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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이사람] 길어야 2년 산다해도, 하늘에 감사했다

등록 2009-11-12 19:09

박병선(81)씨
박병선(81)씨
‘직지심체요절 발굴’ 박병선 박사 외로운 암투병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금속활자본 ‘직지심체요절’(직지)의 가치를 세상에 알린 ‘직지 박사’ 박병선(81·사진)씨가 외롭게 암투병 중이라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직지의 본향 충북 청주에서 박 박사 돕기 운동이 들불처럼 번지고 있다.

프랑스에 머물던 박 박사는 지난 9월 청주 직지 축제에 초청됐다가 복통을 일으켜 근처 청주 성모병원으로 향했다. 단순 배탈 정도로 알았지만 직장암 4기 진단이 나왔다.

“연구 정리할 시간있어 다행”
직지 본향 청주서 모금 행렬

하지만 박 박사는 침착했다. 다만 의사에게 “남은 생명이 얼마나 될까요”라고 물었다. 이현로 원장 신부는 “수술이 잘되면 2년, 수술하지 않으면 1년 정도 입니다. 물론 추정이구요”라고 답했다. 그는 두 손을 모았다. “하느님 감사합니다. 평생 연구를 정리할 시간을 주셔서….” 그 뒤 박 박사는 경기 수원 가톨릭의대 성빈센트병원으로 옮겨 치료를 받고 있다. 다음달 말께 수술을 받을 예정이다.

12일 오전 박 박사를 만난 이 신부는 “수척해졌지만 밝은 성격과 맑은 영혼으로 잘 지내고 있다”며 “병원에서도 온통 연구 생각만 하고 지내는 게 오히려 걱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1955년 혈혈단신으로 프랑스 유학길에 올랐다. 첫 민간 여성 프랑스 유학자였다. 소르본대학과 프랑스고등교육원에서 역사학·종교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67년부터 13년 동안 프랑스 국립도서관에서 일했다. 그는 “프랑스 함대가 가져간 외규장각 책이 프랑스 국립도서관에 있다는 것을 알고 취직했다”고 밝혔다. 이때 직지를 찾아낸 데 이어 이 금속활자가 1455년에 나온 ‘구텐베르크 성서’보다 78년 앞선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금속활자본이라는 것을 증명했다. 그의 노력 때문에 직지는 2001년 유네스코 세계 기록 유산이 되기도 했다. 외규장각 도서 297권의 존재도 알렸다.

1377년 청주 흥덕사에서 찍어낸 직지의 가치를 세계에 알린 그를 돕는 데 청주가 나섰다. 시는 9일부터 직원 성금으로 800여만원을 모았으며, 시 직원 1175명이 참여하고 있는 ‘천사 나눔 기금’도 200여만원을 모았다. 남상우 청주시장도 12일 박 박사를 문병했다.

청주시민들은 충북도 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개설한 ‘박병선 박사 돕기 계좌’(농협 301-0034-9322-11)를 통해 12일까지 955만원을 보탰다. 천주교 청주교구는 홀몸인 박 박사가 퇴원하면 청원 보혈수녀원에 모시기로 하는 등 살 곳도 마련했다.


박 박사는 “청주시민들의 고마운 마음 때문에라도 일찍 털고 일어나겠다”며 “외규장각 도서 등을 중심으로 평생 매달려온 ‘병인양요’ 관련 연구를 꼭 마무리하고 싶다”고 밝혔다.

오윤주 기자 sting@hani.co.kr, 사진 청주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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