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위원회가 개별 방송사에 ‘시청자에 대한 사과 방송’을 명령할 수 있도록 한 방송법 조항은 “헌법상 양심의 자유와 인격권을 침해하는 것”이라며 법원이 직권으로 헌법재판소에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했다.
문화방송의 시사 프로그램 <뉴스후>가 ‘방송법 관련 보도에 대해 내린 제재가 부당하니 이를 취소해 달라’며 방통위를 상대로 낸 제재조치처분 취소 청구 소송을 심리하고 있는 서울행정법원 행정4부(재판장 이경구)는 13일 방통위에 사과 방송 명령권을 부여한 ‘방송법 제100조 제1항 제1호’에 대해 직권으로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했다고 밝혔다. 이 결정에 따라 이 사건 재판은 중단됐으며 헌재의 판단이 내려진 뒤 재개된다.
재판부는 결정문에서 “시청자에게 사과하라고 강제하는 것은 양심이 아닌 것을 양심인 것처럼 표현하도록 강제하는 것으로, 인간 양심의 왜곡·굴절이고, 따라서 우리 헌법이 보호하고자 하는 기본권의 하나인 ‘양심의 자유’의 제약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시청자에 대한 사과’는 양심의 자유에 반하는 의사표시를 자기 이름으로 방송하여 일반인에게 널리 알리는 것”이라며 “이를 행정청이 강제하는 것은 인격권의 무시와 변형, 분열을 필연적으로 수반해 헌법에 보장된 인간의 존엄과 가치, 이를 바탕으로 하는 인격권에 큰 제한이 된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을 위반한 사실을 인정해 사과하라’는 조치 대신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을 위반해 사과 명령 또는 권고를 받은 사실을 방송하라’는 것과 같이 가벼운 제재 수단을 택해도 입법 목적 달성에 장애가 없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재판부는 헌법재판소가 1991년에 ‘명예회복 처분에 사죄광고를 포함시키는 민법 제764조가 헌법상 보장되는 인격권을 침해해 위헌’이라고 결정한 사례를 참고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방통위는 ‘뉴스 후’가 지난해 12월20일과 지난 1월3일 방송법 개정 논란을 보도하면서 개정 반대 의견을 찬성 쪽보다 많이 보도하자, “사실을 객관적으로 다루도록 한 방송심의 규정을 위반했다”며 사과 방송을 명령했다.
송경화 기자 freehw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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