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그룹 부도 직전 국외로 떠나 5년7개월 동안 도피해 온 김우중(69) 전 대우그룹 회장이 최근 검찰에 귀국하겠다는 뜻을 밝혀온 것으로 확인됐다. 김 전 회장의 귀국 시점은 다음주가 될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1일 “김 전 회장이 최근 다시 귀국하겠다는 의사를 밝혀 왔다”며, “한 달여 만에 다시 연락을 해온 만큼 이번에는 귀국할 가능성이 아주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김 전 회장은 지난달 측근들을 통해 검찰에 연락을 해 “5월 말께 귀국하고 싶은데, 어느 정도 예우를 해줄 수 있냐”고 타진했으나, “사안이 중대해 입국 즉시 공항에서 연행할 것”이라는 검찰 쪽 답을 들은 뒤, 한달여 별다른 소식이 없었다.
검찰 관계자는 김 전 회장의 귀국 시점에 대해 “이번 주말은 아니다”라고 말해, 김 전 회장이 다음주 귀국할 가능성을 내비쳤다.
이에 따라 검찰은 대검 중앙수사부 중수2과에서 김 전 회장과 관련한 사건을 일괄 처리한다는 방침을 세우고, 수사기록 검토에 들어갔다. 김 전 회장은 2001년 41조원의 분식회계를 통해 금융회사에서 9조2천억원을 사기로 대출받은 혐의로 기소중지된 상태다. 그는 또 영국 안의 비밀 금융조직인 비에프씨(대우 런던법인)를 통해 수출대금을 회수하지 않는 방식 등으로 25조원을 국외로 빼돌린 혐의도 받고 있다. 그는 이와 함께 대우그룹 퇴출을 막기 위해 그룹 관계자들과 함께 정·관계 인사들을 상대로 로비를 벌인 의혹도 사고 있다.
김 전 회장은 1999년 10월 중국 옌타이 자동차 부품공장 준공식에 참석한 뒤 종적을 감췄으며, 그동안 유럽과 동남아 등에 머물러 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최근 베트남에서 다수의 동포들에게 목격되기도 했다.
검찰 관계자는 “김 전 회장이 건강이 매우 악화돼 귀국을 결심했다고 들었다”며, “귀국하는 날 수사관들을 공항에 파견해 체포한 뒤 곧바로 대우그룹 경영비리 관련 수사를 재개할 것”이라고 말했다. 석진환 기자 soulfa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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