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이부영(66) 전 의원, 동북아평화연대 강경주 사무국장
연해주 ‘고려인문화센터’ 추진위원장 이부영 전 의원
5년만에 건립…예산 부족에 무산 위기도
이주역사관·한국어교육센터·병원등 들어서
“자리 잡을 때까지 연간 1억원 운영비 필요”
5년만에 건립…예산 부족에 무산 위기도
이주역사관·한국어교육센터·병원등 들어서
“자리 잡을 때까지 연간 1억원 운영비 필요”
“왜 한국에서 남의 나라, 그것도 극동의 변방 작은 도시에 큰 돈을 들여 다문화공간을 만들려 하는지 이해시키는 데만 3~4년 걸렸지요.”
지난달말 연해주 우수리스크에서 ‘고려인문화센터’ 준공 행사를 성공적으로 치르고 돌아온 러시아 한인이주 140돌 기념관 건립추진위원장 이부영(66·왼쪽) 전 의원은 “전 러시아에서 전례가 없고 규모도 최대인 문화·역사 교류 기지를 한인들 힘으로 완성한 것”이라고 그 의의를 강조했다.
“연해주는 일찌기 선조들이 항일독립운동을 벌인 첫 기지이며, 특히 우수리스크 일대에는 안중근 의사를 비롯한 12명 동지들이 단지 결의한 동맹비와 1937년 중앙아시아 강제이주 출발역 등 역사 현장이 많이 남아 있다”고 그는 덧붙였다.
러시아 정부는 한-러 수교 120돌이었던 2004년 부총리를 위원장으로 하는 고려인 이주 140돌 위원회를 발족시켰고, 고려인 192명의 청원을 받아들여 기념관 건립 사업을 채택했다. 이에 발맞춰 한국에서도 여야 의원들 중심으로 기념관 건립추진위원회를 구성했고, 이 전 의원은 당시 열린우리당 당의장으로서 상임위원장을 맡았다. 그는 마침 사업을 주관한 동북아평화연대(이사장 강영석)의 회원이기도 했다.
이젠 고인이 된 강원용 목사와 김수환 추기경을 비롯 김지하 시인, 서영훈 전 적십자사 총재, 송월주 전 조계종 총무원장, 이광규 전 재외동포재단 이사장, 장치혁 전 고합그룹 회장 등이 고문단으로 참여했다.
하지만 그해 6월 현지에서 우수리스크 시장과 건립 협약서를 맺은 이후 5년 동안 기념관은 여러 차례 무산 위기를 겪어야 했다. 첫 후원의 밤 행사에서 1억원을 모금하는 등 여러 차례 일정을 늦춘 끝에 9월 기공식을 했지만 예산을 확보하지 못해 1년 넘게 표류했다. 법안까지 신설해 여야 합의를 끌어낸 끝에 애초 기대한 국제교류기금 대신 재외동포재단을 통해 가까스로 25억원의 예산을 확보한 것이 2006년 2월, 공개입찰로 선정한 국내 시공사가 두 달도 안돼 부도가 나는 바람에 공사를 멈춰야 했다. 이듬해 5월 재개한 공사는 1년 뒤 현지 시공사 자금난 등으로 또 다시 중단됐고, 올 3월 10억 여원의 추가 예산을 마련했으나 공사비에는 모자라 8월 기념관 운영주체인 우수리스크민족문화자치회의 김니콜라이 회장이 급기야 ‘포기 선언’을 하기에 이르렀다.
이 위원장은 박계동 국회 사무총장과 현지 총영사관의 막바지 협조로 우여곡절 끝에 준공을 할 수 있었다며 “아마도 지난 정부에서 추진한 사업을 승계해 마무리한 거의 유일한 사례일 것”이라고 말했다.
모두 40억원을 들여 세워진 기념관은 1만㎡ 부지에 지상 2층, 연면적 4천㎡ 규모로 발해시대부터 현재까지 한인들의 연해주 이주 역사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이주역사관(국가보훈처 지원)을 비롯해 한국어와 컴퓨터를 배울 수 있는 교육문화센터(경기도·KT 후원), 치과·내과·한방·외과 등을 갖춘 외래병원(서울대병원·경희대병원 후원), 다목적 공연장, 고려인단체 사무실 등으로 활용된다. 온돌 문화재 등을 소개하는 한국문화체험관(한국문화재보호재단 지원), 한국 방문객용 간이숙소, 식당, 차가버섯 청국장 등 유기농 식품과 기념품 상설매장도 갖췄다.
지난 10일에는 케이티의 정보기술(IT) 문화교실이 개강해 초등학생부터 50대까지 12명의 수강생들이 “오친 하라쇼.”(정말 좋아요) “인체레스나.”(재미있어요)를 연발하며 배움의 즐거움을 맛봤다. 그동안 일년에 반 이상을 현지에서 지내며 실무를 추진한 동북아평화연대 강경주(오른쪽) 사무국장은 “앞으로 3년간 자리를 잡을 때까지 필요한 연간 1억원 안팎의 운영비를 조달하는 과제가 아직 남아 있다”며 지속적인 관심을 호소했다. 유랑의 고초 속에 민족 정체성을 잃어가는 4만여 고려인의 민족문화교육은 물론 러시아인을 비롯 50여개 소수 민족을 대상으로 한 다문화공존기지로서 기념관을 현지에 뿌리내리게 하는 것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 위원장은 “바로 이곳에서 제일 먼저 남북화해와 협력이 이뤄질 것”이라며 “우리 젊은이들이 대륙의 대자연과 역사를 체험하고 민족사의 아픔을 넘어 희망을 찾는 공간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글·사진 김경애 기자 ccandori@hani.co.kr
지난 10일에는 케이티의 정보기술(IT) 문화교실이 개강해 초등학생부터 50대까지 12명의 수강생들이 “오친 하라쇼.”(정말 좋아요) “인체레스나.”(재미있어요)를 연발하며 배움의 즐거움을 맛봤다. 그동안 일년에 반 이상을 현지에서 지내며 실무를 추진한 동북아평화연대 강경주(오른쪽) 사무국장은 “앞으로 3년간 자리를 잡을 때까지 필요한 연간 1억원 안팎의 운영비를 조달하는 과제가 아직 남아 있다”며 지속적인 관심을 호소했다. 유랑의 고초 속에 민족 정체성을 잃어가는 4만여 고려인의 민족문화교육은 물론 러시아인을 비롯 50여개 소수 민족을 대상으로 한 다문화공존기지로서 기념관을 현지에 뿌리내리게 하는 것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 위원장은 “바로 이곳에서 제일 먼저 남북화해와 협력이 이뤄질 것”이라며 “우리 젊은이들이 대륙의 대자연과 역사를 체험하고 민족사의 아픔을 넘어 희망을 찾는 공간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글·사진 김경애 기자 ccando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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