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온실가스 배출전망치
2005년 대비? 2020년 배출전망치 대비?
뚜렷한 목표 대신 오락가락 목표로
환경단체 “스스로 개도국 자처” 비판
뚜렷한 목표 대신 오락가락 목표로
환경단체 “스스로 개도국 자처” 비판
‘2005년 배출량 대비 4% 감축’인가, 아니면 ‘2020년 배출전망치 대비 30% 감축’이 맞나? 정부가 2020년 온실가스 감축 목표의 기준을 ‘배출전망치’로 정한 것을 둘러싸고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지난 8월만 해도 정부는 감축 목표 시나리오를 공개하면서, 2020년 배출전망치와 2005년 배출량에 견준 목표를 나란히 제시했다. 두 기준의 차이는 이렇다. ‘배출전망치’는 정부가 특별한 조처를 하지 않을 경우 예상되는 배출량이다. 정부는 2020년 온실가스 배출전망치를 8억1300만t으로 잡고 있지만, 앞으로 경제성장 속도와 유가 전망 등에 따라 달라질 여지가 크다. 기준이 바뀔 가능성이 높으면 목표치 역시 유동적일 수밖에 없다.
반면 이미 실적이 나와 있는 2005년 배출량을 기준으로 삼게 되면, 감축 목표로 정해진 절대량을 반드시 줄여야 한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패널’(IPCC)은 교토의정서상 의무감축국인 선진국한테는 1990년 배출량 대비 25~40%를 줄일 것을, 한국을 포함한 개도국엔 배출전망치 대비 15~30%를 감축할 것을 권고한 바 있다. 개도국에는 유리한 권고다.
논란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이자, 세계 9위의 이산화탄소 배출국인 우리나라가 ‘개도국’의 지위를 자처한 데서 비롯된다. 최경환 지식경제부 장관은 지난 17일 한 초청 강연에서 “(온실가스 감축과 관련해) 어설프게 선진국 흉내를 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환경단체 쪽에선 “국가의 격을 스스로 낮춘 발언”이라고 비판했다. 우리와 비슷한 처지의 대만은 2025년까지 2000년 배출량 수준으로 동결하기로 했고, 멕시코는 2012년까지 5000만t을 감축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의무감축국이 아니더라도 선진국과 같은 방식으로 감축 목표를 정한 대표적 사례다.
녹색연합 등 환경단체들은 정부의 배출전망치 근거에도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예컨대 정부의 2020년 유가 전망이 배럴당 70달러로 되어 있는데, 이는 의도적으로 낮게 잡아 배출전망치를 부풀렸다는 것이다. 배출전망치가 부풀려지면 감축 목표량은 자연스럽게 줄게 된다. 이유진 녹색연합 기후에너지국장은 “전망치의 근거가 되는 각 업계의 사업전망 등 주요 정보도 제대로 공개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배출전망치를 산출한 녹색성장위원회 쪽은 “지난해 8월부터 지난 6월까지 10개월간 연구용역을 통해 감축잠재량 분석을 해 나온 결과이며, 업계 사업전망 등은 영업비밀이라 공개하기가 어렵다”고 설명했다. 황보연 최원형 기자 whyn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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