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근로 참가자들이 지난 7월 서울 용산구 갈월지하차도 앞길에서 안전점검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한겨레> 자료사진
[희망근로 희망찾기] ① 실태
1조7070억 일자리 사업, 참가자 45%가 60대 이상
멀쩡한 진달래 파엎기도…단순노동에 취지 빛바래
1조7070억 일자리 사업, 참가자 45%가 60대 이상
멀쩡한 진달래 파엎기도…단순노동에 취지 빛바래
지난 6월부터 시작된 이명박 정부의 대표적 실업극복 정책인 ‘희망근로’가 11월30일 올해 사업을 모두 마친다. 이 사업은 모두 1조7070억원을 투입해 25만개의 일자리를 만들 계획이며, 10월 말까지 1조3000억원이 집행됐다.
이 사업은 서민 생활을 안정시킨다는 취지로 시작했다. 11월 초까지 24만명이 참여한 이 사업은 한편으로 서민들에게 취업 기회를 제공하고 생계비를 보조하는 노릇을 했다. 그러나 실적 만들기에 급급해 제대로 된 일자리를 제공하지 못하는 문제점을 낳았다. 정부는 내년 3~6월 2차 희망근로 사업을 다시 시작할 계획이다. 희망근로 사업의 실태는 어떤지, 문제점과 원인은 무엇인지, 어떻게 개선할지를 세 차례로 나눠 살펴본다.
“아침에 출근 도장 찍고 오전에 좀 돌아다니다가 눈치껏 집에 가는 게 일과였죠 뭐. 길바닥에서 껌 떼고 전봇대 광고물 떼어내는 것도 하루 이틀이잖아요.” 지난 7월부터 희망근로에 참여했던 김아무개(58·경기도 고양시)씨는 지금까지 자신의 경험을 이렇게 설명했다. 김씨는 “어영부영하면서 나랏돈 받는 게 조금은 미안했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세찬 바람이 불었던 지난 2일 경기도 성남시 불곡산 등산로 들머리엔 노란 은행잎이 봄날 꽃잎처럼 쏟아졌다. 빗자루를 든 50~60대 7~8명이 기다렸다는 듯 비닐봉투에 낙엽을 쓸어 담았다. 이들은 낙엽 한 번 쓸고 이야기 한 번 하고, 또 쓸고 이야기하고를 반복했다. 50대 중반의 남자는 지루한 듯 나무를 발로 차 갈잎을 떨어뜨리기도 했다. 한 노인은 “놀면 뭐해. 이렇게 비질만 해도 돈 나오는데…”라며 열없게 웃었다.
전북 완주군 소양면 묵방산 등산로 바닥에는 최근에 잘린 듯한 나무 밑동이 곳곳에 널려 있다. 봄마다 무리를 이뤄 산을 분홍으로 물들이던 진달래는 뿌리째 뽑히기도 했다. 9월 들어 ‘등산로 정비’라는 희망근로 사업 탓에, 걸어서 40분 정도 걸릴 지역에서 수많은 나무들이 수난을 당했다. 여기저기 비죽비죽한 나무 밑동이 숲길을 망가뜨리고 등산객 안전까지 위협하는 결과를 낳았다. 유천운 ‘전북 생명의 숲’ 간사는 “전문 지식 없이 무차별적으로 하층 식물군락을 없앴다”며 “희망근로 참여자들의 땀방울이 오히려 숲에 깊은 상처를 입혔다”고 말했다.
지난 9월11일 제주시 일도2동의 한 공원을 찾은 이달곤 행정안전부 장관은 언짢은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나뭇가지를 자르거나 풀을 베는 50여명의 희망근로자들을 지켜보던 이 장관은 “작은 기술이라도 익혀 일자리를 찾는 데 도움을 주려는 게 희망근로인데, 이런 막노동만 시켜서는 될 일이 아니다”라고 관계자들을 질책했다. 이 장관은 “실업자가 이 사업의 주요 대상인데, 실업자보다는 단순히 생활이 어려운 사람들을 위주로 뽑은 것 같다”고도 지적했다.
행안부의 집계를 보면, 지난 5일까지 24만881명이 희망근로에 참여했는데, 전체의 48.4%인 11만5912명이 60살 이상이었으며, 70살 이상도 3만4968명으로 13.8%였다. 반면 통계청이 발표한 ‘10월 고용동향’을 보면, 20~49살은 취업자가 33만5000명이 줄고 60살 이상은 12만2000명이 늘어났다. 희망근로가 가장 심각한 실업난을 겪고 있는 청장년층에는 도움이 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국회 예산정책처도 최근 ‘2010년도 예산안 분석’ 보고서에서 “희망근로 사업의 생산성 미흡과 노령자·주부 계층의 지나친 참여, 중도 포기자 속출에 대한 대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새로운 사회를 여는 연구원’의 김병권 부원장은 “가장 큰 문제는 경제위기로 실직한 사람과 희망근로 참여자가 서로 다른 사람들이라는 점”이라며 “제조, 건설, 도·소매 등 주력 산업에서 일자리를 잃은 20~40대를 대신해 그동안 쉬고 있던 50대 이상과 주부들에게 일자리가 돌아갔다”고 평가했다.
이에 대해 문연호 행안부 지역경제과장은 “사업 초기에 풀 뽑기, 쓰레기 줍기 등 단순 취로성 사업이 전체 사업의 22%를 차지했으나 9월부터 이를 중단시켰다”며 “생산적 사업 전환 상황을 점검해 청장년층의 일자리를 제공하고 참여를 유도하는 대책을 마련중”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희망근로 사업으로 지난 11월 초까지 1조3000억원을 투입해 24만개의 일자리를 만들었으며, 연인원 115만명이 참여했다. 내년 3~6월엔 5715억원을 투입해 10만개의 일자리를 만들 계획이다. 김기성 박경만 김경욱 기자 player009@hani.co.kr
희망근로 프로젝트 현황(11월 5일 현재)
이에 대해 문연호 행안부 지역경제과장은 “사업 초기에 풀 뽑기, 쓰레기 줍기 등 단순 취로성 사업이 전체 사업의 22%를 차지했으나 9월부터 이를 중단시켰다”며 “생산적 사업 전환 상황을 점검해 청장년층의 일자리를 제공하고 참여를 유도하는 대책을 마련중”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희망근로 사업으로 지난 11월 초까지 1조3000억원을 투입해 24만개의 일자리를 만들었으며, 연인원 115만명이 참여했다. 내년 3~6월엔 5715억원을 투입해 10만개의 일자리를 만들 계획이다. 김기성 박경만 김경욱 기자 player009@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