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발음 있었는데 탄약고 멀쩡
CCTV 7대 동시에 작동 멈춰
일본인 관광객 8명이나 사망
대낮 발화 피해 규모도 ‘갸웃’
CCTV 7대 동시에 작동 멈춰
일본인 관광객 8명이나 사망
대낮 발화 피해 규모도 ‘갸웃’
지난 14일 오후 부산 국제시장 안 실내 실탄사격장에서 불이 나 30여분 만에 일본인 관광객 8명 등 10명이 숨지고 6명이 중화상을 입었다. 하지만 사고 발생 만 하루가 지나도록 왜 불이 났는지, 또 내부 구조에 익숙한 종업원들까지 왜 모두 숨지거나 중화상을 입었는지, 왜 대낮에 서둘러 대피하지 못했는지 등 의문은 밝혀지지 않고 있다.
■ 펑, 폭발음의 정체는 사격장 주변 상인들은 15일 한결같이 ‘펑’ 하는 폭발음을 들었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이날 국립과학수사연구소와 부산경찰청 과학수사대 등이 벌인 합동 감식 결과, 사격장 내부의 휴게실과 사무실만 불탔을 뿐 탄약고와 무기고, 총을 쏘는 사로 등에는 아예 불이 붙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심지어 사격장이 있는 가나다라빌딩 외벽에는 플라스틱 재질의 간판도 멀쩡할 만큼 불이 난 흔적조차 발견되지 않았다.
경찰이 확보한 폐쇄회로텔레비전(CCTV) 화면에서도, 일본인 관광객 11명은 14일 오후 1시43분께 가이드 2명과 함께 들어와 불이 난 추정시각인 오후 2시26분 직전까지 전혀 이상한 낌새를 채지 못한 채 종업원들의 도움을 받아가며 총을 쏘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오후 2시23분42초에 갑자기 7대의 폐쇄회로카메라 모두가 작동을 멈췄다.
부산경찰청 과학수사대는 14일 오후 2시23분42초에 알 수 없는 이유로 사격장의 모든 전원이 끊겼으며, ‘펑’ 하는 폭발음도 이때 났던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갑형 수사본부장(부산 중부경찰서장)은 수사 브리핑에서 “불탄 흔적을 볼 때 처음 불이 난 곳은 출입구 오른쪽 휴게실 소파였던 것으로 추정되지만, 원인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 왜, 피하지 못했을까 화재 당시 사무실과 휴게실에는 일본인 관광객 9명, 가이드 2명, 종업원 1명 등 12명이 있었으며, 이들은 불이 나는 것을 즉시 볼 수 있었다. 불이 나는 것을 볼 수 없었던 사람은 사로에 들어가 총을 쏘던 일본인 관광객 2명과 이들을 돕던 종업원 2명 등 4명이 전부였다. 하지만 일본인 관광객 8명과 가이드 1명, 종업원 1명 등 10명이 숨졌고, 목숨을 건진 6명도 모두 중화상을 입었다. 불이 난 사격장의 실내 구조가 단순하고, 7명의 주검이 발견된 휴게실에서 출입구까지는 10여m밖에 되지 않는다. 휴게실 소파에서 불이 났다면 휴게실에 있던 사람들조차 왜 피하지 못했을까?
이와 관련해 경찰은 총소리가 밖으로 새나가는 것을 막기 위해 창문도 하나 없이 사격장이 완전히 밀폐된 점, 내부 벽면이 합판 등으로 방음장치가 된 점 등 사격장 내부 시설에 대해 주시하고 있다. 이런 상황 탓에 불이 나 전원이 끊기자 내부가 완전히 캄캄해지고 유독가스가 발생하면서, 순식간에 사람들이 정신을 잃고 쓰러져 하나뿐인 출입구로 피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부산/최상원 기자 csw@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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