 전국언론노조 한국방송 계약직지부장을 맡고 있다.
그는 11일 <한겨레>와 전화 인터뷰에서 사장직에 도전한 이유로 “매달 해고되는 한국방송 계약직 노동자들을 더 이상 지켜만 볼 수 없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한국방송은 7월 이후 계약기간이 끝난 연봉계약직 노동자들을 해고하거나 자회사로 소속을 변경시켰다. 현재까지 그런 식으로 207명이 한국방송을 떠나야 했다. 남은 연봉계약직들도 1년 계약이 끝나는 내년 6월이면 모두 떠나야 한다.
“회사쪽과 단체교섭을 진행하고 있지만, 사쪽은 해고자 복직은 절대 안된다는 태도를 고수하고 있어요. 계약직 노동자를 오히려 보듬어야 할 공기업이 청춘을 바쳐 일한 사람들을 단지 계약직이라는 이유만으로 내보내서는 안 되죠. 국가는 가장 모범적인 사용자여야 합니다.”
그는 자신이 사장이 된다면 비정규직이라는 용어를 폐기하고 동일한 노동과 동일한 가치를 창출한 직원들을 동일하게 대우하겠다고 강조했다.
홍 지부장은 시청자가 주인이고 공익과 인간이 핵심 가치가 되는 공영방송으로서의 한국방송의 정체성 확립도 공약으로 내세웠다. 이병순 사장 취임 이후 자본과 효율만을 강조하면서 프로그램의 품질은 떨어지고 다양성은 훼손되었으며, 사회적 약자는 배제되는 결과가 초래됐다는 판단에서다. 그는 대표적인 사례로 보도·시사 프로그램을 축소하거나 폐지하고, 정부 편향적 방송을 해온 점을 들었다. 그는 “한국방송은 공정성, 공익성, 공영성, 인간다움을 복원함으로써 국민의 지지와 이해를 견인하고 공영방송으로서의 존재 가치를 스스로 증명해야 하는 시점에 와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박창섭 기자 cool@hani.co.kr, 사진 전국언론노조 한국방송 계약직지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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