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길 의원 모의실험 해보니
연봉 1900만원 받는 저소득층
25년간 9705만원 ‘빚 눈덩이’
연봉 1900만원 받는 저소득층
25년간 9705만원 ‘빚 눈덩이’
19일 발표된 ‘취업 후 학자금 상환제도’에 대해, 등록금 문제 전문가들은 기초생활수급자 등 저소득층 처지에서는 기존 ‘정부 보증 학자금 대출’에 견줘 불리한 제도라고 지적한다.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소속 권영길 민주노동당 의원이 이 제도와 ‘정부 보증 학자금 대출’을 비교하는 모의실험을 한 결과, 기초생활수급자는 물론 소득 1~5분위(소득 하위 50%) 가구의 학생은 이 제도를 통해 대출을 받을 경우 적게는 700여만원에서 많게는 2800여만원까지 갚아야 할 원리금이 늘어나는 것으로 분석됐다. 교과부는 새 제도가 시행되면 대학생을 둔 기초생활수급자 5만2000여명과 1~5분위 계층 67만여명의 가구가 이용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모의실험 결과를 보면, 기초생활수급자가 사립대 평균 등록금 전액(올해 기준 연간 742만원)을 4년 동안 대출받고 등록금이 해마다 5.6%씩 오른다고 가정할 때, 기존 제도를 이용할 경우엔 450만원의 무상장학금과 무이자 혜택을 받아 졸업 뒤 모두 1872만원의 빚을 지게 된다. 그러나 새 제도를 이용하면 이런 혜택이 사라져 기존 제도를 이용할 때보다 2797만원이 더 많은 4669만원의 원리금이 발생한다. 정부가 새 제도 도입과 함께 약속한 연간 무상생활비 200만원을 반영한다 해도 갚아야 할 돈은 기존보다 1680만원이 늘어난다.
같은 방법으로 계산할 때 소득 1~3분위의 경우 기존 제도를 이용하면 4%의 이자 지원 혜택을 받아 3670여만원의 빚이 발생하지만 새 제도를 이용하면 이 혜택이 사라져, 갚아야 할 원리금은 997만원이 늘어난다.
소득이 적은 계층일수록 상환 기간이 길어져 갚아야 할 돈이 불어난다는 점도 문제다. 이날 교육과학기술부가 발표한 자료를 보면, 해마다 800만원씩 4년 동안 3200만원의 등록금을 대출받았다고 가정했을 때, 대출자의 초임 연봉이 4000만원일 경우 8년 뒤면 상환이 끝나며 총상환액은 5180만원 정도다. 그러나 초임 연봉이 2500만원인 사람은 상환을 시작한 뒤 16년 동안 빚을 갚아야 하고, 총상환금액도 6884만원이나 된다. 초임 연봉이 1900만원에 불과할 경우 상환 시작 뒤 25년 동안 상환 의무에 시달려야 하며, 총상환액 역시 9705만원으로 원금의 3배 가까이 늘어난다. 올해 기준으로 중소기업 취업자가 받는 초임 연봉은 1997만원이다.
송경원 진보신당 정책연구원은 “상환이 시작되면 원리금은 이자의 이자를 무는 복리로 계산되기 때문에, 시간이 지나면 빚은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밖에 없다”며 “저소득층 자녀일수록 졸업 뒤에 소득이 적을 가능성이 크다는 현실을 고려하면, 가난한 대출자들은 빚의 수렁에서 빠져나오기 힘들어지게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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